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철책경비 군부대의 시설 이전 비용 등 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규모가 막대해 자치단체 재정구조에 큰 부담을 줄 뿐더러 전담 실무진의 추진력에 기대기엔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의지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철책제거는 당초 위정자들의 선거 공약 사업이었으며, 사업 당위를 뒷받침 하는 관계법에 근거하지 않은 비법정 사업인 것이 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가 지난해 12월 현재 고촌면 신곡수중보~일산대교까지 10.6km 구간의 한강 철책 제거 사업을 위해 추산하고 관할 사단과 구두 협의한 소요 비용이 467억여원이다. 이에 반해 고양시는 12.6km 구간 철거비용으로 66억원을 추산하고 있다. 

시가 추산한 비용은 현재 김포 쪽 철책방어 업무를 맡고 있는 17사단이 요청한 막사 이전과 감시장비 보강 및 강상작전 장비 보전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철책제거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국방부와 관할사단의 ‘아니면 말구식 떼쓰기’ 요구에 난감한 것은 시와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시는 지난해 12월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초 17사단이 760여억원에 달하는 비용 보전을 요청했으나, 2006년 합참본부가 철조망 제거사업을 승인한 이후 수차 협의를 통해 467억여원으로 감액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시의회는 "철책 제거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최근 내용을 보고받은 유정복 국회의원은 "철책 제거 후 한강 둔치와 백마도 등의 활용방안을 연구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시민이 원해서 설치한 철책이 아닌 만큼 실효성이 없는 국가 시설물의 철거 또한 당연히 국가가 주관할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의 존치 유무를 판단하고 주관하는 것도 국가고, 그 비용 또한 국가가 국비로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에서다.

다만 해당 자치단체가 부득이 강변 둔치 활용계획을 수립하고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당위가 입증된 사업의 경우는 다르다. 그러나 현재 시가 주관하는 이 사안은 선출직 공직자들의 공약으로 포장돼 갈지자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합의각서 체결 등 부진
김포시와 고양시의 사업 추진 담당 공무원들은 1월 현재 각각의 군사단과 철책제거 사업에 따른 이해 당사자간 ‘합의각서’ 체결을 중점 과업으로 추진 중일 뿐 사업추진은 부진하다.

경기도 관계자는 "철책제거는 김포시와 고양시가 요청한 사업이므로 군부대와 조건부 합의각서 체결을 추진 한 후 각서대로 사업을 시행하라는 것이 국방부 입장”이라며 2001년 김포시가 사업을 제안한 이후 추진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했다.  

철책제거를 요청하는 곳이 자치단체이기 때문에 소요비용도 원인자가 부담하라는 것이 국방부의 기본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군사시설보호법 제5조 4항에 따르면 조건부로 동의하는 경우 관계행정기관의 장은 군사적인 장애요소의 해소대책 등에 관하여 국방부장관 또는 관할부대장 등과 미리 합의한 후 허가 등 기타 처분을 하고, 허가 등 기타 처분에 의한 사업이나 행위 등이 종료된 때에는 합의내용의 이행여부를 확인하여 국방부장관 또는 관할부대장 등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군사시설로써의 한강 철책에 대한 경기도와 국방부의 입장은 ‘원인자’가 해당 지역 자치단체가 된다.

‘원인자 부담’ 원칙이라면 자치단체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정부가 설치한 시설의 효용 가치 유무를 입증하고 정부 주관사업을 제안하는 것이 적절한 역할로 보인다. 따라서 실무진들은 "철책설치의 ‘원인자’를 국가로 판단한다"는 기자의 의견에 수긍했다.

그러면서도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해 국무회의와 국방부에 김포시와 고양시 의견을 수차 건의한 결과 국방부가 편성한 관련사업비 31억원이 국회를 통과해서 추경에 도비를 반영해 자치단체에 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업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검토 선행돼야
그러나 시 입장에서 보면 철책 제거 후 한강 둔치 활용에 투입되는 예산이 아니라 단순히 철책제거 비용을 시가 부담해야 한다면 일반 사업처럼 이해득실 및 타당성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검토를 선행하는 것이 절차다.

이와 함께 사업의 원인자 규명과 철책제거 후의 효용가치, 고속화도로 개설과 제방보강과의 상관관계 등도 따져봐야 한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해당 시 담당자는 “군부대와 협의각서를 체결 한 후 사업이 구체화되면 용역도 실시해야 할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이와함께 “합의각서란 자체단체의 이행 의무가 명시되는 ‘각서’로써의 효력을 갖기 때문에 비용 부담을 전제한 합의 선행은 섣부르다”는 지적에도 동의했다.

시 담당자는 "현 상태에서는 시의 세 부담이 큰 만큼 서둘러 처리할 일은 아니고 17사단과 체결하는 합의각서도 경기도 승인 사안이기 때문에 도비 지원을 요청하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갈 방침" 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2008년도엔 1단계로 100여m라도 철거해서 당위와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한강변 철책제거 사업이 위정자들의 단순한 정치공약 사항이 아니라 진정한 시민 휴식처로 각광 받는 결실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원인자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과 함께 지자체의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대처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