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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구석구석 51 … 할아버지‧할머니 나무동 시간에 서 있지만, 다른 시간이 흐르는 곳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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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1.02  16: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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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1월. 아니, 어쩌다 11월이다. 겨울지나 천지가 여린 연두로 물들 때가 엊그제 같은데, 바람 불면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에 ‘이렇게 또 한 해를 보내야 하나?’ 싶어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때가 바로 11월을 시작하고서다.

살다 보면 어떨 때는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 들고, 또 어떨 때는 시간이 더디게 가는 느낌이 드는데, 바로 물리적 시간과 심리적 시간의 충돌에 오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11월이라는 시간은 그대로 11월이지만, 심리적인 11월은 올해 시작일 수도 있고, 끝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올해 11월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번 김포 구석구석에서는 11월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하는 그대들을 위해 동 시간에 서 있지만, 다른 시간이 흐르는 곳을 소개한다. 김포 구석구석 예순한 번째 이야기는 우리동네 보호수 ‘할아버지‧할머니 나무’다.

   
 

❙ 반세기를 한결같이 마을 지킨 우리네 '할아버지‧할머니 나무'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202-1.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조금 못 미쳐 자리한 이곳을 우리는 가금3리라고 한다. 이곳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있었다. 둘 다 느티나무다. 마을 사람들은 두 그루의 나무를 각각 ‘할아버지‧할머니 나무’라 부르며 살뜰히 살핀다.

‘할아버지‧할머니 나무’는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82년 10월에 김포시 보호수로 지정됐다. 당시 수령이 450년이라는 기록으로 보아 2023년인 지금을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약 500년가량 된 셈이다. 역시 '할아버지‧할머니 나무'로 불릴만하다.

우리 조상들은 느티나무를, 마을을 수호하는 신목이라 여기고 이곳에서 지성을 드리고,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빌었는데, 이는 신라시대부터 이 나무들을 신성시해 벌채를 금했기 때문이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나무 또한 그 역할로 500년이라는 세월을 덤덤히 보낸 듯 보인다.

그 크기 또한 실로 대단하다. 보호수 지정 당시 나무의 높이가 20m, 둘레가 7.1m라 기록해 두었으니, 지금은 몸집을 더 키웠을 터. 그래서 둘레를 한번 재 보았는데, 성인 서너 명이 손깍지를 껴야 나무를 겨우 안을 수 있었다.

   
 

❙ 아이들에는 놀이터, 어른들에는 쉼터 '할아버지‧할머니 나무'

‘할아버지‧할머니 나무’가 위치한 곳은 지대에서 약간 언덕을 이루는 곳이다. 이곳에 오르면 나무들과 함께 눈에 들어오는 게 있는데, 아마도 마을 주민들에 의해 제작된 팻말이다. 하도 위풍당당하게 서 있어 내용을 잠시 소개한다.

“윗나무(↑)의 이름은 할아버지 나무입니다. 아랫나무(↓)의 이름은 할머니 나무입니다. 나무(木)는 말씀(言)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모두를 항상 사랑하십니다. 이제는 우리들 모두가 할아버지 할머니 나무를 보호합니다. 나무와 주변의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어떠한가. 마을 주민들이 두 그루의 나무에 지극정성을 다하고, 이 나무들에 의지와 의미를 듬뿍 부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역시, 마을을 지키는데 한 치의 모자람도 없어 보인다. 심지어 영험함마저 느껴진다.

김포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서는 느티나무가 마을의 정자나무로 자주 등장한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는 그늘이 마련돼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농사에 지친 어른들이 땀을 식힐 수 있는 곳이 바로 느티나무 밑이다.

   
 

❙  '할아버지‧할머니 나무'…동 시간에 서 있지만, 다른 시간이 흐르는 곳

느티나무는 마을을 수호하는 신목이다. 그래서 이곳을 찾아 소원을 빌기도 했는데, 아마도 이들 나무에서 풍기는 영험한 기운 때문이 아닐지 싶다.

그래서인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할아버지‧할머니 나무’가 계신 이곳에 무속인이 심심치 않게 찾는다는…. 그들이 을 찾아 ‘할아버지‧할머니 나무’를 찾아 비는 사연은 각자 다르겠지만, 이곳이 품고 있는 영험한 기운을 받기 위함은 한결같을 것이다.

어디 무속인뿐이겠는가. 옛 우리 어르신들을 가정의 무탈과 마을의 안녕을 빌고자 장소에 구애받는 법은 없었다. 더욱이 마을에 신목이라도 있을라치면, 한 해를 시작할 때나 농사를 짓기 전에, 혹은 집안에 무탈과 마을의 안녕을 위해 이곳을 찾았을 것이다. 요즘 김포가 잘 나가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 옛 어르신들의 기도 덕이 아닐까?

다시 돌아와 ‘할아버지‧할머니 나무’에 대한 애절한(?) 사연이 있을까 싶어 이곳저곳 수소문해 보았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다만, 6‧25전쟁 당시 징용을 피하고자 이곳에 숨어 지냈던 마을 청년들이 몇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유추하건대, 당시 ‘할아버지‧할머니 나무’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소굴로 생때같은 마을 청년들을 희생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해 준 게 아닌가 싶다.

   
 

우리 김포에는 구석구석 상당히 많은 보호수가 있다.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소개한 가금3리 ‘할아버지‧할머니 나무’와 같은 연배를 가진, 500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을 한자리에서 보내온 그러한 공간들 말이다.

이번 주말, 아니 시간을 내어서라도, 김포 구석구석에 있는 우리동네 보호수를 찾아보자. 그곳에서는 물리적인 시간에 서 있는 나 자신에게 다른 시간도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줄 것이다. 아니,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이상한 나라에 폴’이 경험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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