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유정복(현 인천시장) 경기도청 기획관이 '영국신사'라고 불렀던 이 의장은 여전히 말끔한 차림으로 당시의 일들을 회상했다. 

"가장 역점을 둔 건 내 지역 개발이다. 공약한 거는 거의 다 실천했다. 이재창 당시 지사에게 지역 숙원 사업 1, 2, 3 번호를 매겨 올렸다. 강변도로(제방도로)는 강화하고 손잡고 했는데 이 지사가 그해 12월인가 감사장으로 도면을 가져와선 결재했다고 말하던 기억이 난다. 또 하성면 석탄리에 배수갑문이 없어서 해마다 수해가 되풀이 됐다. 여기에 배수관을 묻어 수해를 막고 경지정리를 했다. 그 뒤로는 지금까지 수해가 안 난다. 걸포중앙공원도 도비를 안 주려고해 힘들었지만 받아냈고 하성면 태산패밀리파크, 월곶면 조각공원도 모두 그때 만든 거다."

100% 도비만으로 조금씩 만든 제방도로는 이후 김포한강로의 기초가 됐다. 다른 시군의 눈을 마냥 제칠 수 없어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예산을 계속 투입해 하성면 전류리까지 길이 닦였다. 그렇게 이 의장은 한강을 따라 공약사업들을 실천했다. 수산청장 출신의 박종우 국회의원과 함께 대명항을 2종 어항으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과 전임 국회의원이 먼저 공치사에 나섰고 그때나 지금이나 숟가락 얹기 경쟁은 매한가지 모습이었다.  

이 의장은 2002년 6월 퇴임 이후에도 임창렬 지사와 북한 양강도를 방문하는 등 남북교류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다. 이 의장이 추진했던 문수산과 애기봉 개발과 한강변 도로, 교량 건설 등 접경지역 사업은 지금까지도 남북관계에 따라 현실과 불가능을 넘나들고 있다. 

"애기봉 도로나 한강변에 다리를 놓는 것들이 계획 돼 있다. 그렇게 만들어 놨다가 남북관계가 풀리면 하려고 했던 거다. ‘남북관계를 우리가 어떻게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기본 뼈대를 만들어 놓고 여차하면 하려고 준비해 두는 거다. 어떻게 보면 허무맹랑한 일이지만 공직자는 앞을 내다보며 준비해놔야 한다. 헌데 남북관계가 잘 안 풀려서 안타깝다."

지방의원 유급보좌관에 대해 이 의장은 당시 의원들의 분위기에 따라 요청했지만 지금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보좌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좌관은 그때 전국 광역의원들의 (소)원이었다. 요즘 보면 워낙 일이 많고, 다양하고, 복잡하다. 당시 경기도 인구가 800만이었는데 지금 1000만이 넘는다. 행정이나 기획이나 모두 복잡하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지만 그런 분야를 배운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그래서 보좌관이 필요하다. 당시 모 의원의 도정질의에 도청 국장이 ‘이것도 모르냐’고 펜을 던지던 때다. 나중에 국장이 빌며 사과했지만 초창기에 공무원들은 ‘의원이 뭘 알아’하는 투로 그렇게 나왔다. 오죽하면 사전에 의원들이 ‘우리가 혹시 영역 밖의 질문을 해도 이해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그런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 복잡성이나 전문성이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의원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경기도의회 활동 당시 이규세 의장과 유영록 의원.

"나와 피와 살도 안 섞였지만 의장 선거 성공에 주요 역할을 한 사람이 지금의 유영록 시장이다. 나뿐 아니라 도청 공무원들이 유영록 당시 도의회 기획위원장을 높이 평가했다. 유 시장이 시장으로 당선 된 뒤에는 ‘소신’을 강조했다. 김포는 유 시장이 처음 당선될 때 토박이가 많았지만 지금은 인구의 4분의 1도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 열심히 하고 ‘약속을 하면 가부 간 결정지어라’,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설명해주라’고 했다. 갑자기 안 됐다고 하면 실망이 얼마나 크겠나. 그게 욕으로 나오는 거다. 결과를 반드시 얘기해줘야 한다. 누가 유 시장을 욕하는 건 정말 듣기가 싫다. 그래서 소신 있게 하라고 한다. 거물대리 (환경오염 문제로) 지금 데모하고 있지 않나. 저건 전임 시장들이 만들어 놓을 걸 유 시장이 설거지하는 거다.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건데 그래도 ‘소신 있게 하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이름과 일화를 뚜렷이 기억하는 건강 비결에 대해 이 의장은 마음을 강조했다. "술 안 먹고 담배를 안 핀다. 예전엔 많이 했는데 의장되면서부터 다 정리했다. 안 먹으니 이젠 먹을 생각도 없다. 나이가 들수록 겸손은 하지만 마음이 위축되면 안 된다. 지금도 매일 텔레비전을 켜면 킥복싱, 격투기를 본다. 마음이 어두워지면 늙는 거다." 

이 의장은 지난해부터 김포시민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장학회는 그간 867명의 기탁자가 116억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했고, 466명에게 28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현재 잔액은 81억원. 자산이 많아 보이지만 1%대 초저금리시대에 이자로 장학금을 지급해야 하는 장학재단들의 사정은 녹록치 않다.

하지만 인터뷰 당일에도 한국씰마스타에서 3천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이 이사장 취임 이후 기탁자와 기탁금이 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제 내가 해야 할 마지막 책명이 김포시민장학회다. 임기 내에 100억원을 조성할 거다. 그게 내가 김포에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밝혔다.

-김포군 양촌면 마송리 출생(1934년)
  *부친은 양촌면 구래리
-동국대학교 법학과 졸업(1960년)
-경기도의회 제 3, 4, 5대 의원(1991~1998년)
-경기도의회 제 5대 후반기 의장(2000~20002년)
  *국방부장관‧대통령 표창 / 국민훈장 목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