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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구석구석 54 … 누들로드Ⅱ혀가 아닌 추억으로 느끼는 김포만의 맛 '어탕국수'를 찾아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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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4.19  16: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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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강을 끼고 있는 고장에서는 천렵(냇물에서 고기잡이하는 일)을 즐겼다. 이때 모래무지, 피라미, 꺽지, 붕어, 메기, 미꾸라지 등 민물고기를 잡아 고추장과 함께 솥에 넣고 끓이면 얼큰한 탕이 되는데, 여기에 밥을 말면 어죽, 수제비를 넣으면 털레기(혹은 어탕수제비), 국수를 말면 어탕국수가 된다.

시대가 변해서 지금은 이들이 특별한 보양식 개념이지만, 먹을 게 귀하던 시절 갓 잡은 민물고기를 뼈째 갈고 양을 늘리기 위해 부재료를 많이 넣고 푹 끓인 후 거기다가 밥이나 구수 등을 말아 먹었으니 여러 사람이 나눠 먹으며 배를 채우는 데는 이만한 음식도 없었으리라.

고장마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다른 장맛처럼 우리 김포지역에서도 민물고기를 이용한 우리만의 고전적인 맛을 간직하고 있을 터. 이번 김포 구석구석 쉰네 번째 누들로드Ⅱ에서는 혀가 아닌 추억으로 느끼는 어탕국수의 정설로 남아있는 우리 김포만의 맛을 푸짐하게 대접한다.

   
 

❙ 7시간 푹 고은 정성의 맛 … 통진, 연우정 어탕국수

첫 번째 대접할 곳은 통진읍 서암리에 있는 <연우정 어탕국수>다. 48번 국도 따라 월곶 가기 전에 벽돌집 지붕 위에 붉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연우정 어탕국수‧어죽’이라 쓰인 집을 발견하게 되는데, 오늘 우리가 대접받을 바로 그곳이다.

연우정의 어탕국수의 주재료는 생물 메기에 민물새우와 참게다. 이들은 소고기 돼지고기보다 단백질과 미네랄 함량이 매우 우수해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또한 이들을 가마솥에 넣고 장작 7시간이라는 정성을 곁들여 내온 연우정 표 어탕국수가 탄생한다.

어탕국수라고 하지만, 그래도 국수의 면발은 무시할 수 없는 일. 큼직한 뚝배기에 가득 담겨 나온 어탕국수의 면발부터 살피니 다른 집과 차이가 분명히 있긴 한데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러한 손님들이 많았는지 테이블마다 주인장이 써놓은 듯한 메모가 보인다.

“연우정 어탕은 이미 메기를 충분히 넣어 걸쭉하답니다. 연우정은 국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국수를 삶아서 깨끗이 헹구어 준비합니다”

건면을 바로 넣고 끓이면 전분과 염분 성분으로 짜고 걸쭉해져 번거롭더라도 면을 삶아 전분과 염분 성분을 제거한 후 탕에 넣어 손님상에 올린다는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 여기에 식사 내내 흐르는 음악은 도심지 카페가 서러워할 정도다.

   
▲ 연우정 어탕국수.

❙ 31년, 역사로 정설이 된 맛 … 대곶면, 상마리 어탕국수

지금부터 31년 전인 1993년 첫 손님을 맞은 <상마리 어탕국수>는 한 번도 안 와본 이는 있어도 한 번만 와 본 이는 없을 정도로 전설적인 집이다. 31년 전이니, 강산이 3번이 변하는 동안 맛도 변했을 법한데, 이곳 어탕국수는 옛 맛을 고스란히 살려 어탕국수의 정설이 된 집이기도 하다.

이 집 어탕국수의 포인트는 ‘가마솥’이다. 앞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우리네 옛 어르신들은 강이나 냇가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가마솥에 푹~ 고아 허기진 배도 채우고, 몸보신도 살폈다. 그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이곳은 가마솥을 손님상에 직접 올린다. 물론 옛 가마의 미니어처 급으로 말이다.

주방에서 손님상으로 배달돼 온 가마솥 안에는 푹~ 고아진 민물고기와 각종 채소가 서로 뒤엉켜 부글거린다. 상에 미리 준비된 휴대용 버너에서 다시 한번 부글부글하는 동안 체면을 잃을 수 있으니 이점 염두에 두길 바란다.

