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軍, 애초 실현 불가능한 성능요구"
주장 논거로 이용...재판부 인용여부 주목

김포시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SDS 등 사업자 측이 홍철호 국회의원 등이 추진하는 철책제거사업이 사실상 '사업변경 재발주'라며 김포시의 보류 공문 내용과 함께 "애초에 요구했던 장비의 성능들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을 자인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홍 의원 등의 새로운 철책제거 추진은 기존 김포시의 철책제거 추진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는 논리다. 이는 새로운 철책제거사업 추진은 김포시와 사업자 간 사업비 반환 관련 소송에 영향이 없다는 홍 의원 측의 그간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한강하구 철책제거사업은 삼성SDS, 대한민국 재향군인회가 설치한 감시장비가 군의 하계, 동계 성능시험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며 중단됐다. 이후 김포시는 계약을 해제하고 선금, 이자, 계약보증금 총 74억 6천만원 반환을 요구했다. 사업자 측은 애초에 군이 요구한 감시장비의 성능과 평가기준이 잘못됐다며 2013년 9월 김포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은 군의 감시장비 작전성능요구(ROC)다. 사업자 측은 '애초에 실현불가능한 요구성능'이었다는 주장이고, 김포시와 군은 '할 수 있다고 입찰에 참가해 놓고선 이제와서 딴소리'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사업자 측이 4월 23일 변론서에서 김포시가 정부 등에 보낸 '철책제거사업 전면 재검토 보류 요청' 공문은 물론, 홍 의원 등이 추진하고 있는 별도의 철책제거사업까지 거론한 점이다.

앞서 김포시는 3월 13일 홍 의원이 국민권익위를 통해 국방부와 합참 등 정부의 예산으로 추진하는 철책제거사업은 기존 김포시의 철책제거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으로 "(사업자 측에 유리하도록)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민권익위 등이 추진 중인 (기존 김포시의) 한강하구 철책제거사업 전면 재검토 계획을 소송 종료 시까지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런 김포시의 소송영향 주장에 홍 의원과 새누리당 시의원들은 국민권익위와 국방부(합참)가 진행 중인 한강하구 철책제거사업은 시와 사업자 간 소송과 별도로 진행되는 사안으로 소송에 영향이 없다며 반발해왔다.

이 과정에서 유영근 시의장은 지난 10일 시청 안전건설국장 면담에서 "고문변호사가 소송에 영향이 없다고 자문했다"며 "공문 철회 대책이 없을 시 특위를 구성하고 언론 대응하겠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언론에서 관련 보도가 잇따라 나왔고 사업자 측은 기사 내용을 소송의 주장 근거로 활용했다.

유 의장은 또 20일 권오준 시의원의 본회의 5분자유발언이 끝나자 "11차 변론 후 승, 패소와 관계 없이 (재검토 보류 요청 철회) 공문을 발송할 용의가 있나?"라며 공문 철회를 압박했지만 유영록 시장은 "1심 결과가 나온 후에 (전면 재검토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버텼다. 

하지만 사업자 측이 홍 의원 등의 철책제거사업 추진이 결국 사업변경 재발주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논거로 삼으면서 철회 공문까지 보냈을 경우 그들의 주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가 될 뻔했다.

만약, 이번 추가 주장을 재판부가 전부 또는 일부 인용해 원고인 사업자 측이 승소할 경우 소송금액 회수 책임 공방이 일 전망이다. 또한, 이번 주장으로 국방부와 합참의 기존 철책제거사업 전면 재검토와 변경사업 추진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홍 의원실 관계자는 "소송에 이기기 위한 삼성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뿐이다. 사업추진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전혀 안 나온 상황에서 뭐가 (소송에) 영향인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ROC를 높이니 낮추니 따로 말한 적이 없고  소송 실체와도 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업자 측 접촉과 관련 "언론보도로 미리 공개했듯 이게 어떻게 진행됐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김포시, 국방부, 합참, 삼성SDS를 싹 다 만났었다"며 "삼성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체크는 했지만 자료는 주지 않더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