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한강하구 고촌면~ 강화 구간 43.5km 습지지정 움직임과 관련해 시의회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의회가 주관한 지난 4일의 시민 대토론회는 앞서 도내 각 의회가 만장일치의 반대입장을 결의한 후 기획됐다는 절차상의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론 수렴과 정보공유, 대안마련이라는 목적에 접근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시민의 생존권과 재산권 수호를 우선가치로 인정함과 동시에 자치단체 구성원의 합의된 여론 수렴 절차를 생략하고 밀어부치는 상명하달식 정부정책에 대한 김포시민들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는 수단으로서도 이번 토론회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지역내 일부 단체와 여론은 환경부 입장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하며 습지지정을 찬성하는 등 지역내 찬반 여론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습지지정과 관련해 일고 있는 논란의 배경과 일련의 과정을 짚어보고자 한다. -기자註-

-환경부 입장에 동의하고 있는 야생조류보호협회

이런 가운데 습지 지정 찬성쪽 패널로 토론회에 참석한 야생조류보호협회 윤순영 이사장은 환경부 자연정책과 진득환 사무관과 입을 맞춘 듯 일치하는 습지 개념을 정의해 눈길을 끌었다.

야생조류보호협회는 지난달 30일 습지 탐사를 목적으로 하성면 전류리~석탄리간 철책밖 비포장 도로 걷기행사를 주관한 바 있다.

이 길(제방 국지도78호와 연결된 도로)은 2004년 건교부 산하 서울국토관리청이 전류리~석탄리간 8.2km를 4차선으로 확장할 계획으로 관련 예산 확보와 실시설계까지 마쳤으나, 환경부 협의부결로 확포장 계획이 무산된 곳이다. 철새와 습지 보존이 이유였다.

"사람이 먼저냐, 새가 먼저냐?"는 하성주민들의 볼멘 불평과는 무관하게 야생조류보호협회가 기획한 '습지 탐사 걷기 행사'는 토론회를 앞 둔 시점의 이벤트 였다는 지적을 피할길이 없어 보였다. "새보러 왔는데 한 마리도 없다"는 아이들의 투정이 아니어도 탐사한다는 철책안 습지와 몇 백미터 떨어진 길을 2km 정도 걸은 것이 행사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당시 윤 이사장은 "국방부가 저렇게 철책을 쳐서 잘 보존해 온 습지를 환경부가 습지법으로 한 번 더 규제하려는 의도가 무었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철책은 국가 안보상 설치한 구조물로 사실상 습지는 보호된 것이 아니라 방치된 것이다. 탐사도로 개설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금이 원시상태로 잘 보존됐다면서 법으로 뭘 더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는 재차 질문에 윤 이사장은 토론회에서 보자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야생조류보호협회는 환경부 산하 단체?

진 사무관은 "철책으로 잘 보존된 습지를 왜 습지법으로 더 규제하느냐는 사람들이 있는데 철책선은 국방상 설치된 구조물일 뿐 습지는 사실상 방치 상태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윤순영 이사장과 같은 논리다. "탐조도로가 생기면 주민 정서 함양에도 좋고, 주민 불편과 손해는 없을 것"이라고까지 부연했다.

자치단체 시민들의 입장에는 아랑곳 없이 밀어부치기식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환경부 공무원과 지역민의 입장을 헤아려야 할 단체 대표의 일치하는 견해를 보면서 우연으로 돌리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윤순영씨가 대표인 야생조류보호협회가 지난 4월 말 환경부로 부터 사단법인 야생조류보협회 중앙회로 허가됐다는 소식이 개연성을 입증하는 징표라면 비약일까? 그가 과거 몇년동안 활동해 온 단체는 한국조류보호협회김포지회였기에 더 주목되는 부분이다. 윤순영씨가 속한 단체가 지난해 10월 이전까지 시의 한강 모래채취 사업과 관련해 단 한차례도 반대 입장을 밝힌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시의 한강 모래채취 사업과 습지
시의 한강 골재채취 사업은 2004년 한 해 70여억원의 판매 수익을 올린 비중이 큰 세외 수입원이다. 이 사업 또한 환경부 산하 기관인 한강유영환경관리청의 협의 부진으로 사업 부지 이전 협의가 7개월째 제자리 걸음인 채 협의가 불투명한 상태다. 재협의 사업구간은 건교부가 밝힌 홍수 등 재해 조절을 위한 하천 정비계획에 부합할 뿐 아니라, 환경부가 염려하는 어류의 산란기와 철새 도래기를 피해서 진행해 온 사업이다.