잠시 후 숨바꼭질 중이던 국수를 찾아 앞접시에 올리고, 얼큰하고 걸쭉한 육수 한 국자를 얹힌 다음 직접 담근 김치 한 쪽 올려 흡입… 이때 체면은 옆집 개나 줘버리는 게 좋다.

31년의 경험으로 어탕국수의 정설이 된 ‘상마리 어탕국수’. 이곳은 ‘민물고기는 비리다’라는 속설을 깬 덕에 MZ세대도 거리낌 없이 찾아 한 솥 하는데, 어탕국수 하나만으로 정설이 된 데에는 다양한 손님의 입맛까지 살뜰히 살핀 마음가짐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상마리 어탕국수.

❙ 주인장의 정직한 손 맛 … 북변동, 오미

김포의 맛을 찾아 떠난 누들로드Ⅱ_어탕국수는 북변동에 있는 <오미>에서 대미를 장식하려 한다. 위에 소개한 두 집과는 다르게 시내 중심에서 어탕국수를 맛볼 수 있다는 게 다소 생뚱맞아 보이지만, 주인장의 정직한 손맛으로 오히려 그 생뚱맞음이 생뚱맞다.

오미는 중년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이 집 어탕국수는 한 번 맛보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마력의 맛을 가진다. 아마도 몸보신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잉어와 붕어 그리고 다양한 한방 약제를 넣고 5시간 고아낸 육수를 사용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주메뉴를 포함해 밑반찬은 국산 재료를 사용해 안 주인이 직접 만드는 정직함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5시간을 푹~ 고아 걸쭉해진 육수에 고추장과 갖은양념으로 칼칼함을 더하고 여기에 신선한 채소와 소면을 넣고 한번 후루루 끓인 후에야 손님상에 오르게 된다. 이를 본 대부분 황홀경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말문이 막힐 정도로 침샘이 활발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슬고슬하게 지은 즉석 솥 밥을 손님상에 올려 다른 집과 차별화를 두는데, 그 밥맛 또한 일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옛날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김포금쌀 추정(아끼바레)미를 김포농협미곡종합처리장에서 대놓고 사용했으니, 밥맛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게 뻔하다.

   
▲ 오미 어탕.

오래전, 아주 오래전, 강을 터전으로 삼았던 우리네 어르신들에게 물고기는 국으로 탕으로 유용한 음식 재료였으리라. 어탕국수의 기본은 ‘천렵국’에서 비롯되는데, 냇물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고추장과 함께 솥에 넣고 끓여 허기진 배를 채웠다. 한마디로 어탕은 김포의 대표 음식 그 자체였다.

사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어탕은 ‘털레기’로도 불리는데 농촌진흥청 향토음식 홈페이지에는 어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미꾸라지탕(민물고기)에 갖은 야채(채소)와 국수, 양념류 등을 털어 넣는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이는) 경기도 서북부의 거의 전 지역에서 향토 음식으로 전해 오고 있으며, 재료나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고추장을 넣어 조리하는 방법은 거의 같았다”

그렇다면 어탕의 원조(?)는 삼면이 물로 둘러싸인 김포라 해도 과언이 아니건만, 이들은 뜬금없이 고양시의 향토 음식이라고 정의한다. 경기 고양(시) 토박이 노인들은 풀이하고 있다라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만의 맛으로 특허등록이라도 해놓아야 할 판이다.

암튼, 물 좋고, 인심 좋고, 정 많은 우리 김포에서 혀가 아닌 추억으로 느끼는 어탕국수의 정설을 전 국민, 전 세계인에게 대접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하며, 그에 앞서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김포만의 맛 어탕국수로 효도 한번 걸쭉하게 해 보자.

   
▲ 연우정 어탕국수.
   
▲ 연우정 어탕국수.
   
▲ 연우정 어탕국수.
   
▲ 상마리 어탕국수.
   
▲ 상마리 어탕국수.
   
▲ 상마리 어탕국수.
   
▲ 오미 어탕.
   
▲ 오미 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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