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시상하수도사업소 전경<사진=최구길 기자>

정수조 청소한다며 닫았던 물관 덜 열려
여과지 토출… 공동구 타고 펌프장 침수 
시설파손 원인으로 꼽다 보름 만에 규명
"경계체계‧인력운용‧설계반영 재고 돼야"

"정수조 개폐 스위치의 자기유지접점(自己維持接點, Self Holding Contact) 문제로 물관이 덜 열리면서 여과지의 물이 검사구에서 넘쳐 공동구를 타고 펌프장으로 흘러들었다."

고촌정수장 펌프동 침수로 지난 10월 19일 오후부터 21일 새벽까지 이어졌던 김포시 수돗물 단수 사태의 원인이 잠정 규명됐다.

김포시상하수도사업소는 경기도, 환경부, 수자원공사 추천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사고원인조사단의 이 같은 펌프장 침수 조사 결과를 지난 4일 유영록 시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김포시 각 세대에 공급되는 수돗물은 팔당1취수장에서 물을 받아 응집, 침전 등 처리 과정을 거쳐 여과지에서 수돗물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돗물이 여과지→정수조→펌프동→배수지를 거쳐 각 세대로 공급되는 것이다.

정상적으로는 여과지에서 파이프를 통해 지하의 큰 물탱크인 정수조에 모인 수돗물이 펌프동에서 관내 6곳의 배수지로 보내진다.

하지만 정수조 개폐(開閉) 스위치에 문제가 발생, 파이프가 덜 열리면서 흐름이 막힌 물이 그만큼 여과지 하부 검사구에서 넘쳐 전력, 통신, 배관이 지나는 공동구(共同溝)를 통해 펌프동으로 흘러들었다는 것이 상하수도사업소의 설명이다. 펌프동 침수에 대비해 배수 펌프가 있었지만 용량이 작아 그마저 제 역활을 하지 못했다.

상하수도사업소는 원인규명이 늦은 이유에 대해 초동대처와 압력계를 들었다. 최우선적으로 펌프동 배수와 시설 재가동이 가장 급했고, 최초에 압력계의 수치가 갑자기 올라가 배관 또는 펌프의 파손을 원인으로 꼽아 조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하수도사업소는 사고 3일 전 또 사고 당일에도 펌프동으로 물을 보내는 정수조를 청소하면서 개패장치를 조작하고도 사고 관련성을 도외시, 역으로 추론하지 못하면서 보름 만에야 원인을 찾게 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 상하수도사업소는 공동구 등 센서 및 경보 시스템 추가 설치, 응급 배수 설비 증설 예산을 시에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중앙감시제어실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놓고도 활용하지 않고 작은 모니터 하나당 CC(중앙폐쇄회로)TV 화면 16개씩을 띄워놓고 있는 등 평상시 관측 비상경계 시스템의 정비도 필요하다.

또한, 지난 9월 시청 정기 인사에서 수도과 정수운영팀 2~4년차 정예요원 3명이 타 부서로 한 번에 발령이 나면서 상황 발생 대응, 원인 규명에 시간이 더 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비상 감지센서가 완비 된 수자원공사와 서울시 등 광역자치단체 외 전국 수백여 기초지자체의 정수시설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재발 될 수 있어 이번 사례의 전파와 함께 설계 단계에서 이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시민들께 불편을 드려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라면서 "안전 경보와 배수 증설 예산을 시에 요청했다. 상황 조치와 원인 규명, 내부 감사가 끝났고 전반적인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단수사태로 수도 계량기 기준 김포시 전체 13만2203세대 중 상하수도사업소 추산 2만876세대가 직‧간접적인 불편과 피해를 입었으며 인천 강화군까지 여파가 미쳤다.
 
가입자가 4천명을 넘어선 페이스북 '김포시 단수사고 원인규명‧재발방지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측은 원인규명이 끝나는 대로 집단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김포시상하수도사업소 수돗물 정수 처리 최종 단계인 여과지 상부의 모습.

여과지 아래에 있는 검사구의 모습. 이곳에서 물이 넘쳐 공동구 쪽으로 흘렀다.

전력, 배관 등이 지나는 공동구의 모습. 여과지 검사구에서 넘친 물이 이 곳을 통해 펌프장으로 흘러들어갔다.

공동구를 거쳐 펌프장 바로 앞에 고인 물이 사진 가운데 네모난 배선구 부분을 통해 펌프장으로 들어 왔다.

김포시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가 펌프에 달려있는 모터의 침수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침수됐던 펌프장 전경. 사진 왼쪽 위 벽면에 CCTV가 설치돼 있다. 중앙감시제어실 근무자들은 모니터 화면이 아닌 압력계 수치가 올라간 뒤 침수 사실을 발견했다.

펌프동 전경.

정수지 입구. 잔디 아래에 대형 저수조 2개가 묻혀 있다. 상하수도사업소는 사고 당일 정수조 청소 뒤 물관 열림 스위치를 눌렀으나 덜 열리면서 여과지에서 물이 넘쳐 펌프동을 침수시켰다고 밝혔다.

고촌정수장 시설도.

고촌정수장 시설도.

중앙감시제어실. 대형화면을 활용하지 않고 좌우측 작은 화면으로 시설물과 수처리 이상유무를 감시하고 있다.

중앙감시제어실 모니터 화면. 대형화면을 활용하지 않고 좌우측 작은 화면으로 시설물과 수처리 이상유무를 감시하고 있다.

고촌정수장 현황판.

김포지역 수돗물 관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