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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구석구석 14 … 보구곶마음의 틈을 들켜도 부끄럽지 않은 곳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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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1  17: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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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은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 돌출된 지형을 말한다. 많은 독자가 알고 있겠지만 지식이란 반복학습을 통해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것. 이참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학계에서는 ‘곧’에서 변형된 것이라 하고, 한자에서는 곶(串)이라 차용해 쓴다. 꼬치 집에서 쓰는 그 익숙한 한자다.

우리 보구곶리도 이에 속한다. 사람들은 이곳을 민통선이라 하는데 말 그대로 민간인 출입에 제한을 둔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따지자니 왠지 살벌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국민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나왔던 늑대 형상을 한 괴뢰군과 맞닥뜨릴 것 같은 곳이라 생각도 들지만 섣부른 상상력이 통하지 않는 곳 또한 이곳이다.

이번 김포 구석구석 열네번째 이야기는 봄바람 타고 살랑이며 찾은 보구곶리다.

■ 외길 따라 흔들리는 봄기운과 사랑에 빠지는 곳

보구곶리는 지난 ‘김포 구석구석 10 … 한남정맥’에 살짝 소개됐던 곳이다. 그때 우리는 한남정맥의 시작을 안성에 있는 칠장산이 아닌 김포에 있는 문수산으로 두었다. 즉, 문수산 끝자락에 있는 보구곶리는 우리 대한민국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말씀.

보구곶리를 가기 위해선 문수산산림욕장을 지나야 한다. 산림욕장을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차를 돌리자. 자칫 한눈 팔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만나는 소박한 다리는 한국전쟁 시 한강다리와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이곳에서는 중요했고, 지금도 중요하다.

한 시간마다 어김없이 약속을 지키는 마을버스 11번. 이들의 대표적 대중교통이다. 요즘이야 세대마다 차량이 있어 시내로 움직임에 불편함은 없다지만, 면허증조차 구경 못 한 아낙들의 발품을 대신하는 마을버스 11번이 너무도 감사하다.

자가운전이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어떻게 가도 좋다. 성동리를 지나고 동막골을 또 지나고, 외길 따라 흔들리는 봄기운과 사랑에 빠져보자. 살랑되는 바람에 유혹당할 쯤 도착하는 곳. 바로 오늘의 주인공 보구곶리다.

   
 보구곶리 입구.

■ 작지만 크고, 끝이지만 시작

마을 입구에 닿으니 이방인을 방기는 건 ‘작은 미술관 보구곶’이었다. 김포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참 재미지다. 민방위 대피소를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지난해 11월 첫 전시인 ‘보구곶 풍경 전’을 이어 두 번째 전시 ‘보구곶 사물 전’이 지난 1월에 있었다. 지금 열고 있는 전시는 세 번째 전시 ‘보구곶 사람들 전(展)’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전시는 이미 흘러가 버렸으니 세 번째 전시에 집중하기로 했다.

‘보구곶 사람들 전(展)’은 두명의 사진작가 김포 구석구석이 아닌 보구곶 구석구석을 돌며 이곳 주민들의 인물 사진을 찍어 전시하는 사진전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대부분 어르신들. 촬영 전, 아낙네들이 가졌을 설레는 마음을 강희주 사진작가가 노트에서 이야기 한다. 그 마음 너무 이뻐 염치를 무릅쓰고 슬쩍 퍼와 소개한다.

‘맥심 커피, 쌍화차, 귤, 석류, 배, 식혜, 만둣국, 잔치국수. 얼굴을 얼마나 보았다고 자꾸만 살림을 꺼내어 먹으라 갖다 준다. 예쁜 옷을 입자고 옷장을 뒤적이다 그 언젠가 환갑 때 입었던, 딸의 상견례 때 입었던, 아들의 결혼식에 입었던, 진홍색의 한복을 꺼내 입는다.’

미술관에서는 보구곶리 주민의 삶이, 아니 우리 부모님의 삶이 보인다. 전쟁을 겪고 없는 살림에 자식 잘 되라고 장독대에 정화수 떠다 지성 드리던 우리네 어머니. 곱던 새색시는 어디로 숨었는지, 노파의 깊은 주름이 새색시처럼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작은미술관에 전시된 우리네 어머니들.

■ 토속과 현대적 예술 감각의 어울림

작은 미술관 옆 건물 벽을 이용한 마을지도가 이색적이다. 이곳이 초행이라면 너무도 많은 도움이 되니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담아두길 바란다.

낡고 허름한 마을처럼 보이지만 이번에도 섣부른 짐작은 금물. 미술관에서 어르신들 얼굴 익히고 찬찬히 걸어보았다. 소박한 마을이라 걷기에 별 무리는 없었으나 길 따라 쭉 올라가니 군이 이방인을 막는다. 민간인을 범접할 수 없는 곳에 닿은 것이다.

이곳까지 왔으니 기자정신을 발휘하지만, 주민 외엔 출입할 수 없다는 확고한 보안에 우리나라 군대에 믿음이 간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 내려오는 길. 옛 마을회관과 만났다. 그곳에선 황 작가가 봄날을 작업하고 있었으며, 손에 닿을 것 같은 거리에 백 선생이 보구곶리의 매력을 화폭에 담는다.

보구곶리는 예술가들이 기를 받는 곳인가 보다. 많은 예술가가 이곳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전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곳의 유일한 종교시설인 흰돌교회. 교회 주위에 보호수 두 그루가 떡 하니 버티고 있어 기념사진 찰칵. 수백년을 이곳과 함께한 보호수는 총 네 그루가 있는데 흰돌교회 주위에 세 그루. 나머지 한 그루는 두 갈래로 나뉜 마을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올라가면 있다.

보호수들은 보구곶리와 함께한 역사의 산물일터. 말을 건넬 수 없었으나 그들의 속삭임은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을 찾아 줘서 고맙다고….
 

   
 400년이 훌쩍 넘은 느티나무.

김포 구석구석 살랑이는 봄바람에 유혹되지 않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남과 북의 바람을 모두 품고 있는 보구곶리는 좀 다르다. 민통선 지역이라는 냉랭함에 잊고 지내던 우리 보구곶리. 그리고 보구곶 사람들.

이쁜 봄날이 가기 전, 보구곶리에서 살랑이는 봄바람에 마음의 틈을 들켜보자. 신기하게도 전혀 부끄럽지 않으니 말이다.

   
 작은 미술관에 전시된 우리네 부모님 모습.
   
 버스정류장도 춘곤증에 시달리고 있다.
   
 봄날, 농사 준비에 분주한 보구곶 사람들.
   
 이곳의 유일한 대중교통수단 마을버스 11번 배차표.
   
 보구곶리 마을지도로 이곳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위치를 알리는 마을지도.
   
봄 철, 농가들의 바쁜 틈을 타 참새는 곡식을 노린다. 그들을 노리고 있는 냥이.

   
옛 마을회관. 지금 이곳은 황 작가님의 작업실이다.

   
29년전, 다소곳한 한옥에 끌려 보구곶리와 인연을 맺었다는 백 선생님 작업실 및 갤러리 카페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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