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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구석구석 50 … 연꽃 진 자리, 하동천비움으로 인해 채워지는 곳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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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0.05  17: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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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려면 비우라 했다. 계절을 채우기 위해 계절이 자리를 내어주는 자연의 섭리처럼 말이다. 

누가 알려준 것도,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도 ‘비우는 것’이 곧 ‘채우는 것’임을 몸소 실천하는 자연에 늘 순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 '동심'을 한스푼 추가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가을로 김포 구석구석이 물들고 있는 요즘, 김포 구석구석 예순 번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연꽃군락지와 함께 생태공간으로 알려진 하동천을 찾았다. 여름 내내 도도한 기품으로 초록 발그레한 속살을 내비쳤던 '연꽃이 진 자리, 하동천'에서 비움으로 인해 채워지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나누워 보자.

   
 

❚ 연꽃 진 자리서 나를 '동심'으로 채울 수 있는 곳

아이러니하지만, 채우기 위해 비우려면 일단 채워야 함이 마땅. 이에 하동천 생태탐방로의 태생으로 채움을 시작해 보자. 일단, 하동천 생태탐방로는 하성면 봉성리에서 양촌면 누산리에 이르는 2.5km의 생태공간이다.

사실 이곳은 1970년대 이전까지는 ‘한강’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한강’ 말이다. 기록에 따르면 본래 봉성산을 돌아서 내려가는 한강이 여러 갈래로 흘렀는데, 1970년대 초 농경지 확대를 위해 간척사업이 시작되고, 이곳 또한 농지로 변했다.

그러나 김포시는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한강의 새끼 강인 ‘하동천’을 메우지 않고 생태공간 활용이라는 탁월한 선택을 도모하고 지난 2011년 총면적 97,686㎡(약 3만 평)에 대단위 연꽃군락지를 비롯해 우리동네 생태길을 조성한다.

생태공간이 마련되자 여러 종의 생물이 이곳을 서식처로 삼기 시작했다.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으나, 암튼 김포시민은 이곳에서 자연생태계를 관찰하는 기회까지 얻게 됐는데, 김포시 보고에 따르면 이곳은 철새의 주요 서식지로 청둥오리, 재두리미, 저어새 등이 이곳에서 관찰된다고 한다.

또한 팍팍했던 일상으로 잠재돼 있던 동심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가 구석구석 마련돼 있는데, 청개구리의 길 안내를 시작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커플(청개구리와 토끼)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와 이들을 시샘하는 다람쥐의 나른함울 엿 볼 수 있는 곳도 바로 이곳이 갖는 남다른 묘미.

참! 아이와 동반한다면 동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닐스’와 그의 기러기를 타고 즐기는 신기한 여행으로 그동안 아이 가슴 한편에 흩어져 있던 어른(부모)의 도리를 채워봄을 추천한다.

   
 

❚ 연꽃 진 자리, 하동천 … 화려한 날은 가고

옛 어른들은 연꽃을 화중군자(花中君子)라 했다. 도도한 기품이 군자에 이른다고 해 붙여진 연꽃의 별명이다. 필경 진흙의 더러움이 물들지 않는 우리네 군자를 빗댄 모습에서 유래됨이 분명하리라.

이를 뒷받침하듯 동양 문화권에서는 연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종교가 몇 있는데, 그중 으뜸은 불교다. 불교에서는 연꽃을 아주 성스럽게 여기는데, 진흙 속에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을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간주한 것이다.

또한, 단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고 그대로 떨어뜨리는 연꽃의 모습에서 악이 있는 그 어떠한 환경에도 절대 악에 물들지 않는, 주변의 부조리에 절대 물들지 않는… 등등의 이유로 불교에서는 연꽃을 귀하게 여긴다.

종교적이 가르침도 가르침이지만, 연잎 위에 우뚝 솟아 발그레한 속살을 내비치는 연꽃의 자태는 누구라도 호감을 표할 수밖에 없는 매력덩어리다. 특히 연꽃 개화 때인 7~8월. 뜨거운 태양 아래 도도한 기품을 뽐내는 연꽃의 자태를 보고는 그냥 지나치는 일 만무하다.

참고로 연꽃은 아침에 잎을 활짝 벌렸다가 오후가 되면 도도한 꽃잎을 접는 특성이 마치 잠을 자는 듯해 ‘잠자는 수련’이라는 애칭도 있다. 그러나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연꽃은 도도했던 제 자리를 비우고, 빈자리는 초록 바다인 연잎으로 채워진다. 그렇게 하동천의 화려한 날은 갔다.

   
 

❚ 비움으로 인해 채워지는 곳 … ‘연꽃 진 자리, 하동천’

동시 작가 하청호 시인은 그의 시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에서 비 오는 날 연잎을 보며 ‘가질 수 없을 만큼 빗물이 고이면 고개 살짝 숙여 빗물을 흘려보내는 것’을 읊조리며 절제된 자연의 편안함(?)을 호소한 바 있다.

시적 화자인 작가는 빗물을 흘려보내는 연잎에 조용히 감응을 받는 듯 보인다. 아니, 어쩜, 작가는 ‘비우는 것’이 곧 ‘채우는 것’이라는 자연의 진리를 자본의 욕망을 앞세우고 있는 우리를 꼬집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아동문학가인 시인 박두순 작가는 시인 하청호의 시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를 떠올리며 자연의 가르침은 도처에 널려 있으므로 눈을 말게 뜨고 있으면 그게 읽힌다며 한 수 가르쳐 준 연잎에 움찔, 욕심에 몸을 떨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연잎을 두고 ‘지혜롭다’라 했다.

“비 오는 날, 오목한 잎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빗물이 고이면 마치 '덜어내야겠군' 하는 생각이나 한 듯 잎을 기울여 빗물을 또르르 굴려 내려버린다.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겸손함으로. 신기하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을까. 가질 만큼만 지니는, 욕심 차리지 않는 마음을. 시인이 연잎에서 건져 올린 값진 의미다”

자연은 ‘가질 만큼만 담는’ 절제된 조화의 아름다움이 있다. 시인들은 늘 이 아름다움에서 생활의 깊은 철학을 발견하나 보다. 부럽다.

   
 

하동천의 화려한 날은 갔다. 그러나 연꽃 진 자리, 바로 그 자리에는 연잎이 초록 물결을 일으킨다. 마치 바다처럼 말이다. 그리고 드문드문 연밥(연꽃의 씨앗/연자(蓮子)/연씨)이 부표가 돼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릴 뿐이다.

우리는 문명의 속도 속에서 인간적인 삶의 ‘안정’과 자연과 인간의 ‘조화의 미’를 향한 서정적 동일성을 찾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 그래서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동심’이다. 동심은 현실이 갑갑하면 갑갑할수록 되살아나 순수함으로 회귀하려는 인간의 본능이다.

이처럼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있는 동심은 늘 절제와 조화의 아름다움을 지향하고 있다. 시인은 시를 통해, 음악가는 음악을 통해서…, 그러나 이도저도 아닌 우리 범인(凡人)들이 할 수 있는 건 ‘연꽃 진 자리, 하동천’을 찾아보는 거다.

이 가을, 시인이 연잎에서 ‘비우는 것’이 곧 ‘채우는 것’이라는 자연의 진리를 찾지는 못하더라도 ‘나(인간의 욕망)’를 버리고 나면 ‘자연(자기성찰)’이라는 더 큰 자연적 안정감을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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