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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구석구석 33 … 염하(鹽河)샛바다 염하의 늦겨울, 두 개의 육지 그리고 두 개의 바다가 짙고 옅음만을 허락하는 곳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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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07  14: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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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입춘도 지났으니 이제 봄을 노래해도 좋으련만, 왠지 가는 겨울이 아쉬운 건 겨울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증거다. 날은 춥고, 눈은 왜 그리도 자주 내리는지, 옴짝달싹 못하게 했던 이번 겨울임에도 말이다.

이렇듯 가는 겨울 끝자락이라도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 들 때, 혹은 훌쩍 혼자만의 겨울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아님 겨울 찬바람에 기억을 정리하고 싶을 때 가볼만한 곳이 없을까 고민했다면 이제 고민은 접자. 우리 주변에 그러한 곳이 있으니 말이다.

이번 김포 구석구석 서른세번째 이야기는 두 개의 육지, 두 개의 바다가 짙고 옅음만을 허락해 만든 살아 숨 쉬는 우리의 샛바다 염하(鹽河)의 늦겨울이다.

   
 

■ 두 개의 육지, 두 개 바다가 어우러진 ‘샛바다 염하(鹽河)’

염하의 바른 표기는 ‘김포강화해협’이다. 해협을 순우리말로 ‘샛바다’라고도 하는데 ‘샛’은 ‘사이+~의’의 형태로 ‘바다’와 결합해 만들어진 단어다. 즉, 두 개의 육지와 두 개의 바다가 하나로 어우러진 곳을 뜻한다.

우리 것으로 재해석하면 염하는 육지인 김포와 강화의 두 육지 사이를, 그리고 바다인 서해와 시원의 강인 조강(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어우러진 곳) 사이를 오가기 때문이라 짐작할 수 있다.

김포의 염하는 대곶면 대명리에서 월곶면 포내리까지 약 14km로 평화누리길1코스와 맞물린다. 시작부터 끝까지 철책을 끼고 있는 이 길은 ‘염하강철책길’로도 불린다. 우리나라는 물론 지구촌에서도 유일한 이념을 사이에 둔 철책 길이다.

철책을 끼고 덕포진 언저리에 도착하면 손돌목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휘감는 거센 물줄기에서 뱃사공 손돌의 충심이 어른어른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곳이 바로 부래도다.

   
 

■ 짙고 옅음만을 허락하는 한 폭의 묵화(墨畫)

한강물에 떠밀려 내려왔다는 전설을 가진 부래도는 무인도다. 한국전쟁 전까지 덕포나루와 활발한 왕래가 있었단다. 지금은 부래도를 스치듯, 혹은 간질이듯 흐르는 염하에게 그 소식과 안부를 전할 수밖에 없어 짠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곳은 철책으로 인해 오염 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너무도 감사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겨울 끝자락에 서 있는 이즘 이곳은 두 개의 육지와 물길이 창작한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먹그림 묵화(墨畫) 말이다.

색을 가하지 않고 단지 먹으로만 그리는 묵화는 흑과 백의 조화를 통해 짙고 옅음만을 허락한다. 지금부터 작품 감상을 제대로 할 때다. 눈을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이곳의 풍광은 분명 신(?)이 우리에게 준 최대‧최고의 선물이리라.

   
 

■ 자연 그대로 담아 남기고 싶은 곳

서해는 밀물 때의 틈을 타 ‘철퍼덕, 철썩’하며 너울댄다. 이 기회를 놓칠까 싶어 빼꼼히 내려앉은 해는 세상에 둘도 없는 보석을 수면에 뿌리며 제 민낯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바쁘다.

썰물 때는 또 어떠한가. 북쪽 월곶에서 남쪽 황산도로 흐르는 염하 중간부분은 해수면 높이 차가 만들어 바닥을 드러내는데 이 또한 가관이다. 이때를 놓칠까 싶은지 철새들의 자맥질은 누구의 눈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리도 아름다운 풍광, 아니 한 폭의 동양화를 보고 어찌 놓칠 수 있을까. 요즘처럼 기술이 발달한 세상에 손에 쥐고 있는 휴대전화로 간단하게 멋진 풍광을 담을 수 있다는 건 복 중에 복이다. 어디를 배경으로 잡아도 일명 ‘작품’이라는 게 연출되니 이참에 한번 창작해 보는 게 어떨지.

허나, 하나만 기억하자.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혹은 훌륭한 사진이라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에 비하면 초라할 따름이다’라 말한 어느 사진작가가 했던 충고 말이다.

   
 

■ ‘창지개명’이 고스란히 남은 곳 … ‘Rivière Salée’

이번 김포 구석구석 서른세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전, 우리 염하에 대해 집고 넘어갈 게 있다.

가물가물하지만 소싯적 국사시간을 떠올려 보자. 때는 1866년. 당시 조선은 포교 활동하던 프랑스주교 9명을 사형한다. 역사는 이를 ‘병인박해’라 했다. 자국민의 처참한 사형에 프랑스는 군함 3척을 서해를 통해 한강까지 올려보낸다. 바로 ‘병인양요’의 서막이다.

이때 지명 염하의 열쇠는 프랑스군 해도가 가지고 있다. 이 해도에 따르면 김포와 강화 사이 수역을 ‘Rivière Salée’로 기록하고 있다. 번역기를 돌려보니 Rivière는 ‘하천’을, Salée는 ‘짠/염분이 있는’을 뜻하는데, 즉 ‘소금강’이라 여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1년 후, 일본은 이 해도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일본어로 번역에 나선다. 그리고  ‘Rivière Salée’ '소금강' 그대로 ‘염하鹽河’로 직역한다. 일각에서는 이 일을 두고 우리 땅을 일본식 이름으로 바꾼 ‘창지개명’의 시초라고도 보고 있다.

   
 

사연이 이러함에도 어쩌지 못하고 우린 아직도 염하를 염하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참에 우리만이라도 염하를 ‘김포강화해협’ 또는 ‘김포해협' 그도 아니면 '김포샛바다’로 불러주는 건 어떨지.

어찌되었건, 겨울을 만끽하지 못해 왠지 공허함을 느낀다거나, 그래서 겨울 끝자락이라도 매달리고 싶다 거나, 혹은 너무도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에 무상함을 문뜩 느끼고 있다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애국심을 부추겨 지명에 대한 관심을 보여 우리 지척에 있는 염하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흑과 백, 두 색으로 짙음과 옅음만을 허락하는 두 개의 육지와 두 개의 바다가 만나 하나로 어우러지는 곳. 밀물과 썰물이 만든 작품 샛바다 염하. 염하는 이미 늦겨울의 적막에서 새 생명의 움트는 봄을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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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하의 창지개명, 인상 깊습니다.
이를 음미하니 '김강샛바다'가 좋을 듯합니다.
용비어천가에는 착량(窄粱)이라 하나 사문화되어 대중화하기 어렵겠고,
'해협'이란 단어를 피한 이유는 넓고 큰 바다와 같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나 하는 점 때문입니다.

(2021-02-25 00: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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