토론회 중 진행자인 유승현 시의원이 골재채취 사업과 습지 협의와의 빅딜 의혹을 제기하자, 진 사무관은 "골재 사업과 습지"는 별개라고 답했지만, 깊이 관련 돼있다는 것은 곧 드러났다.

진 사무관은 올 4월 6일 환경부에 부임하기 전, 경인환경청(현재 한강유역환경관리청으로 개칭)에 근무하며 시가 제출한 제6차 골재채취 사업 관련 사전환경성검토서를 반려하는 부서에 근무했다. 시가 경인지방환경청에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보고서가 '철새 서식지 파괴 저감 방안 마련'을 이유로 반려한 바로 그 시기다.

당시 환경청은 지역 환경 전문가의 의견서 첨부를 요청했고, 시는 윤순영 이사장으로부터 "철새들의 신선한 먹이 공급을 위해서는 골재채취가 필요하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받아 환경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5월 현재 시장을 비롯한 간부공무원들이 수차 환경부를 방문하는 등의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업재개의 윤곽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진 사무관은 토론회에서 "시 세수원인 골재채취 사업을 습지지정 문제와 연계해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유승현 의원의 추궁성 질문에 "경인지방환경청 근무 당시 시의 6차 사업변경 신청서를 받았는데, 당시 MBC가 철새보호를 위해 골재를 채취하면 안된다는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사업지가 장항, 신남 습지 인근이기 때문에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했다"면서도 "습지와 골재채취 관련 환경영향 평가는 별개"라는 앞뒤가 맞지 않게 답변했다.

환경부 의지대로 오는 9월 한강 하구가 습지로 지정되면 차후 재해 예방을 목적으로한 치수 사업은 정부정책으로 자동 전환된다. 92년부터 한강하구 준설작업 차원에서 경기도에 하천 점용료를 납부하며 시가 벌여 온 골재 채취사업은 더 이상 연장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시는 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에 대비해 추진중인 고촌~신도시간 구간별 고속화도로 개설 사업 등이 습지법을 근거로 환경성검토 협의 절차가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법이 제정 되기 전부터 환경부는 철새보호를 이유로 하성 전류리~석탄리간 도로와 사우택지~제방도로간 도로 개설과 관련한 사전환경성 검토 협의를 부결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엄격히 말해 홍도평을 찾는 재두루미를 비롯한 겨울철새를 위협한 것은 동절기를 피해 강 중심부에서 벌이는 골재채취 사업이 아니다. 현재도 2000년 부터 본격화된 고촌향산리~장기월드아파트간 우회도로 건설사업과 2003년 7월 착공해 현재도 진행중인 일산대교 건설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타 지역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1200여억원 국가 예산을 투입해 홍도평 우량 농지를 훼손하면서 본래 목적인 교통분산 효과를 의심받은 우회도로 건설은 당시에 비상식적인 뒷거래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기도 했었다.

'스스로 그러한 것'이 자연이라면 사람의 간섭없이 두고보는 것이 최선의 보호책이 아닐까? 도로와 아파트로 망가뜨린 홍도평을 "재두루미를 이용한 철새특구로 조성하자"는 윤순영 이사장의 제안은 혹여 '때 늦은 착오'는 아닌지 전문가 집단은 지적하고 있다.

기러기떼 날아드는 황혼녁의 홍도평이 김포 8경 중 하나로 꼽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사우택지 개발과 고촌 향산리 ~장기 월드아파트간 우회도로 공사는 홍도평을 동강냈다. 교통분산 효과가 목적인 우회도로 역할에 대한 불신이 "몸으로라도 막겠다"던 시의회의 의협심을 자극했지만 현재도 진행중이다.
그렇게 동강난 홍도평을 또 다시 자르는 고양시 이산포와 걸포동을 잇는 일산대교와 498만평 신도시 건설과 관련해서는 잘도 협의하던 환경부가 진정 시민들이 필요로하는 도로(사우동~제방간, 하성전류리~석탄간) 개설은 철새보호를 위해 안된다는 건 억지를 넘은 무시다.

환경부 관계공무원들은 김포 한강을 찾는 철새를 죽이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모작이 가능해 시가 96년부터 적극 권장해 온 찰쌀보리 싹을 철새떼가 뿌리째 뽑아버려 아예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 엎어야 하는 농민들이다. 이들은 사람의 생존을 위협하는 철새 보호를 명분으로 습지지정을 찬성하는 사람에게 "추수 후 논 밭을 갈아엎고 독약을 뿌릴 수 있다"는 절규로 경고한다. 사람보다 철새 보호를 우선순위에 두는 이들이 명심할 대목이다.

