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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구석구석 53 … 김포 누들로드소박한 그릇, 따스한 국물, 간소한 반찬으로 소박했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곳들
양미희 기자  |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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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2.23  16: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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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국수는 잔칫날 먹는 대표적 음식이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잔치국수’다. 쫄깃하게 삶은 면을 구수한 장국에 말고, 갖은 고명을 얹어 내오는 국수 한 그릇은 최고의 대접 음식이었다.

국수의 긴 면발은 무병장수를 상징하는데, 사람과의 인연, 하늘과의 인연이 곧고 길게 이어지길 바라는 우리네 정서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생일날, 혼례, 환갑 등 일생일대의 축하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이 바로 국수다.

조리법은 간단해 보여도 우려내는 육수에 따라, 삶아진 면발에 따라, 얹히는 고명에 따라 맛과 멋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닌 잔치국수. 지금부터 소박한 그릇, 따스한 국물, 간소한 반찬이 어우러진 면상을 김포 구석구석 쉰세 번째 이야기에서 대접한다.

   
 

❙잔치국수의 정석 … 양촌, 수현식당

김포 누들로드의 첫발은 양촌읍 석모리 옛길에 있는 ‘수현식당’부터 내디뎠다. 혹자들이 국수 이야기의 첫 번째 주인공이 왜 식당에서 출발하느냐 물으면 할 말은 많다.

오래전 일이다. 양촌읍 석모리에 있던 이곳은 시골 마을 사람들의 조달청(?) 역할을 했던 곳이다.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이 마을에서 유일한 상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국수를 삶아 손님에게 대접하게 되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 순식간에 ‘김포의 맛집’이 된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국수를 쫓는 식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아마도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국수의 정석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육수는 잔치국수의 기본인 대멸치와 디포리로 우려냈을 법하다. 여기에 면발에 탄력이 있는 걸 보면 소면보다는 중면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면은 뜨거운 육수와 만났을 때 탄력 유지는 물론 씹는 식감까지 좋아 잔치국수용으로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 위에 호박 당근 등의 채소와 유부, 김 가루, 깨소금 등 넉넉한 고명들이 조화롭게 올려진다. 무엇보다 주인장의 인심만큼이나 푸짐한 양이 대미를 장식한다.

여기에 기호에 따라 곁들이면 좋을 장과 주인장이 직접 담근 김치. 그리고 그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단무지의 새콤달콤함을 곁들인다면 이곳이 왜 잔치국수의 정석이었는지를 단방에 알아차릴 수 있다.

소박한 그릇, 따스한 국물, 간소한 반찬, 그리고 주인장의 넉넉함이 어우러진 ‘수현식당’.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雨水)절기에 찾아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풀기에 딱! 인 곳이다.

   
▲ 양촌읍 석모리 옛 길에 있는 '수현식당'의 잔치국수.

❙면의 정통 ‘생면’ … 하성, 정통국수집

국수라는 단어의 어원은 밝혀진 바는 없지만, 중국어 학습서인 『번역노걸대/飜譯老乞大』에서, 조선후기 국어 어원을 해석한 연구서인 『동언고략/東言考略』에서 국수와 면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들을 통해 국수가 오래된 한민족의 고유 음식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럼, 예전에도 지금처럼 건면을 사용했을까? 아님, 생면을 사용했을까? 건면과 생면의 차이는 반죽 후 면발 상태의 그대로이냐, 아니면 바람으로 자연 건조 시키느냐의 차이다. 잔치국수는 일반적으로 건면을 사용하는데, 하성면에 있는 ‘정통국수집’은 생면을 사용해 차별성을 둔다.

주문과 동시에 상에 차려지는 꽁보리밥과 된장, 그리고 호박죽에 동공이 흔들렸다. 식전 손님의 식욕을 돕기 위해 마련한 애피타이저라고 보기에는 성찬이었기 때문이다. 주인장의 세심함에 감사하고 꽁보리밥에 된장을 조금 넣어 쓰윽쓰윽 비빈 후 크게 한 입 넣으면 “음~” 할 말을 잃게 된다. 이어 달달한 호박죽은 꽁보리밥으로 얻었던 거친 식감을 감미롭게 희석해 준다.

애피타이저로 호강했으니, 본 게임도 기대가 앞선다. 생면은 열을 가하거나 냉동처리를 하지 않아 그 어느 면보다 가장 신선하고 담백하다는 걸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건면과는 달리 인고의 숙성시간을 거쳤기에 부드러운 식감도 기대된다.

드디어 주인공 등장. 큰 사발에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김을 거치고 나니 생면 위로 계란 지단 그리고 당근과 김가루가 색의 조화를 이룬다. 사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은 통배추김치를 올리고 젓가락으로 돌돌 말아 한입 가득 넣으니, 봄눈 녹듯 녹아내린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정통’은 따로 있다.

