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2시 하성면사무소에서 람사르습지 등록과 관련 환경부와 하성·월곶면 주민 간 간담회가 열렸지만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했다.

이날 최종원 환경부 자연정책과 과장은 간담회 내내 한강하구가 람사르습지로 등록이 돼도 추가적인 규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고 주민들은 규제 덧씌우기라며 반발했다.

최 과장은 간담회 전 사전 설명에서 "람사르습지 등록(예정)지역은 철책 내부에 있는 하천부지로 전반적으로 개발이 이뤄질수 없는 지역이고, (이미 지정 돼 있는) 습지지역보호지역때문이라도 개발이 지연되거나 하는 게 없다"며 "다만 일부 한강변 어로행위하는 분, 일부 경작지, 홍수예방을 위한 하천정비가 필요할 수 있는데 현재 습지보호구역에서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람사르에 등록 되면 하성면 일대 한강하구의 국내, 국제적 브랜드와 인지도가 올라간다"며 "그냥 그지역의브랜드가 아니라 람사르 습지라는, 생태적으로 좋은 지역에서 나오는 농산물이라 홍보효과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철책 안쪽의 농경이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에는 "습지보호구역이고 람사르(로 등록) 된다고 경작을 못하는 게 아니다"라며 "경작이 가능하고 희망하면 국비로 매수도 가능하다. 매수 후에도 원하면 계약해서 경작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람사르습지 지정 뒤 해제 사례 질문에는 "자발적 해제와 람사르협약 사무국에서 습지로서 가치가 없다고 해제한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강하구의 안전성 평가, 치수, 신곡수중보 등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는"우리도 공감한다"며 "한강하구 개발로 인한 하상변동, 종합치수개획, 습지보전연구를 환경부와 국토부, 경기개발연구원이 같이 연구 중이고 김포시와 최근 한강하구생태조사를 공동으로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주민들의 의구심은 수그러 들지 않았다. 가금3리 이장은 "한강하구지역은 치수안전성 확보가 시급한 지역으로 (람사르 등록 예정지는) 습지라기보다는 임진강에서 흙이 내려와 쌓인 퇴적지"라며 "고양시가 람사습지 (등록)을 원하나 거기는 더 이상 개발이 필요치 않은 지역으로 김포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강하구는 이미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 돼 있고 (군사보호구역, 문화재 보호구역에 이어) 세계적 협약인 람사습지로 지정되면 개발제한으로 재산권이 침해 되는 3중, 4중 개악"이라며 "국제적 관리지역이 되면 김포시 발전에 큰 걸림돌로,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부가 '한강하구는 준설 되면 안 된다. 녹지와 습지를 많이 둬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제약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한강하구 준설 계획이 있는 국토부와 연계해 준설하고 이 모레로 낙후 돼 있는 김포발전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종원 과장은 "임진강 쪽에는 (준설이) 계획 돼 (국토부가) 환경영향 협의 중"이라며 "(하지만 국토부가) '한강은 당분간 구체적 (준설)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 부분은 약속하겠다. 필요하면 각서든 공문을 보내든 하겠다. 준설이 필요하면 그런 부분에 지장 없도록 환경부가 적극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주민들은 "하성 땅값이 얼마나 떨어진 줄 아나? 매매하고 싶어도 습지(보호구역 지정) 때문에 매매가 안 된다" "집한 채 지으려 해도 문화재청 동의에, 군사동의를 받아야하는데 거기에 람사르(등록)까지, (추진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그냥 포기해라" "(기존)규제를 안 풀어주고 덧칠한다. 세계적인 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 더 이상 들을 말이 없고 그냥 일어나는 게 낫다"며 격앙 된 반응들을 보였다.

정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현재 진행되는 람사르습지구역은)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람사르에 등록하든, 안 하든 주민생활에 특별하게 확실한 변화는 없다"며 "이제 그 규제를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할 건지, 그런 규제 속에서 조금 더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주민생활 편한 게 있는가를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주민에게 야단 맞고 '시에서 뽑은 대표냐'는 말을 들어도 간곡하게 말씀 드린다"며 "군사시설보호법은 통일 되면 없어진다. 습지보호지역도 개발이 필요하면 (해제가)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우려하는 건, 왜 람사르 활용할 때냐면, 인정할 건 인정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정 의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민들은 "뭘 인정하자는 건가?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왜 하나? 준설작업부터 하라"며 성토했다.

소란이 가라앉자 정 의원은 '한강하구 국가지정 문화재' 지도를 펼치며 "한강하구의 봉성리, 전류리, 석탄리, 마금포리, 후평리, 개곡리, 조강리, 여기는 국가가 지정한 철새도래지역이다. 왜 람사르습지가, 왜 문화재보호법 (영향을) 받는지 주민들은 몰랐다. 국가가 천연기념물지역으로, 봉성산부터 시작해 애기봉까지 이 붉은(색으로 표시 된) 지역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 돼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해당지역은 습지보호구역지정 전 이미 1975년부터 국가가 '한강하류 재두루미 도래지'라며 '천연기념물 250호'로 지정해 애당초 개발행위가 어려우니 차라리 람사르습지로 등록하자는 말이었다.

군사보호구역이나 습지보호구역은 차후에 해제할 수 있지만 문화재보호구역은 통일이 돼도 해제가 어려운데 그간 이런 사실을 주민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천연기념물 제250호 한강하류 재두루미 도래지는 경기도 파주시 교하면 산남리, 문발리, 신촌리와 김포시 하성면 사이의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삼각주 일대이다. 도래지 자체가 1975년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 된 셈이다.

간담회 말미에 최종원 과장은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최 과장은 "오해할 수도 있지만 람사르습지(등록)은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항이 아니다. 정부에서 판단해서 바로 등록을 요청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바로 등록 신청을) 안 하는 이유는 람사르습지는 보호지역과 보호지역 인근 지역주민이 유기적으로 활용, 홍보하는 게 의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말을 기한으로 한강하구 람사습지 등록을 추진했으나 김포와 파주, 국토부의 반발을 고려해 오는 3월로 등록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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