윤 이사장이 각종 언론에 홍도평에 여전히 80여마리가 찾아온다고 주장할 때 수차 찾아간 홍도평에서 기자가 발견한 재두루미는 우연인지는 몰라도 늘 서너 마리가 고작이었다. 그 즈음 고촌면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수십마리 두루미떼가 동네 논에 날아 든다" 는 제보를 받았다. 그래서다. 생활의 편리를 좇는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되고 동강난 홍도평에 재두루미를 불러들여 관광특구로 조성하자는 재두루미 예찬론을 신뢰할 수도 묵인할 수도 없는 까닭이.

날개 단 철새들은 언제나 "더 안전하고 먹을 것이 풍부하고 새끼치기 알맞은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 배운다. 그런 철새를 먹이로 유인해 일정한 장소에 머물게하는 것이 과연 철새보호인지는 숙고할 문제다. 환경 전문가라는 이들의 자연보호 구호와 억지 논리가 아니어도 자연 환경은 도시인들의 삶의 질을 재는 척도라는데 절대 공감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누구도 자연 환경 보존에 이의없다. 다만, 특정 집단이나 단체의 사리사욕이 공공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할 뿐이다.

환경부는 정책결정의 우선순위에 지역주민의 공감 지수를 반영해야 한다는 시대 변화를 간과하고 있다. 상급 기관의 결정이니 따라야 한다는 밀어부치기식 행정의 구태도 착오와 오류를 양산할 뿐이란 걸 인식해야 한다.

이번엔 습지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된 시민을 대변해 모처럼 시의회가 나선 것이다. '이건 솥뚜껑'이니 놀라지만 말고 같이 뒤집어보고 확인하자는 공감대 형성을 위한 토론회를 주관했다.

"강 하구의 본래 역할은 치수다. 홍수 예방이 습지보호의 최선책 아닌가?" 토론회 반대측 패널로 참석해 충분한 자료를 근거로 묻고 답하던 이중택 신도시대책위원장의 상식 논리는 단연 돋보였다.

자유로로 탄탄한 일산쪽 제방처럼 김포쪽 제방도 미래 김포도시계획에 대비해 탄탄하게 확장한 후, 남북 화해 무드가 무르익어 철책 제거가 우선 논의되고, 군사시설보호를 명분 삼은 각종 규제 완화가 가시화 될 그 때, 사람의 간섭이 차단돼 잘 보존된 한강을 습지로 지정해서 보존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시민 다수의 바람이고 주장이다.

균형발전을 지향하는 정부정책의 배려 차원에서도 김포시민들의 여론을 적극 반영하는 것이 옳다. 김포시민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신도시와 양곡 마송 등의 택지개발이 완료되면 10만 이상의 인구 증가가 예상된다. 자족도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점을 감안할 때 강변도로 선형을 따라 계획된 고속화도로 개설은 도시의 유일한 대채 숨통이다. 대책없이 김포시의 숨통을 조이는 습지지정 움직임을 김포시 입장에서는 전면 재검토를 요구해야 한다.

-한강 철책제거 논의, 습지 지정 문제보다 시급한가?
북한의 핵 관련 문제가 최근 국제 사회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국가 안보와 외교 측면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정세와는 별개로 지난 9일 이재창(파주,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군사시설보호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동병상린 처지인 김포시민의 이목을 끌었다. 안정적 균형 발전을 열망하는 지역 주민들의 권익보호를 우선가치로 여기는 지역 대표 정치인의 당연한 문제 제기다.

이어 유정복 국회의원도 지난 1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철책선 등 한강 하류의 문제점과 해법 모색을 목적으로 "한강하류지역 규제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토론회을 주관했다.

국회가 정부 정책을 보완, 견제하는 역할 임을 주지할 때 국방부와 관련된 철책 제거 방안 모색과 더불어 지역정서와 여건을 무시한 환경부의 또 다른 규제정책 추진 움직임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는 아쉬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상 이변에 따른 홍수 예방 차원의 하상정비 사업과 습지 보존은 정부 부처간 이기 충돌로 방치될 볼모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환경부 관계자들이 깊이 인식할 때 김포 들판을 찾는 겨울 철새들의 아름다운 귀환도 '보호'가 불필요한 자연환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