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안 할 권리도 임용 때 줬어야 했다. 정년을 늘리고 투잡을 할 수 있게 해주던가. 임용 당시와 노후가 달라졌다. 누가 소송이라도 해야하는 거 아닌가!"(임용 8년차)

"우리는 10년만 가입하면 받는 국민연금과 달리 20년 이상 납입해야 한다. 그마저도 중간에 그만두면 연금이 없다. 지금도 야간수당 1시간씩을 국가가 떼먹는데 엄밀히 말하면 노동법 위반이다. 연금 때문에 꾹꾹 참고 살았는데..."(22년차)

"어느정도 조정은 생각했지만 이건 공무원들을 절벽으로 미는 거다. 연금 받으려면 기를 쓰고라도 65세 이상 살아야 된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5년 동안 뭘 먹고 살란 말인가. 후배들이 안쓰럽다."(31년차)

27일 오후 2시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발표되자 김포시청 옥상과 복도에 모인 공무원들의 푸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기존 보다 '더 내고, 덜 받고, 더 늦게 받는' 것으로 요약된다. 여당은 재정부담이 너무 크다며 정부안 보다 공무원 부담을 더 늘리고 연금액은 깎았다.

그나마 5년 안에 퇴직하는 1959년 이전 출생 공무원은 기존 혜택이 어느정도 유지된다. 구 체제가 베이비 부머 세대(45~65년생)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다. 현재 시청과 시의회 61명 실·국·과장 중 30여명이 59년 이전 생이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의 허리인 계장(6급 주사)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행 60세인 정년이 늘지 않으면 10여 년뒤 옷을 벗고도 5년 이상을 기다려야 연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초임 당시 '박봉 생계'의 고비를 넘고, 상사의 '채근과 등쌀', 부하직원의 '눈칫밥'을 먹으면서도 버텼지만 이제 남은 건 '퇴직과 노후불안 뿐'이라는 넋두리다.

갓 입문한 공무원의 시름도 크다. 정년과 노후 보장 두 축 중 한 개의 '철밥통'이 날아가면 공직 메리트(잇점)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신규 임용 뒤 더 좋은 공직으로 옮긴다며 사표를 썼지만 이제는 사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신림동의 수많은 공무원 수험생들도 국민연금 수준의 연금에 실망해 짐을 쌀 판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은 1960년 공무원연금법 제정 이후 역대 정부마다 개혁대상으로 꼽아 왔지만 당사자들의 반발 속에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현재 전국의 공무원수는 100만명에 달하고 그 가족까지 합하면 수백만명이다. 이는 곧 선거 때 표를 의미하고 공무원연금법 개혁이 번번이 무산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좀 달라 보인다. 개헌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와 청와대, 여당 대표까지 나서 공무원연금 개혁에 방울을 달았고 그대로 밀어부칠 기세다.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지지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높다.

물론 총궐기를 예고한 공무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분간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관가의 술렁거림은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