   
▲ 식욕을 돕기 위해 마련한 애피타이저인 꽁보리밥과 호박죽.

❙국수+고기 … 통진, 김포돔베 국수집

세 번째 누들로드는 통진읍에 있는 ‘김포돔베 국수집’이다. ‘돔베’는 제주 방언으로 ‘도마’를 뜻한다. 즉, 돔베고기는 도마에 올려져 나오는 고기라 생각하면 된다.

돔베는 그렇다 치고, 흔히 고기는 냉면에 싸서 먹어야 제맛이다. 그런데, 이곳은 고기를 국수에 싸서 먹는다. 참으로 독특한 궁합이다. 또 독특한 건 냉면집에서 볼 수 있는 육수다. 커다란 육수 통에서 받아온 육수로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 전 먹었던 추억을 이곳에서도 쌓을 수 있다.

대멸치와 대파 그리고 양파 등의 채소로 장시간 우려냈을 듯한 육수는 본 메뉴가 나오기 전까지 손님들의 조바심을 다스리기에 제격이다. 따스하고 고소한 육수 한 사발로 몸을 녹일 때쯤 본 메뉴인 국수+고기가 대령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여느 국숫집과 다른 이 집만의 독특한 모습이 포착되는데, 젓가락이 국수와 함께 꽂혀 나온다는 것이다. 아마 젓가락의 온도까지 생각했을 주인장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흡족한 마음에 이제 맛을 볼까 하는데, 잔치국수는 휘휘 젓지 말고 한 젓가락씩 풀어서 드시라는 안내 문구에서 또 독특함을 느꼈다. 처음부터 저으면 쫄깃함이 빨리 사라진다는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로 이 또한 만족스럽다.

주인장의 배려로 우선 숯불고기를 하나 들어 면발에 올렸다. 그리고 주인장의 말처럼 한 젓가락씩 풀어 면발을 돌돌 말아 한입 크게 넣었다. 음~ 냉면과 고기와의 조합은 ‘저리 가라’다. 구수한 육수를 입은 쫄깃한 면발과 불맛 나는 고기의 조합. ‘국수 혁명’이라는 말을 감히 사용한대도 모자람이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48번 국도와 이웃하며, 강화로 서울로 오고 가는 이들의 허기진 배를 달랬을 이곳 ‘김포돔베 국수집’.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 내리는 날 불맛 한번 제대로 보는 걸 강추한다.

   
▲ 돔베 위에 올린 고기를 국수 위에 올려 먹는 '김포돔베 국수집'의 잔치국수.

허영만 선생은 ‘식객 19. 국수 완전정복’에서 “최고의 식재료로 대접받던 시절 쫄깃한 면을 뽑아 구수한 장국에 말고 갖가지 고명을 얹은 국수 한 그릇이라면 최고의 접대 음식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후루룩 후룩’ 면발 끌어올리는 소리도 경쾌하고 매끄러워 어깨가 들썩이는 정겨운 잔치 분위기에 제격인 다분히 한국적인 음식이라 할 수 있다”라며 잔치국수를 정리했다.

그러면서 “경사스러운 날에 먹는 음식이니 잔치국수만큼은 최대한 복스럽고 신명 나게 한 그릇 뚝딱 해치워야 한다”라고 전했다.

지금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잔치국수. 소박한 그릇, 따스한 국물, 간소한 반찬이 어우러진 김포의 국수들. 어쩌면 허례허식이라는 거품은 거둬내고 인간적인 마음으로 교류하자는 우리네 조상들의 지혜를 담고 있는 건 아닌지.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아 흐른다는 우수절기. 시기가 시기인 만큼 김포 구석구석에 있는 우리네 국수들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최대한 복스럽고 최대한 신명 나게, 어깨가 들썩이는 정겨움과 함께 ‘후루룩 후룩’ 면발을 끊다 보면 소박했던 자신의 옛 모습이 어느새 찾아와 있을 것이다.

   
▲ 양촌읍 석모리 옛길에 있는 '수현식당'
   
▲ 수현식당 잔치국수에 섞는 갖은 양념장.
   
▲ '수연식당'의 잔치국수 풀코스.
   
▲ 하성면 동을산리에 있는 '정통국수집'.
   
▲ '정통국수집'의 ㅓ생면 잔치국수 풀코스.
   
▲ 통진읍 마송에 있는 '김포돔베 국수집'
   
▲ '김포돔베 국수집'의 숯불 돔베고기.
   
▲ '김포돔베 국수집'의 돔베 잔치국수 풀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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