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의원의 오락가락 무소신과 자기부정이 의회 상임위를 무력화 시켰다. 상임위와 예결위를 통과한 ‘한강시네폴리스 SPC(특수목적법인) 설립 출자 동의안’이 22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뒤집혔기 때문이다. 찬반 최종 스코어는 4대 6.

당초 동의안은 상임위인 행정복지위원회 소속 5명의 의원 중 1명을 제외한 4명의 지지를 받았다. 소신을 뒤집은 A의원은 상임위 활동 당시 “해줘야지 어떻게 하나. 반대하면 지역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면서 동의안 찬성의 뜻을 공공연히 밝혀 왔다.

결국 상임위를 통과한 동의안은 행정복지위 2명, 도시환경위 2명으로 구성된 예결특위도 통과했다. 결과적으로 전체 10명의 시의원 중 7명이 해당 동의안을 검토하고 본회의에 올린 셈이다.

하지만 동의안은 한 시의원의 이의제기로 본회의에서 표결에 붙여졌고 상임위의 결정이 뒤집혔다.  또 A의원의 당초 소신도 본회의에서 정반대로 돌아섰다. 애초에 소신이 어설펐거나 내외부의 압력에 의한 상황 급변이 그 이유로 꼽힌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A의원의 무소신을 꼬집고 있다. 시민 장 모씨(사우동.45세)는 “어떻게 며칠 사이에 뜻이 뒤바뀔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럼 상임위원회 때는 무슨 일을 한 건가. 모두 본회의에서 논의하면 될 일을 상임위는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임위 가결, 본회의 부결을 놓고 의원들의 의견은 제각각이다. 한 의원은 “앞으로 모든 사안을 본회의에서 건건이 표결하자는 건데, 그럼 상임위 활동이 무슨 소용”이라면서 “상임위에서 찬성했다가 본회의에서 반대하는 건 자기모순과 소신 없음을 인정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의원은 “상임위에서 찬성했다가 본회의서 반대할 수도 있는 게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고 안전장치”라면서 “오히려 의원들 각자가 잘 판단해서 소신껏 투표했다. 여야가 5대 5여서 민감한 사안은 언제라도 뒤집어 질 수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A의원은 이에 대해 “이전부터 시의원들이 이번 건을 부정적으로 봤다. 뭐든지 시의원 10명이 결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면서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본회의에서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거다. 양 측에서 전화를 많이 받아 괴롭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특위나 상임위를 통과한 안건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김포시의회는 민선 6기 첫 회기에서 특위를 통과한 ‘도시공사 보증 채무부담행위 동의안’을 부결한 전례(前例)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이번 사례까지 쌓이면서 앞으로는 ‘본회의에서 뒤집기’가 상례(常例)가 될 전망이다.

물론 그와 맞물려 상임위 활동은 김빠진 맥주가 뻔해졌다. 상임위를 통과해도 뒤집어질 사안을 놓고 자기 자식 살피듯 애정을 쏟을 의원이 드물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의원들은 “전체가 모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지만, 이미 상례가 된 상황에서 사후약방문에 그치게 됐다.

앞으로 시의원들은 상임위와 예결위를 뒤로한 채 본회의에만 집중하면 된다. 또 사안마다 건건이 부딪히거나 상임위에서 논의된 사안을 다시 본회의에서 논의하는 볼썽사나운 장면들이 예약 돼 있다.

‘민주주의는 시끄럽다’는 말이 있다.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과정을 경제적으로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이 대의민주주의다. 또, 그를 더 세분화, 전문화시킨 게 상임위원회 제도다. 모두 소모적인 정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런 절차적 민주주의가 번거롭다면 그냥 전체 시민들이 모여 직접민주주의를 하면 된다.     

이제부터 시의원들은 집행부인 김포시의 불확실성과 비효율, 예측불가능한 행정을 손가락질하기에 앞서 나머지 손가락 네 개가 자신을 가르키고 있음을 직시해야만 한다.      

한편, 이번 동의안 부결과 관련 유영록 시장의 정치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본인이 밝혔듯이 시네폴리스 사업이 김포와 주민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시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화 한 통 받아 본 적이 없다”는 시의원들의 푸념도 변명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