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환갑을 훌쩍 지나 70을 바라보는 백발 노인의 반열에 들어섰다.  2006년 2월

김인/         서울대 명예교수

거실에 집안 뻘 되시는 안병욱 선생께서 손수 써주신 '生의 座右銘' 족자가 걸려 있다.  족자 속의 글을 되새겨 보면 내가 정년을 하고서도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간에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지침을 내려 주신 듯 싶다. 즉, 평생을 열린 마음으로 배우며 살라, 수양을 쌓으며 살라, 욕심을 절제하며 살라....

停年한 마당에 나에게는 딱 어울리는 말이다.  이제 와서 노인이 다된 내가 새삼스레 인생 어떻게 살지를 운운한다고 해서 가십 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

그러나 일 할 때의 나와 일에서 갓 졸업한 나 사이의 갈림길에서 “남은여생을 어떻게 살지”하는 물음은 지극히 당연하고, 나이   때문이라도 한번쯤 반추해 볼만하다.
                        
                           生의 座右銘

  이 世上에서 가장 賢明한
  사람이 누구냐
  모든 사람한테서 배우는 사람이다.

  이 世上에서 가장 强한
  사람이 누구냐
  自己가 自己와 싸워 이기는 사람이다.

  이 世上에서 가장 富裕한
  사람이 누구냐
  自己가 가진 것으로 滿足하는 사람이다.
                                        -  安秉煜 -

"남은여생을 어떻게 살지" 하는 물음과 함께 나에게는 체력과 정신력이 받쳐 줄때까지 해야 할 “아직도 남은 꿈”이 있다.

나의 첫 번째 꿈:  우리 국민이 국토공간의 어디서나 골고루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한 몫 하는 것이다.  이른바 국토의 균형발전이다.  우리나라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부산권, 대구권, 대전권, 광주권의 5대 광역대도시권이 바둑판의 다섯 개의 화점 모양으로 전국에 포진돼있다. 

이 5대 권역은 국토면적의 27%를 차지한다.  이 안에서 전국 인구의 77%가 살고있다.  도시학자들은 국가의 최우선 정책과제인 국가균형발전을 이룩하는데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를 가장 이상적인 거점 공간으로 꼽는다.  대도시권역은 인구가 조밀하고, 각종 산업이 발달해있고, 고등교육기관과 고급인력이 많아 국토공간상에 상대적으로 빠른 쇄신과 혁신의 파급효과를 가져 올수가 있기때문이다.
     
5대 핵심 공간이 국토지리 관점에서 왜 중요한가! 
① 우리 국민이 전국 어디에 거주하든 주택·교육·취업·의료·문화 등을 향유하는데 기회균등을 확대 촉진시킬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장소가 되기때문이다. 
② 21세기 세계화시대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국제적 혁신역량을 키워 한국을 동북아, 나아가서는 세계 속의 국가경쟁력이 강한 중심국가로 만드는데 가장 이상적인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③ 국토공간상에서 수도권 1극 체제의 파행적 불균형성장을 견제하고 비수도권 지방과의 상생발전을 견인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장소가 되기때문이다. 
④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가균형발전의 하위 정책과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수도 분할론은 가당치도 않다.  그러나 행정수도는 어디까지나 통일이전까지의 한시적인 것, 통일된 한반도의 수도는 서울이어야 하기때문이다.

나의 두 번째 꿈:  수도권 안에서 서울의 강남과 강남 축에 버금가는 새로운 발전 축을 조성하도록 하는 일이다.  富와 勸力의 과다보유 지역이 서울의 강남과 강남 축 방향으로 편중되어 도시가 발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도시매력이 특정한 곳으로만 쏠려 확대 재생산 될 경우 사회적 갈등은 물론 도시의 관리 측면에서 많은 비용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도시매력이 풍부한  제2의 강남(축)이 서울 도심~강남 압구정~삼성동~잠실~판교신도시~분당~용인으로 잇는 강남 축에 대칭해서 개발되어야 한다.  그 축이 정확히 서울 도심~여의도~목동~마곡지구~김포IC~김포신도시~일산대교(2007년 완공 예정)~파주로 이어지는 강서축이다. 

2000년 국가사업의 하나였던 아셈 회의장과 그 부대시설의 초현대적 건설은 삼성동 일대를 일거에 업그레이드 시켰다.  이에 맞먹는 국책 사업으로서 현재 개발이 유보된 땅으로 남아있는 강서구 마곡지구의 121만 평을 삼성동에 버금가는 최적· 최고(the best and the highest)의 신시가지로 만들어야 한다. 

판교 IC 와 접속되는 판교신도시는 강남 배후에 고급신도시를 건설하는 중앙정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다.  김포 IC 는 수도권 순환고속도로 선상에서 판교 IC 와 대칭해 있는 서울 강서지역권 교통의 요충지.  판교신도시와 같은 고급신도시를 강서 배후에도 건설하면 어떨까?.

