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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구석구석 15 … 명예도로이름 따라, 사연 따라 꿈꾸고 있는 곳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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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6  18: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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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도로명 주소. 그동안 사용하던 지번 주소가 과감한 변신을 했다.

도로에 이름을 붙이다니 기발하기 짝이 없다. 숨 쉼이 없는 도로에 이름도 붙이는데 이참에 명예(名譽)도 붙여보려는 움직임이 전국 구석구석에서 일고 있다. 이름하여 ‘명예도로’. 명예도로는 지역의 특색을 살리기도 하고, 지역 주요인물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 우리의 영원한 임금인 세종대왕 탄생지인 자하문 일대를 ‘한글로’로 지정했으며,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의 집터인 ‘송강길로’도 독특하다. 명동역 근처 ‘재미로’는 그 이름 또한 재미지다.

특히, ‘재미로’는 명동만화의 거리로 이곳은 애니메이션의 지상낙원이다. 이곳을 찾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며, 한류 붐을 타고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청주에 기업명 도로는 또 어떠한가. ‘LG로(엘지路)’는 물론 이웃하고 있는 ‘하이닉스로’, ‘두산로’, ‘한화길’도 눈길을 끈다. 이외에 고하길, 소나무길, 태권도로 등 저마다의 독특한 이름으로 관광객은 물론 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남들이 하니 따라서 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우리 김포시도 이에 버금가는 명예도로가 있다. 그것도 두 곳이나. 이번 김포 구석구석은 이름 따라, 사연 따라 지정된 김포시 명예도로다.

■ 더벅머리 소년의 꿈이 몽글거리 던 곳 … 이회택로

우리 김포시의 대표적 체육인이자 국가대표 선수였던 이회택 감독. 김포는 물론 우리나라 축구계에 한 획을 그은 이회택 감독이 우리 김포 출신이라는 걸 몰랐던 시민도 여럿일 터. 풍운아, 표범, 이춘풍, 의리의 사나이 등 그를 수식하는 단어 또한 상당수로 그가 축구계에 남기 업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많은 시민이 이회택 감독에 대한 프로필을 알고 있겠지만, 여성을 비롯한 축구에 흥미를 느끼지 않은 독자를 위해 엑기스만 공개한다.

이회택 감독은 1946년 우리 김포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965년부터 2년간 청소년국가대표로 뛰다 1966년 국가대표로 발탁된다. 포지션은 공격수. 그가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1974년과 1977년 A매치에서 32골을 획득하는 기록을 세우며 선수 이회택은 축구계의 혜성이 된다.

1979년 선수생활을 접은 그는 한양대학교,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전남 드레곤즈의 감독을 역임한다. 중간중간 대한축구협회 이사직을 병행했으며, 김포를 넘어 대한민국에 축구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축구계의 역사적인 인물에게 어찌 명예(名譽)라는 단어를 아낄 수 있겠는가. 김포시는 지난 2013년 김포시 사우동 공설운동장 앞에서부터 김포중학교 1.2㎞ 구간을 ‘이회택로’로 지정했다. 이 길은 소년 이회택이 공을 차며 학교를 오가던 길로 축구선수의 꿈을 몽글몽글 키우던 길이다.

■ 사후(死後)라도 고향을 꿈꾸고 싶은 곳 … 한하운 시인 길

앞서 소개한 ‘이회택로’가 지극히 동적이라면 이번엔 지극히 정적으로 가보자. 김포시 승가로58번길. 천형(天刑)의 시인 한하운의 뜻을 기린 ‘한하운 시인 길’이다.

한하운은 우리 시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문둥이(한센병‧나병) 시인이다. 그는 자신의 고통을 문학이라는 장르로 승화시킨 천형의 시인으로 그의 고향은 함경북도다. 그리고 주 활동무대는 인천시 부평이다. 김포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연고도 없는 그를 김포시는 왜 명예도로 지정했는가. 지금부터 찬찬히 걸으며 집어보자.

시인 한하운은 함경북도에서 알아주는 집안에서 어린시절을 보낸다. 유독 문학에 소질을 보인 어린 한하운은 10대 초반 무렵 천형을 받는다. 창작하는 업을 가진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에 대한 번뇌가 강하다는 것. 이 공식은 시인 한하운에게도 빗겨가지 않는다.

평생을 하늘이 내린 형벌을 짊어지고도 모자라 전쟁으로 고향을 등져야 했던 시인 한하운. 문둥이인 자신을 받아 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난 인물이긴 인물이다. 힘든 병마와 싸우고 있음에도 그는 성혜원과 신명보육원 등을 설립하고 직접 운영도 한다. 그리고 나환자 구제사업을 펼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시인 한하운은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유년시절을 잊을 수가 없었나보다. 천형을 받기 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둔 그는 분단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그리운 그곳을 찾지 못한 채 눈을 감으려 한다. 그리고 말한다.

“고향을 바라볼 수 있는, 고향과 가장 가까운 곳에 마련해 달라”고….

그는 시를 통해 고향을 하염없이 읊조린다. 그리고 「보리피리」, 「전라도길」, 「가도 가도 황톳길」 등을 연달아 발표하며 문학계의 한 획을 긋는다. 그것도 아주 굵게.

자신의 천형을 문학을 통해 위로받았던 시인 한하운. 그는 살아 돌아가지 못했던 고향을 사후 세계에서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양지바른 김포 언저리에 자리잡은 ‘한하운 시인 길’에서 말이다.

이름 따라, 사연 따라 정해진 김포의 명예도로 ‘이회택로’와 ‘한하운 시인 길’. 축구선수의 꿈이 몽글거리던 더벅머리 소년 이회택 감독과 김포에 적을 두지는 않았지만 사후에라도 고향을 꿈꾸던 시인 한하운. 그들이 김포의 명예도로 지정되어 너무도 감사하다.

어디 이들 뿐만이겠는가. 비록 ‘명예’를 하사받지 못했지만, 김포 구석구석에 한결같이 이름 따라 사연을 따라 꿈꾸던 지명들이 소박하게 있으니 우리 김포시민은 모두 복 받은 사람들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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