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허리를 감싸고 도는 겨레의 젖줄 한강하구가 잉태한 자식, ‘김포’라는 이름은 언제 들어도 어머니의 품과같이 따스하다. 21만 김포시민은 이 한강하구를 마당삼아 5천년 삶을 이어오고 있으며 그속에서 ‘김포’는 전 국민에게 항상 넉넉함과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한민족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겨준 격동의 근현대사 물결을 김포역시 비켜갈 수는 없었다. 분단의 상징, 철책으로 인해 한강하구가 묶여버리고 수많은 군사규제로 주민의 재산권이 막혀버렸는가 하면 김포의 상징 중 하나인 장릉산 정상역시 군부대에 자리를 내준 상태다.

분단상황이 김포발전에 재갈을 물린 사슬이었다면 개발독재 시대에 강요된 중앙집권 논리는 김포에 또다른 희생을 강요한 포승줄이었다.

개항당시엔 당당히 김포브랜드의 상징이었던 김포공항이 행정구역 개편으로 인해 양동 양서면과 함께 서울시로 넘어가고 이제는 이름만 남은채 지역에 이익을 안겨주기는커녕 소음공해의 주범이 된지 오래다. 또힌 김포 발전의 한 축이 되어야 할 검단이 석연찮은 과정을 통해 인천으로 편입되어 버린지가 벌써 십년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검단에 위치한 ‘김포 쓰레기매립지’라는 용어는 지금도 버젓이 언론에 회자되어 사람들의 기억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상태다.

이 모든 것들이 김포의 의지와 무관하게 중앙권력에 의해 진행되었고 김포는 현재 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논란이 되었던 김포공항 단거리 국제노선 증편움직임은 지난시기 중앙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자행되었던 행위와 다름없는 처사이며 지난 수십년간 김포시민이 받앗던 고통과 피해를 외면하고 국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행복 추구권과 환경권이라는 기본권을 위협하는 폭거라 아니할 수 없다.

인천공항 개항이후 30% 미만의 활용도에 그치고 있는 김포공항 국제노선 시설을 재가동하여 다방면에서 효율성을 높이자는 주장은 일면 그럴 듯 해보인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제 허브공항을 자임하며 출발한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원대한 프로젝트가 아직도 미완성 단계인 상황에서 시도 때도 없이 돌출되는 김포공항 확대 활용론은 강서구를 비롯한 서울특별시의 지역이기주의에 다름 아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의 경우 실제 교통량이 예상치의 41%에 불과해 2003년 한 해에만 정부가 1050억원을 민간업체에 보전해주는 등 매년 천억원 이상의 국고가 새나가고 있다. 내년에 개통예정인 공항철도 역시 막대힌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로 충당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해나 북경, 홍콩, 그리고 하네다도 모자라 일본의 타도시 노선을 김포로 옮겨온다면 그 누적적자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국민에게 전가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은 김포공항 국제노선 증편이 아니라 국내, 국제선 할것없이 인천공항으로 전 노선을 집중시켜 규모의 경쟁력을 키우고 김포공항은 복합레저타운으로 발돋음하는 것이라는 여론에 정부당국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김포시민을 비롯한 공항인근의 서울, 인천, 경기지역 주민들은 그간 온갖 피해를 감내하며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하기에 이제는 헌법 제 35조에서 규정한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당연히 국가에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추진되고 있는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계획은 근시안적 경제논리로 자신의 이익챙기기에 급급하여 21만 김포시민을 무시하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또한 지금은 김포공항 증편 주장이지만 더 나아가서는 판교에 위치한 서울공항의 김포공항 이전추진 시나리오와도 맥이 닿아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 사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강서구 및 서울시청, 경제계 일부 및 항공사들이 연계하여 수년전부터 물밑작업을 준비해왔음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건교부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불갗방침을 밝혔기에 이러한 논란이 종결되어야 함에도 지금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찬반투표행위는 김포시민들을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

김포는 그간 중앙정부의 요구에 순응해왔고 희생을 감내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김포가 김포의 운명을 결정하고 판단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김포공항 김포대교 김포매립지등의 명칭에서도 보듯이 김포라는 이름만 빌려준 채 김포엔 직접적 혜택이 거의 없이 오히려 피해만 가중시키거나 길만 내주는 사례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운행중인 일본 하네다 노선과 연계하여 베이징등 단거리 국제노선이 증편된다면 항공기 소음으로 인한 주민피해가 현저히 증가할 것이 명백한 바, 우리 김포시의회는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계획에 대해 단호히 반대입장을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서울특별시와 강서구,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 국제노선 증편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태생적 한계로 대처의 어려움은 이해하나 그간 김포시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될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모색하라.

하나. 김포시는 서울특별시 양천구등 인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통하여 공동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환경부와 건교부등은 현재 항공기 소음 기준치가 주민들의 현실적 체감도와 거리가 있으므로, 이 기준치를 현실적으로 재조정과 함께 소음피해 지역주민들의 실태를 세밀히 조사하고 주민보상에 좀 더 전향적으로 임하여 줄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