처음의 사전적 의미는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이다. 이에 우리는 ‘처음’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첫’ 자를 붙여 낭만과 추억을 얹히기도 한다. 때로는 설렘을 소환하기도 한다.

아이의 첫 뒤집기, 첫 옹알이, 첫 생일, 첫 입학 등등에 남다른 추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또한, 첫 데이트, 첫사랑, 첫 입맞춤 등 풋풋하던 설렘은 낭만의 정서로 가슴 한편에 소중한 남아 있을 게 분명하다.

이처럼 우리의 살아가는 순간순간에서 처음이라는 것은, 낡고 묵은 과거가 아닌 당시의 설렘이며, 당시의 낭만과 추억 그리고 풋풋한 나 자신이다. 이에 이번 김포 구석구석에서는 우리동네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것들을 역추적해 보기로 했다.

이번 김포 구석구석 예순 번째 이야기는 낭만과 추억, 설렘, 그리고 안타까움 등이 깃든 우리동네 ‘처음’들이다.

▲ 신영복 선생의 친필(네이버 갈무리).

▮ 첫 아파트 … 태산아파트

지난해 10월 발매 이후 국내외 대중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콜라보 싱글 ‘아파트(APT.)’. 이 곡은 우리나라 술 게임 ‘아파트 게임’에서 착안했다고 하는데, 이 노래로 인해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일상어 아파트가 세계인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처럼 됐다는 호평이다.

반면, 기성세대에게 있어 ’아파트‘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역시 윤수일의 ’아파트‘. 이 노래는 1982년에 발매돼 당시 최고의 가요프로그램인 ‘가요 톱 10’에서 5주 연속 1위를 수상해 골든-컵을 받기도 했다. 이 노래는 현재까지 국민가요는 물론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가로 애창되고 있는데, 참고로 가수 윤수일은 2010년 김포시 홍보대사로 활동한 바 있다.

암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가구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김포도 김포한강신도시 개발 여파에 따라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대는 80%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우리 김포에 처음으로 들어섰던 아파트는 어딜까?

수소문 끝에 찾은 곳은 사우동(봉화로21번길 6)에 있는 ‘태산아파트’다. 김포시 주택과 자료에 따르면 이곳은 윤수일의 노래가 한창 히트 칠 무렵에 당시 김포군으로부터 준공허가를 받았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1986년 일이다.

그 시대 건축된 아파트 대다수가 그러하듯, 태산아파트 또한 계단식 구조로 지어졌으며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1개 5층 규모에 총 4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당시 첫 입주민은 찾을 수 없었지만, 이 아파트를 시작으로 김포의 많은 시민이 아파트 문화에 생활하고 있다.

▲ 김포 첫 아파트인 태산아파트.

▮ 첫 우체통 … 김포 제1호 우체통

군대 간 아들에게, 출가한 딸에게서, 혹은 친구나 사랑하는 이에게 쓰던, 혹은 받던 편지. 지금이야 휴대전화나 SNS로 아련한 추억이 되었지만,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이들 소식을 전하는 건 편지였으며, 편지를 전달하는 우체부(집배원)가 대접받는 시절이었다.

지금은 택배 업무가 대부분이지만, 예전에는 빨간 우체통 안 편지를 수거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수거한 편지는 우체국에 집결해 각 지역으로 옮겨지고, 또 그곳에서 우체부가 크고 빨간 가방 메고 각 마을의 기쁜 소식을, 때로는 애절한 소식을 함께했다.

우스갯소리지만, ♪아저씨, 아저씨! 우체부 아저씨 큰 가방 메고서 어디 가세요? 큰 가방 속에는 편지‧편지 들었죠. 둥그런 모자가 너무 멋져요♬ 라는 노랫말을 가진 동요 ‘우체부 아저씨’를 듣고 장래희망을 꿈꾸던 코흘리개들도 꽤 있었다.

암튼, 그때는 그랬다. 그렇다면 김포의 처음 설치된 과연 어딜까? 시간을 역추적해 본 결과 김포지역에서 처음으로 우편물을 담당했던 기관은 ‘김포우편소(1906년)’였다. 그리고 43년 후인 1949년 11월 ‘김포우체국’으로 이름을 바꾼다.

이때까지 우체통 설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1989년 북변동 363번지에 우체국이 신축되면서 김포 제1호인 우체통이 설치된다. 이 우체통은 현존하고 있는데, 북변동 해동1950 앞 도로변에 ①이라 새겨진 빨간 우체통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은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빨간 가방을 든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리지는 않지만, 김포에서 처음 설치된 김포 제1호 우체통은 아직도 누군가의 메일(mail)을 매일매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 김포 첫 우체통. 해동1950 앞 우체통.

