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김포시의회 북카페에서 열린 '애기봉 등탑 복구 반대 및 대북전단살포 불허 촉구' 기자회견장.

"새누리당 시의원들은 왜 안보입니까?"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시의원들은 예상했던 질문이라는 표정이었지만 추가 질의가 이어지자 곤혹스러워 했다.

"국회의원 (사과)부분을 제하고 날짜를 다시 잡아서라도 함께 성명서를 내자고 제안했지만 잘 안됐다. 그런 건 그쪽(새누리당)에 물어봐라."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 시의원들에게 성명서 발표를 사전에 알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기자회견을 공지한 뒤 회견 당일 오전 주례회의에서 협의하자는 건 통보나 마찬가지다.

홍철호 국회의원의 '등탑 복원 재설치' 발언도 나온터라 새누리당 시의원들에게는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려 준 격이 됐다. 현실적으로 공천권을 쥐고 있는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의 가이드라인을 뒤집고 선뜻 '등탑 재설치 반대'를 외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의회 차원이 아닌 새정치연합 시의원들만의 성명서 발표는 아쉬움이 크다. 등탑과 대북전단 문제는 정치적일 수 있지만 지역적으로는 우리 김포의 문제다.

기자회견 예정 공지를 받았을 때만 해도 시의회의 단합된 목소리를 기대했었다.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 중 일부도 등탑의 재설치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기에 여야 구분없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야가 사전에 협의하고 일정을 미뤄서라도 조율할 일이었지만 기자회견장에는 새정치연합 시의원들만 등장했다. 등탑의 철거와 재설치에 대해 이견이 있으면 전단살포 문제라도 떼어서 논의할 수도 있었다. 

전단살포만 놓고 본다면, 연천군의회는 지난달 30일 '연천군지역 내 대북전단 살포 중단 촉구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또, 파주시의회회의 경우 야당 시의원들은 '대북전단 살포 중단 결의문'을, 새누리당 시의원들도 '대북전단 살포 자제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이마저도 해당 지역에서는 어정쩡한 태도라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김포는 이마저도 없다. 정치의 부재다.

물론, 손 안 대고 코 푼 격으로 의견 표명없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김포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행태도 결코 박수 받을 일은 아니다. 함께 의견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새정치연합 시의원들의 예단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동참할 뜻이 있었다면 더 협의하자는 의견을 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 단독 성명 발표는 새누리당 시의원들에게 '등탑 재설치, 대북전단 살포 찬성'의 이미지를 남겼다.

등탑 철거 이후 진행된 일들을 복기해 보면 김포 지역정치가 얼마나 허약하고 소신없이 흔들렸는 지를 알 수 있다. "왜 철거했나, 몰랐다, 누가한 거냐"는 호통 몇마디에 2006년부터 추진 돼 온 '애기봉 평화공원 조성사업'의 본질은 없어지고 책임자 색출과 재설치 논란으로 이어졌다. 거기에 덧붙여 출처를 알 수 없는 '대북심리 전광판'에 국회의원의 'LOVE 설치작품' 발언까지 혼란을 가중시켰다.

정부가 만지작 거린 대북카드로 김포에 남는 건 평화 관광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시작된 애기봉 평화공원 사업의 무산이다. 시의원들은 지금이라도 이 사업이 어떻게 시작됐고 협의됐는지를 확인하고, 김포를 위해서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소속 정당을 내려놓고 중지를 모아야 한다.

그게 선거기간 내내 본인들이 외쳤던 지역발전론이고, 살기 좋고 편안한 정치를 기대하고 뽑아준 김포시민, 유권자에 대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