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의회의 김포시청과 산하기관 행정사무감사가 끝났다.

피감기관 직원에게 윽박지르며 답변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언론 보도나 재탕삼탕 되풀이하는 볼썽사나운 구태는 여전했다.   

현안은커녕, 현황도 파악이 안 돼 사오정 질문은 던지거나 다른 의원이 한참 제기한 의제에 막판 숟가락을 올려놓는 무노동, 비양심 의원도 재등장했다.

하지만 나흘 간 두 곳 상임위 행감장을 오가면서 기자는 무엇보다 의원과 공무원들의 열린 행정 마인드 부족 아니, 쉽게 말해 ‘어떡해서든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지 않다’는 그 불편한 속마음을 보고야 말았다. 
 
매년 11월에 열리는 행감은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집행부인 시청의 업무 적정성을 확인하고 대안을 요구, 제시하는 의정활동의 꽃이다.

그러나 저마다 준비했다고는 말 하면서도 의회와 의원들은 행감 상황을 인터넷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아니, 공개를 하기는 하지만 소극적으로 한다.   

다수의 지방 의회가 행감은 물론, 회의까지도 인터넷 생중계를 하지만 김포시의회는 기자나 방청을 신청한 주민들에게만 한정해서 공개한다. 겉으로는 공개지만 실상은 ‘보고 싶으면 와서 보라’는 불편한 공개다.

카메라를 의식해 오버하는 의원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매일 TV와 현실에서 격정적인 군상들을 보며 살고 있는 시민들은 하루살이 쇼맨십인지 진정성인지 구별할 만큼 충분히 각성 돼 있다. 

의원들이 시청에 요구해서 받아 낸 행감 자료의 공개도 마찬가지다. 기자석이나 방청석에 열람용이라며 한, 두 권 던져 놓는 게 다다. 시청 공직자들이 한 달여 간을 준비한 자료지만 시민에게 공개 되는 건 이게 전부다.

그마저도 한, 두 사람 손을 타면 시민들은 아애 정보에 접근할 수가 없다. 21세기하고도 15년이 지났고 문서 없는 사무실이 등장하는 시대지만 종이 책자나 구해보라는 그 심보가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다.   

이미 파일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자료여서 의회 홈페이지에 올려놓으면 그뿐인데 그걸 안 한다. 돈이 들어가는 일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의원에게, 의회 사무국에, 시청 주무부서에 요청해도 서로 연락이 안 됐다며 미루고 뭉개고 진을 빼게 한 뒤 시간을 끌다 끝낸다. 행감이 다 끝나고 난 뒤에나 구해서 보라는 19세기형 소극적 갑질 행정의 민낯이다.

이런 비밀주의의 폐해는 얼마 전 김포시청 공무원과 지역 언론, 브로커, 토호의 무더기 기소로 확인됐다. 모두가 공유해야 할 정보가 무슨 비밀인양 흥정과 뇌물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시민의 세금으로 만든 행정 정보가 문서를 작성한 공무원 자신의 소유물인양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행감 자료는 보통 사업 현황이나 과정 정도가 담겨 있을 뿐이다. 무슨 청와대나 국정원의 비밀스런 자료도 아니고 시민을 위한 사업에 대해 주민의 세금으로 만든 자료다. 개인 신상은 물론, 공무원 스스로 껄끄러운 부분은 이미 의회로 보내기 전 모두 삭제하거나 가리고 넘긴다. 의원들에게 전달 돼 이미 공개 된 거나 마찬가지지만 그마저도 공개하기 싫다는 거다. 

의회도 마찬가지다. 시민의 제보를 받겠다며 행감 코앞에서야 홈페이지에 부랴부랴 공지하는 호들갑을 떨 게 아니라 행감 자료를 미리 공개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받는 게 더 효율적이다. 요청 자료가 바로 일 년 간 시민, 언론, 의원들이 문제가 있다고 바라본 바로 그 사안이고 사전 공개로 시민들과 교차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4년 임시 선출직 공직자나 정식 공무원이나 행감 생중계와 사전 자료 공개를 꺼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의원은 의원대로 공부와 준비를 안 한 게 표가 나서 싫고, 다른 의원이 눈에 띄는 게 싫다. 시청 공무원들도 굳이 자료가 시민에게 알려져서 좋을 건 없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여와 야, 의원과 시청이 겉으로는 서로 앙앙대는 듯해도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싶은 속마음은 꼭 한 마음으로 똑같다.

비용을 이유로 공개를 안 하겠다면 그야말로 100% 핑계에 불과하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도 생중계를 하는 시대다. 돈 들 일이 없을뿐더러 1조원이 넘는 김포시 살림 규모에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의 모니터링에 의존할 게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의정을 감시하는데 몇 백만원을 못 쓸 이유도 없다.

의원님들께 간청한다. 여러분을 뽑아 준 시민들의 양식을 믿고 주민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던 자신의 열정이 살아있다면 의정 활동과 행정 자료를 시원하게 공개하시라.

처음이 어려울 뿐 열린 생각으로 가면 그 뒤는 쉽다. 시민들이 모두 지켜봤기에 몇몇의 언론에 휘둘릴 일도 없다. 궁금하면 와서 보라는 건 시민 경시다. 선거 때만 머리를 조아리지 말고 주인인 시민의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한 열린 정보 제공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