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에 전국 33번째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71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오후 6시 김포한강신도시 중앙공원 금빛수로 광장에서 열린 제막식에는 300여 명의 시민이 역사의 한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자리를 함께했다.

김포 평화의 소녀상은 188마일의 남북 간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접경지역 최초로 세워졌다는 의미가 있다.

같은 날 오산에서도 시청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평화의 소녀상은 올 8월에만 전국 열 곳에 세워질 예정이다.

제막식 당일인 14일은 25년 전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범죄를 전 세계에 고발하며 절규했던 날로 '세계위안부기림일'이다.

이후 일본의 반성과 진심어린 사과, 배상을 요구하는 수요집회가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됐으며 현재까지 1,243회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UN인권이사회와 국제사면위원회 보고서, 2000년 열린 일본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 판결문은 일본군 '위안부'를 명백한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결의안이 미국 하원과 EU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통과됐으며 특히, 미 하원은 당시 결의안에서 '⑴ 1930년대부터 2차 대전에 이르는 아 · 태 지역 식민 통치 기간 동안 일본군이 '위안부 여성'으로 알려진 젊은 여성들을 노예화한 것에 대해 명백하고도 모호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식 인정하고, 사죄하며, 역사적 책임을 수용해야 한다. ⑵ 일본 총리가 공식 자격으로 공개 성명을 통해 사과한다면 과거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성명의 성격 및 진정성에 대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의문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⑶ 일본군을 위한 위안부 여성의 성 노예화와 인신매매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명백하고도 공개적으로 부인해야 한다. ⑷ 위안부 여성에 관한 국제 사회의 권고를 따르는 동시에 잔혹한 동 범죄에 대해 현재·미래 세대를 교육시켜야 한다'며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고 권고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 되묻지 않으면 잊혀지는 것이 기억"이라며 "친일 청산과 과거 극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과정이다. 나라를 팔고, 동족을 배반하고,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과거를 제대로 극복 안하면 정의도, 평화도,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학생 대표로 나선 최다솜 양곡고 3학년 학생은 "의미있는 날에 이자리에 서게 돼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 안됐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며 "세계 여러나라에서 소녀상을 세우고 있고 수요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어 언제간 일본으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많은 학생들이 김포에 평화의 소녀상 세워진다고 홍보하기도 하고 체육대회 때 번 돈을 전액 기부하는 등 한뜻으로 모여 세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소녀상이 세워진 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어디에 세워진 지 모르는 곳도 많다. 지역 단체와, 무엇보다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엄민용 추진위 공동대표는 "청소년들이 평화소녀상 건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기성세대의 화답은 부족했다"며 "그럼에도 지난 8개월의 노력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김포시민이 됐다. 소녀상 건립은 아픈 역사를 잊지말자는,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이자 약속"이라고 말했다.

유영록 시장은 "소녀상 건립을 위해 정파 , 여야를 떠나 지역의 많은 분들이 뜻을 함께 해주셔서 고맙다"며 "제막식이 중한 게 아니라, 앞으로 이곳의 평화의 소녀상이 외롭지 않게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공원 이름도 평화가 담긴 공원으로 하려고 한다. 장기도서관과 연계해서 이곳을 평화의 성지가 되도록 함께 하겠다"며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것은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것이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고, 지금 경색 되어 있는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와 통일을 준비하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유영근 의장은 "아픈 과거, 위안부 (문제를) 절대 잊지말아야 한다"며 "아픈 과거사를 치유하고 기억하고자 뜻 깊은 행사가 준비됐다. 성금 모금에 한푼한푼 열과 성의를 다해준 김포시민께 고맙다. 위안부를 늘상 뇌리에 기억하며 아픈 과거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외순 교육장도 "기억하고, 다짐하고, 실천하는 뜻 깊은 오늘을 잊지 않고 명예로운 김포시민과 학생들이 평화와, 잊지 못할 일제의 만행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교육과정에 녹아내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참석자들은 노래 '우리의 소원'을 합창한 뒤 끈을 함께 잡아당겨 김포 평화의 소녀상을 제막하고 헌화했다.

한편, 추진위는 기금 납부 단체와 시민들의 이름을 새긴 명판 제작비 마련을 위해 당초 14일 닫기로 했던 기금모금 계좌를 이달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