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단수 사태의 원인과 책임 당사자로 지목 된 김포시상하수도사업소 고촌정수장 유압밸부 개폐 스위치.

수돗물 단수사태 발생 24일 만에 상하수도사업소에서 나온 김포시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그 흔한 브리핑 한 번이 없이 어물거리다 마지못해 내놓은 면피용 글 어디에도 ‘사과’ 두 글자가 없다.

“시민들의 고통에 공감”한다거나 “주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했다는 게 다다. 주어가 불명확하거나 없다.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구사한다는 유체이탈 화법이다. 

김포시의 발표 입장은 일왕의 ‘통석(痛惜)의 염(念)’에 다름 아니다. 통석의 염은 `마음 아프고 슬프다'는 뜻으로 1990년 5월 아키히토 일왕이 방일 중이던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과거사와 관련해 한 발언이다. 일본에서도 잘 안 쓰는 표현이어서 진정성 논란이 일었었다.

사과는 ‘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사과로 받아 들여야 사과다. 하지만 일본은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치밀하게 계산한 애매한 단어를 썼고 이번 김포시의 입장 발표도 같다.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는 없겠으나 당사자들은 ‘별거 아닌 일이 크게 번져서’ 억울하고, ‘사과할 사람이 내가 아니어서’ 또 억울한 건 아닐까. 책임 인정이 징계와 보상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작용했을 게다.

유영록 시장은 지금 해외에 체류 중이다. 11월 10~19일 스웨덴 스톡홀롬을 방문해 바그함마르셀드 재단의 평화상생 프로그램을 김포평화문화도시 사업에 접목시킨다며 떠났다. 

사고조사단의 잠정 결론이 나온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사고원인은 커녕, 원인 규명 지연, 대응 과정, 재발방지 대책 등 사과는 물론, 이번 사태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이 갔다.     

앞서 수돗물 단수 사태 수습기간이던 10월 26~31일에는 일본 후쿠오카시에서 ‘2015년 아시아 도시 경관상’을 수상하고 김포상공회의소와 베트남, 태국 시장을 둘러봤다.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도 김포상의 시장개척단과 함께 중국에 있었고 시청 공무원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김포 메르스 상황에 대해 시민들에게 쉬쉬했다.

2월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일주일 뒤에도 7박8일 일정으로 청목회(전국 청년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이탈리아로 문화시찰차 출국했다.

시장이 시정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해외에 나갈 수 있다. 공무를 보기 위한 공가든, 휴식을 위한 연가든 법정 일수 내에서 필요한 만큼 쓰면 그뿐이다. 꼭 필요한 때 눈치를 보며 나갈 일을 안 나가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잦은 출국만큼이나 시정 공백에 대한 우려와 지적 또한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수시로 보고를 받고 필요한 사항을 지시한다지만 “그럼 시장은 왜 뽑아 놨나, 그럴 바에는 재택근무를 하라”는 비아냥도 어쩔 수 없다. 

'모두 필요한 일정들인데 꼭 해외 출장 전후로만 사고가 터진다'고 시민들에게 푸념할 수 있을까. 공직은 윗사람의 오더 없이는 서류 한 장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책임 때문이다. 하물며 시장이 자리를 뜨면 국과장은 물론 계장들의 엉덩이도 들썩거리는 게 김포시정의 민낯이다.    

더욱이 이번 출국은 순서와 타이밍에서 더 잘못됐다. 이번만큼은 단수 사태로 불편과 손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먼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뒤 나가는 게 도리였다. 3선도 아닌 김포 최초 재선 시장의 배짱 치고는 과하다.

수도과장도, 상하수도사업소장도, 시장도 아니라면 대체 이번 사태는 누구의 책임인가. 모든 원인과 책임이 단순 ‘밸브 오작동’이라며 어물쩍 넘기는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은 해당 밸브를 찾아가 사과를 받아야 할 처지다. 

AI, 메르스, 포격도발 불꽃놀이에 이어 이번 단수 사태까지 유 시장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시민들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 

사과는 용기고 타이밍이고 책임의 발현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법규무시, 안일대응 등 아직까지도 켜켜이 쌓여 있는 대한민국의 적폐를 고스란히 보여줬지만 대통령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사고였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을 통괄하는 최고책임자로서 뒤늦게라도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환경 사고는 경제환경국장, 체육시설 사고는 복지문화국장, 배수장 사고는 안전건설국장, 수도 사고는 상하수도사업소장이 책임자라는 도식을 시민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란 민심 배반의 상황 인식이 어떻게 국민의 저항을 받았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시정의 총괄 책임자는 시장이 맞다. 그 책임을 지겠다고 모두들 4년마다 고개를 조아리며 선거를 치르는 게 아닌가.

대 시민 사과를 주위에서 말렸든지, 본인이 망설였든지, 시간이 흘렀으니 그냥 넘어가자는 분위기였든지 정치인 유 시장은 물론, 김포 시민 모두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백성을 돌보는 목민관이 마음에 새겨야하는 글, 목민심서를 관통하는 핵심 뜻은 행장을 꾸릴 때부터 ‘백성의 관점과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단 하나다.

김포에서 벌어진 단수 사태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평화, 문화를 배워 오겠다며 유럽으로 떠난 시장을 보는 시민의 마음이 어떻길 바랐는지 그 생각이 몹시 궁금하다.

다음은 김포시상하수도사업소의 11일자 보도자료 전문. 

<김포시 단수 재발방지에 총력>

김포시 상하수도사업소(소장 유승환)은 지난 10월 19~21일(38시간)까지 김포시 일부지역 단수와 관련해 시민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재발방지대책 추진에 전력을 다하고 있음을 밝혔다.

지난 단수는 고촌정수장 정수지 전동밸브 오작동으로 인해 송수펌프실로 물이 유입되어 펌프가 작동되지 않음으로써 김포시 일부지역 20,876세대에 수돗물 공급이 되지 않아 주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상하수도사업소에서는 단수사고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상수도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을 구성하고 10. 27일부터 11. 3일까지 6일간 정밀점검을 실시했다.

조사결과, 정수지 유입밸브의 자기유지접점 오동작*으로 여과수가 정수지로 전량 유입되지 못하고 점검구로 역류함으로써 지하 공동구를 통해 송수펌프실로 유입된 것을 확인했다.
  * 자기유지접점 오동작 : 열림 동작신호와 동시에 자기유지가(50~60sec 동안) 지속되어 밸브가 100% 열려야하나 누르고 있는 시간만 밸브가 동작하고 중간에 멈추는 현상

상하수도사업소에서는 이와 같은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하여 금년 예산을 최대한 활용하여 송수펌프실 침수대비 경보시스템 4대, 정수장내 주요 전동밸브 보호커버 설치에 착수했다.

또한, 중앙통제실용 모니터링 CCTV 9대, 대용량 비상 배수펌프 4대와 예비용 송수펌프 3대에 대한 사업비를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비 지원을 통해 사물인터넷 지능화 정수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시민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단수사태의 재발 방지와 맑은 물 공급에 최선을 다할 각오임을 재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