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습지를 람사르에 등록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람사르에 등록해도 규제가 생기지 않고 오히려 평화생태관광벨트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하영 김포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은 30일 본회의 5분자유발언에서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한강하구의 람사르 등록을 또 하나의 규제로 인식하기 보다는 군사시설보호법과 습지지정 등으로 규제를 받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찾아온 기회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면서 "이를 통해 북부지역 주민들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김포를 평화생태도시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부가 람사르 등록을 추진하고자 하는 김포시 구간은 대부분 군사 철책선 내 하천부지에 위치하고 있어 일반적인 개발행위가 이루어질 수 없는 지역이고 2006년 습지지정으로 자연환경보존법에 의해 300미터의 자연경관영향 협의대상 지역"이라면서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는 지역주민들에게 개발이라는 부푼 희망을 계속 불어넣고 있는 행정의 자세가 심히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하성면, 월곶면 주민들은 사유 재산권 행사와 각종 개발행위 제한에 더해 또다른 규제가 만들어질 것을 우려하며 람사르습지 등록계획 철회 요구서를 지난해 12월 환경부에 보냈다.

하지만 환경부장관은 "람사르 습지 등록은 한강하구 습지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고자 하는 것으로 이로 인한 규제 발생은 전혀 없으며, 현재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김포시 지역은 군사 철책선 내에 있어 개발이 제한되거나 어로행위, 영농행위, 치수사업 등은 기존대로 허용하고 있다.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 오히려 지역의 브랜드 가치향상, 방문객 증가, 람사르와 연계한 지역발전사업이 활발해질 수 있다"며 창녕 우포늪과 순천만의 경우를 예를 들어 회신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순천만은 2006년 람사르 습지 지정 후 연간 3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고 창녕 우포늪은 람사르습지 등록 이후 연간 80만명이 방문해 19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인근 지자체인 고양시의 경우는 람사르 등록 전이지만 '장항습지 생태경관 탐방시설 설치사업'으로 50억원을 지원받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정하영 위원장은 "시네폴리스 등 이미 본격적으로 개발사업이 한창 추진되고 있는 한강하구의 일부지역을 제외하더라도 전호습지에서 시작하여 에코센터와 조류생태공원 그리고 한강, 임진강, 염하강을 품고 있는 하성면 전류리 포구, 석탄리,  후평리, 시암리, 마근포리, 월곶면 개곡리, 용강리, 보구곶리, 성동리, 대곶면 대명항를 잇는 평화생태관광벨트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김포의 가치를 높여 내는 길"이라면서 "개발에 대한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우포늪으로, 순천만으로 향하는 수도권 시민들의 발길이 김포 한강하구의 람사르습지 주변에 조성된 람사르 올레길을 걸으면서 갈대밭과 한강의 경관을 조망한 후에 람사르마을에 있는 람사르정미소에서 람사르 쌀을 구입하고, 람사르마을 공동판매장에서 각종 람사르 채소와 람사르 떡, 람사르 고구마, 람사르 포도,  람사르 청정 한우를 구매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 한낱 꿈이 아니다"라면서 "문화도시도 좋지만 실체가 있는 생태를 중심가치에 두고 람사르 브랜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정하영 위원장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은 중복규제를 우려하며 의구심을 걷지 못하고 있어 논란의 소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6년 환경부는 국내 유일의 자연형 하구습지인 한강하구 습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민들의 반대에도 이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한강하구의 주요 3대 습지인 김포의 시암리습지, 고양의 장항습지, 파주의 산남습지 및 유도가 포함됐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김포대교 밑 신곡수중보에서 하성면 전류리까지의 구역은 제외됐다.

고양시는 습지보호지역 지정 뒤 최성 시장을 비롯 환경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장항습지의 람사르 등록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 차질을 우려한 김포시의 반대로 환경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람사르 협약이란?

람사르 협약(Ramsar Convention)은 습지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 조약이다. 생태ㆍ사회ㆍ경제ㆍ문화적으로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습지를 보전하고 현명한 이용을 유도해 자연 생태계로서의 습지를 인류와 환경을 위하여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협약이다.

공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써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고, 보통은 줄여서 '습지에 관한 협약'이라고 부른다. 2008년 현재 157개국이 가입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7월 인천 송도 갯벌 6.11㎢ 지역이 19번째로 람사르에 등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