▮ 첫 교회 … 김포제일교회

김포의 첫 교회는 ‘김포제일교회’로 전신은 ‘김포읍교회’다. 교회가 김포에 들어섰다는 건 단순 서양의 종교문화가 들어왔다는 점을 넘어 김포에서 한국 근대문화가 싹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관심을 두어야 할 건 김포 근대문화의 중심에 호러스 그래트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1859~1916) 선교사가 있다는 거다.

연세대학교 전신 중 하나인 연희전문학교와 경신학교를 설립한 인물로도 알려진 언더우드는 평소 민중에게 직접 다가가는, 즉 아래로부터의 선교 방식을 지향했다. 김포에서도 민가를 찾아 예배를 드리며 선교 활동을 시작한다. 그때가 1894년, 131년 전이다.

이후 언더우드가 북변리 264번지 땅 3천 500평 기증하자 신도들은 십시일반 헌금을 모아 예배당과 목사관 그리고 교육관을 건축하는 데 힘을 보탠다. 그 교회는 현 ‘김포제일교회’ 전신인 ‘김포읍교회’다.

김포읍교회는 언더우드의 영향을 받아 항일정신과 자주의식을 앞세우는데, 실제로 3·1운동 때 교인들은 오라니 장터와 군하리 장터 만세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라의 독립을 외쳤으며, 소학교인 신명학교를 설립해 청소년교육에도 힘을 기울인다.

이처럼 김포의 첫 교회인 김포읍교회는 김포지역의 민족운동과 근대교육 등 근현대역사를 함께 하며, 1980년 예배당을 새로 지은 후 1994년 ‘김포제일교회’로 개명하고 지금까지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 김포 최초 교회인 '김포제일교회'

▮ 첫 성체 성지 … 옛 김포성당

성지(聖地). 보통 여러 종교에서 신성시하는 도시나 지역을 의미하는데, 요즘은 의식주를 포함한 일상에서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리고, 찾는 곳을 성지라 일컫는다. 즉, 패션 성지, 맛집(카페) 성지, 스마트폰 성지, 셀카 성지 등등 말이다.

그러나 우리 김포에는 클래스가 다른 성지가 있다. 바로 김포성당이다. 북변동에 있는 옛 김포성당은 김포를 넘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성체 성지로 지정된 곳이다.

여기서 잠깐! 옛 김포성당은 석재로 건축된 곳을 말하며, 한국전쟁 직후 건축 석조 성당의 전형적인 의장석(종탑과 뾰족한 아치 창호)과 홀로 구성된 강당형 평면인 공간적 특징 그리고 화강석 조적 구법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어 2013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때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5년 11월. 이곳에서 많은 이의 관심 속에 성체 성지 예식이 거행됐다. 당시 선포식에 참석한 신도는 성전 안 자리가 없어 들어가지 못한 신도들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자리를 지켰다고 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한국천주교는 이곳을 일컬어 인천교구 신앙의 요람과 같은, 의미가 큰 장소라 했으며, 사제들은 김포지역 복음화의 모태에서 성체 성지로 발돋움한 성스러운 곳이라 했다. 성체 성지인 옛 김포성당은 지속적인 성체조배를 통해 그리스도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알려지면서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진짜 성지다.

▲ 우리나라 첫 성체성지 '김포성당'

이 외에도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곳은 상당하다. 그러나 우리는 재건축, 재개발로 처음이던 것들을 허물고 새것을 들인다. 김포의 첫 아파트이던 태산아파트도 그러한 궁지에 몰릴지 모른다. 또 북변동 개발로 김포에 처음 설치된 우체통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다.

어디 이뿐인가. 우리나라 첫 성체 성지인 옛 김포성당은 주변 아파트 건축으로 매일 매일 먼지와 소음에 시달리고 일부 침범도 당했다. 김포제일교회도 언제까지 그 자리에서 민족운동과 근대 교육에 큰 업적이 회고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는 ‘처음’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추억과 낭만 그리고 설렘을 앞세우면서 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러한가? 015B의 노래 ‘아주 오래된 연인들’ 가사처럼 처음에 만난 그 느낌, 그 설렘을 익숙해 싫증 내는 건 아닌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일이다.

▲ 태산아파트

▲ 해동1950 앞 우체통.

▲ 1930~40년 경 김포읍교회 예배당에서.

▲ 김포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