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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구석구석 31 … 겨울, 그리고 김포장릉(金浦章陵)한 폭의 수묵화, 그 끝자락에서 세밑 아쉬움과 새해의 설렘을 달랠 수 있는 곳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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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30  18: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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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는 관내 관광시설 중 이용객이 가장 많이 찾은 곳으로 풍무동에 있는 ‘장릉’이라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상황임에도 약 15만명이 이곳을 방문했으니 김포에서도 으뜸가는 관광명소임은 분명하다.

여러 독자가 이미 알고 있겠지만, 김포장릉은 조선 제16대 왕인 인조의 아버지 원종과 왕비 인헌왕후 구 씨의 능으로 그 아름다움과 고즈녁함 그리고 역사적 의미로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우리의 자랑스런 사적이다.

김포장릉은 사계절 언제 오더라도 후회함이란 없다. 그 중 겨울의 김포장릉은 비경 중 비경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김포 구석구석에서는 세밑의 아쉬움과 새해의 설렘을 함께할, 한 폭의 수묵화도 같은 김포장릉의 겨울을 담아 보았다.

   
 

■ 겨울 그리고 김포장릉, 인조의 효심이 만든 21세기 인스타그램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42개 능이 있다. 그중 2개는 북한 개성에 있는데 ‘제릉’과 ‘후능’이다. 이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 40개 능은 남쪽, 그것도 경복궁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그러나 김포장릉은 한강 건너 위쪽에 자리하는 독특함을 취한다. 모두 인조의 효심 덕분이리라.

과거 왕의 행렬은 경복궁에서 공덕동 로터리로, 그곳에서 마포나루로, 마포나루에서 배를 타고 고촌에 도착한다. 고촌 천등고개는 이곳 풍무동 산 141-1까지 왕의 행차가 이뤄지는데 부모를 뵙기위한 인조의 여정이 눈에 선하다.

기름진 땅 우리 김포. 인조가 이곳에 부모를 모신 이유다. 약 400년 전 일이다.

몇 해 전, 썰렁하던 김포장릉 입구에 근사한 건물이 들어섰는데, 바로 ‘장릉문화역사관’이다. 현대식 건물 안은 그야말로 옛 왕조들의 삶고, 이곳 주인인 원종과 인헌왕후에 대한 이야기로 즐비하다.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석조 또한 왕가의 그것과 다름없이 근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쉴 틈 없이 내리는 눈에 입구부터 소복이 쌓여가는 장릉 어귀를 밟을 수 있다는 건 행운 중 행운이다. 특히 능으로 가는 길 어디서 인증샷을 찍어도 인스타그램 대문을 장식할 만한 작품이 연출되니 꼭 알아두시길 바란다.

   
 

■ 겨울 추위도 잠시 멈춰 묵도하는 곳

누구 하나 밟지 않은 눈길을 걷다보면 참한 연지가 나오는데, 조선시대 여러 왕릉에서 발견된 것과는 다르게 원형에 매우 근접해 있다는 평가다. 봄 이야길 하면 좀 생뚱맞지만, 벚꽃이 필 무렵 연지를 둘러싼 벚꽃과 진달래는 환상의 로맨틱을 자아낸다.

소복이 쌓인 눈이 발밑에서 사각거릴 때쯤 홍살문 사이로 능선이 보이는데, 이 능선이 바로 원종과 인헌왕후를 모신 김포장릉이다.

옛 왕가에 대한 예를 다하니 왕과 왕비의 능이 21세기 겨울에서 온 이방인을 반긴다.

밤새 내린 눈을 오롯이 뒤집어쓴 문무석은 눈사람처럼 보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 역할을 충실히 하다. 왕과 왕비가 반긴다고 기고반장하면 큰코다칠 수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하늘 아래 원종과 인헌왕후의 능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지금도 이러한데, 약 400년전 추운 겨울, 부모를 찾은 인조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의 효심 앞에 겨울 바람이 잠시 멈춰 묵도한다.

   
 

■ 한 폭의 수묵화, 그 끝자락에서 세밑 아쉬움과 새해의 설렘을 달랠 수 있는 곳

겨울과 함께 묵도하고 단아하기 짝이 없는 장릉 숲길을 한발한발 내디뎌 보자. 문득 언제 어디선가 맞닥뜨린, 혹은 누구와 함께 걸었던 경험이 잔영처럼 스칠 터. 잠시 발길을 멈추고 잊고 지냈던 오래전 이야기들이 수런거릴 때가 지금이다.

우선, 연배가 좀 있는 독자라면 가슴 설렌 아픔을 그린 소싯적 영화 「러브스토리(1970)」의 남‧여 주인공 눈싸움 장면을 연상될 것이다. 주제곡과 연출된 이 장면이야말로 세기의 명장면으로 이곳서 충분히 재연출 가능하다.

연배가 좀 덜한 독자라면 작은 도시의 설경을 배경으로 순수하고 깨끗한 눈의 이미지와 함께 메마른 감성을 자극했던 「러브레터(1995)」를 떠올릴 터. 감정선을 따라 진행되는 잔잔한 스토리와 장면마다 그려지는 영상미는 장릉 숲길과 오버랩된다.

다음으로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이거나, 한때 공주의 부푼 꿈을 안고 자랐던 청소년이라면 애니매이션 「겨울왕국(2013)」을 떠올리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엘사와 안나 자매가 천진난만히 뛰놀며 목청껏 노래 부르던 아렌델 왕국 말이다.

어찌 되었건, 겨울 장릉 숲길을 걷노라면 내 자신도 몰랐던 감성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때, 눈싸움도 좋고, 노래를 불러도 좋다. 다 좋다. 허나 감성에 젖은 나머지 조선왕을 모신 이곳에서 “오겐키데쓰카~ 와타시와 겐키데쓰~(잘 지내시나요? 나는 잘 지내요!)”의 대사를 외치는 과오를 남기지 않길 바란다.

   
 

세밑의 아쉬움도, 새해의 설렘을 내색하기도 조심스런 요즘이다. 연례 행상처럼 치러졌던 해넘이와 해돋이를 현장에서 즐길 수 없어 아쉽다 말고, 우리 김포 구석구석에 있을 비경을 이번 연휴에 둘러보는 건 어떨까 싶다.

김포장릉이 아니어도 좋다. 관광명소가 아니어도 좋다. 보이는 만큼 알고,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무심히 스쳤을 우리동네 비경들이 영화의 한 장면 그 이상의 감동을 줄 것이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는다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 비경, 그 끝자락에서 세밑의 아쉬움과 새해의 설렘을 달랠 수 있는 곳 김포장릉을 찾아 주길 바란다.

   
 
   
 
   
 
   
 

* 사진제공 = 김포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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