강남으로의 중대형 주택수요의 쏠림 현상도 분산시키고, 강남의 주택시장 안정, 거대한 대기성 자금의 투자처 발굴 등 一石三鳥의 효과를 기대해 볼만 할 것이다.  2기 신도시 건설이 확정된 김포시에는 1기 신도시 분당과 같은 수준 이상의  신도시를 건설함으로써 수도권의 도시매력을 전방위적으로 확대 분산 시켜야  할 것이다. 

2007년 일산대교가 완공되면 자유로를 타고 고양과 파주의 서북 축 방향으로  연결된다. 수도권의 서측 지역은 아직 미개발지역이 많아서 계획된 신규개발 사업을  추진하는데 유리한 장점을 가진다.  서부 축 개발은 강남 집값잡기 뿐만 아니라 웰빙 차원의 주거권 확보와 수도권의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수도권 강남 축의 쏠림 현상을 막고 서부 축의 체계적 개발을 위해 중앙부처와 광역자치단체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 의 수장들은 얼굴을 맞대고 정치적 가감 없이 심사숙고해 볼 일이다.  최근의 大首都論도 이런 맥락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나의 세 번째 꿈:  서울 강서구의 마곡지구를 국제업무 타운으로 조성하는 일이다.  마곡지구는 행정구역상 서울 강서구 마곡동, 내발산동, 외발산동, 방화동, 개화동 일대에 걸쳐있는 121만평 규모의 미개발 녹지공간이다.  마곡지구의 입지적 특성을 고려할 때 ①수도 서울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장소, ②인천국제공항의 허브기능과 서울의 국제도시기능을 연계하여 세계화 관련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위한 장소, ③서울의 도시공간구조의 균형발전을 유도하기위한 장소, ④수도권 광역도시체계의 중심축 형성을 구축하기위한 장소로서의 토지이용 개발전략이 필요하다. 

서울은 국제도시 기능을 수행하는 세계도시로 발전하고 있으나, 아직 국제적 부문의 활동을 원활히 수용할만한 집적지가 서울 어디에서도 확실한 섹토를 이루고있지 못하다.  이 점을 감안, 121만평의 토지를 국제업무기능을 수행하고 지원하는 국제비즈니스 거리, 스마트 빌딩, 내외국인 주택가, 외국인 학교, 종합병원, 문화예술공관, 엔터테인먼트, 컨벤션센터, 전시장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여 세계 지향적 신시가지를 특화지구로 건설한다.

마곡지구의 특화 개발 사업은 국가차원의 상위기구에서 계획과 집행을 추진할 과제이다.  마곡지구를 특별 계획지구로 고시하여 국가의 제4차 국토종합계획 기간(2000-2020년)안에 완료가 되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나의 네 번째 꿈:  김포시를 누구나 와서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일이다.  나는 2001년 서울 화곡동에서 이사를 왔다.  나는 현재 내가 거주하는 김포시 장기동 청송마을 현대 아파트 단지 213동 棟대표다.  김포시의 도시계획위원이다.  김포 신도시건설 자문위원이다.  김포 신도시 도시설계공모 심사위원장으로 사계의 도시건축, 도시계획전문가를 모시고 8편의 공모작을 선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5년간 김포시 관내를 돌며 시정 현안 문제들을 파악하고자 개인적인 노력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김포시와 관련한 공적, 사적인 일에 참여하면서 김포를 꽤는 알게 되었다고 자부하며 나 나름대로 “金浦學”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일반인의 김포시에 대한 도시 이미지가 수도권의 다른 도시에 비해서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도시의 발전 여건을 평가하면서도 와서 살 곳은 아니라는 식으로 도시 가치를 평가절하 하며 기피하는 눈치다.  이렇게 되면 분명 도시 발전을 저해할 소지가 커진다.  도시의 취약한 점은 개선 되어야하겠지만 김포시의 발전잠재력이 이 때문에 사장되는 것은 막아야하겠기에 김포시 전반에 대한 종합적 검토와 사실 검증과 이론이 뒷받침되는 연구가 필요하다. 

나는 김포의 한 주민으로서 도시연구 전문가로서 김포에 대한 도시 이미지를 모두가 좋은 인식을 가지도록 반전시키기 위한 연구와 나아가서는 김포를 가장 살고 싶은 으뜸의 도시로 만드는데 내 꿈을 펼쳐 볼가 한다.

나는 내가 간직한 꿈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현실로 드러날 수 있게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의 이론, 나의 전문지식, 나의 경험이 유효했음을 확인하고 싶다.  그것은 또 내게 주어지는 생애의 마지막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