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김포시의회 본회의에서 유영록 시장을 상대로 질의하는 권오준 시의원의 모습. 한강하구 철책제거사업과 관련 지역구 국회의원과 협의없이 권익위,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에 공문을 발송한 김포시에 문제를 제기했고 유 시장은 "국회의원실 등과 협의해 전면 재검토하겠다.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김포시의 '한강하구 철책제거사업 전면 재검토' 보류 요청 공문 불똥이 국방부로 튀고 있다.

겉으로는 긍정하면서도 공문 한 장에 철책제거 추진 논의를 보류한 국방부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울고 싶었던 국방부의 뺨을 김포시가 대신 때려준 형국.

앞서 김포시는 지난 3월 13일 해당 공문을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에 발송했다. 김포시는 공문에서 "담당변호사의 법률자문 결과 (권익위가 추진 중인 철책제거사업) 전면 재검토 사항 중 '철책제거구간 확대'및 '감시장비 위치 변경'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 쟁점사항과 관련 된 것으로, 김포시가 그동안 군부대의 의견을 기초로 재판에서 주장해온 내용들과 모순 될 우려가 있고, 관련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소송결과를 통해 어느 정도 사실관계 및 쟁점사항을 정리한 이후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권익위와 군에서 추진 중인 '한강하구철책제거사업 전면 재검토 계획'을 관련 소송이 종료 될 때까지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관련 소송 종료 이후에 위원회와 군이 재추진 시 적극 협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철호 국회의원은 한참 뒤인 4월 9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 한강하구군사용철책제거방안검토소위원회(철책제거소위)에 김포시의 보류 요청 공문이 제시 된 뒤에야 이를 확인하고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 측은 김포시와 사업자 간 소송건과 국방부 등 정부에서 직접 경계강화와 철책제거사업을 주관하도록 하는 일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역 지역구 의원이 역점 공약사항으로 추진 중인 사안에 김포시가 협의 없이 공문을 보내 초를 쳤다는 것.

이를 두고 부시장의 지시로 소송영향 법률자문이 이뤄지고 국장 전결로 공문이 발송되는 동안 지역 국회의원과의 관계나 향후 파장에 대한 정무적 판단이 전혀 없었다는 지적과 엇박자, 성과다툼 등 설들이 무성했다.

홍 의원과 유 시장 양 측은 지난주 독대에서 협의를 통해 공문을 다시 보내는 것으로 정리하며 일정부분 오해를 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포시 공문의 불똥은 국방부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철책제거에 대해 장관, 합참의장, 차관이 전향적 검토 의견을 내고도 김포시의 공문 한 장으로 보류 결정을 내린 국방부에 대한 배신감이다. 홍 의원실 내부에서는 올해 예산편성 단계부터 건건이 국방부를 압박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김포시가 권익위 회의에 불참하면서 국방부와 합참에까지 보류요청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소위원회에서 소송과 무관한 방식의 절책제거 방안 마련을 계속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기초지자체 안전건설국장 공문 한 장으로 사업 추진 보류의견을 낸 것도 문제"라며 "국회의원, 국방위 위원들이 그렇게 계속 얘기한 걸 무시하고 (김포시) 의견을 존중해서 보류한다는 건 현직 국방위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국회 국방위 철책제거소위는 최근 정미경 의원까지 가세하며 위원이 5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국방위 소속인 점도 국방부에 압박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SDS) 변호사 측에서 '기존에 김포시가 추진 중인 철책제거사업을 재검토 할거냐'는 문의가 계속 와서 법률자문을 거쳐 소송영향 공문을 보내게 된 것"이라며 "더이상 재판에서 다툴 게 없을 정도로 다퉜고 27일 11차 변론 뒤 곧 1심이 결과가 나오면 사안이 거의 정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감시장비 관련 김포시의 사업지연으로 고양시 철책제거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DMZ생태평화벨트 조성사업'도 지연되고 있다"며 "'감시장비 구매설치사업'의 원활한 재추진을 위해 사업주체를 국방부 관련기관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철책제거사업은 지난 20일 시의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권오준 시의원은 시정질의에서 '철책제거사업 전면 재검토' 보류 요청 사유와 집행부의 추진 의지 등 유영록 시장을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유 시장은 "공문발송에 대해서 협의하지 못했던 건 다시 한 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하고 "앞으로 국회의원실, 관련부대하고 협의를 해서 재검토에 대한 사항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권 의원의 시정질의가 끝난 뒤 유영근 시의장이 "유영록 시장의 답변에 가식과 진실이 함께 묻어있었다"라며 "11차 변론이 끝난 후에 승소와 패소와 관계 없이 (재검토 보류 요청 취소) 공문을 발송할 용의가 있나"라고 질문을 이어가자 정왕룡 시의원이 본회의장을 나가버렸다.

그러자 정하영 시의원이 "정왕룡 의원님이 왜 뛰쳐나갔는 줄 아시나. 의원님들 간에 합의가, 시정질문하는 의원님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다른 의원들 같은 경우는 '주와 객이 바뀔 수 있으니 보충질문을 자제하자'(인데 의장이 왜 의사진행은 안하고 보충질문을 하나)"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유 의장은 "종합적으로 평만했지 내가 뭘 했나, 의장에 대한 예우를 좀 해달라"라며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다.

20일 김포시의회 시정질의, 답변 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