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고양 시민은 일산대교 무료 통행해야"
"경전철되도 출근길 정체…인천공항로가 답"
"소하천 연결 공장은 무조건 하수관거 설치"
"공약은 정치인의 빚…거짓말, 관용 말아야" 

예순 초반으로 봤는데 낼 모레가 칠순이다. 김포도시철도, 환경, 일산대교 통행료 등 현안마다 쓴 소리와 함께 대안도 제시하는 사람. 공무원들이 이맛살을 찡그리면서도 반론하지 못하는  남자. 20여 년 겪은 4명의 시장에 대한 거침없는 평가가 가능한 할배. 한 번은 꼭 진중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이젠 손주 볼 거다. 다른 사람과 하라"며 한사코 거부하다 3번 만에야 인터뷰를 승낙한 정해창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전아연) 김포지회 수석부회장을 만났다.

정 회장은 서울 직장생활을 정리할 때쯤인 1996년 강화도에 다녀오던 길에 사우동 경신아파트 광고를 보고 "시골마을, 전원생활"을 그리며 분양을 받았다. 지금의 사우광장이 인근 주민들의 텃밭으로 쓰일 때였고 그 게 김포 인연의 시작이다. 이후 고촌읍 수기마을로 이사하기 전까지 주민 대소사를 서로 챙기던 경신아파트 이장을 12년 간 봤다. 아파트가 더 늘어나고 입주민을 대변할 단체가 필요하다는 입주자 대표들과 만든 게 지금의 김포시아파트연합회다.

일산대교통행료폐지 김포시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일산대교란 말에 막힘없이 머릿속 말들을 쏟아냈다.

"외곽순화도로 북부구간 통행료 인하 서명을 할 때 일산대교 통행료폐지 서명도 함께 받았는데 서명부를 전달하면서 북부구간 통행료인하만 언론에 나왔다. 서명 받은 걸 활용도 안하고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 고양과 김포시가 포기한 것"이라고 운을 뗀 정 회장.

일산대교는 2000년 임창렬 경기지사 당시 구상됐다. 검단신도시 개발을 감안해 북부 연결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투자까지 15년이 걸린다며 민간자본으로 건설됐다. 경기도가 400억원, 5개 컨소시엄이 1300억원 총 1700억원을 투입했다. 정부는 예상통행량의 90%를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30년 간 사업권을 민간에 줬지만 민자 컨소시엄은 개통 1년 6개월 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다리를 팔아버렸다.      

"돈이 없어서 MRG(최소운영수입보장)를 한다지만 결국 사업비는 국민에게서 나온다. 1000억원짜리를 1500억원에 만드는 셈이다. 2008년 준공했는데 연간 50억원씩 경기도에서 손실보상을 해주고 있다. 앞으로 60억, 70억, 100억원까지 매년 늘어난다. 22년이 남았는데 30년 뒤에는 (차라리) 경기도에서 직접 사업하고도 남을 만큼을 지원해주는 거다. 시민들은 다 돈을 내고 타면서 말이다. 김포시와 고양시는 당사자 지자체니 스티커를 주던 어떤 식으로든 통행료를 무료로 했어야 했다. 지금 다리 가치가 2700억원인데 (건설 당시보다도) 1000억원이 늘었다. 지금 이율이 2%대여서 1300억원 빌리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다. 한강 31개 다리 중 일산대교를 빼고는 다 무료 통행이다. 유료 통행은 돈의 고하를 떠나 김포시민과 고양시민의 자존심이다. 이 걸 유료로 그냥 두면, 앞으로 외곽도로 전 구간 유료화하면서 김포대교가 유료로 되고, 제2외곽순환로도 유료다. 김포시민은 다리를 건너면 다 돈을 내야한다. 자유로가 국도고 검단 가는 게 지방도다. 국도와 지방도를 잇는 도로 중에 유료는 (일산대교 외에) 없다. 거기에 일반고속도로 통행료가 1Km당 50원, 천안 민자고속도로가 100원, 공항로가 200원이다. 일산대교는 1.8Km에 1200원이니 1km에 600원이다. 말이 되나?"

정 회장은 2량 경전철 개통에 대한 우려도 밝혔다. 정치인들의 무능, 선거 활용, 아파트 값 하락 걱정 때문에 서울 인근 도시 중 유일하게 지하철이 아닌 경전철이 연결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 31개 지자체, 서울시 접경지자체를 보면 지하철 안 들어간 데는 김포뿐이다. 안성과 포천 빼고 다 들어가는데 서울시청 기준, 안성은 50km, 포천은 70km다. 김포는 25km다. 포천은 경원선, 1호선 연결 될 거고, 안성은 영동선 될 거고, 김포만 경전철이다. 그것도 서울시계 접경도시, 후기 신도시 10개 중 유일하게 경전철이다. 용량도 2칸 230명이다. 시간당 4,600명. 7시부터 9시까지 두 기간 동안 딱 9,200명을 실어 나른다. 신도시 출근시간 추산 이용자가 약 30,000명이다. 신도시에서 꽉 차면 걸포, 사우, 풍무, 고촌에서는 문도 못 연다. 경전철 개통하면서 ‘김포 망했다’고 자꾸 하는 이유는 이게 김포에 도움 되는 게 아니라 기대와 신뢰를 다 무너뜨리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올림픽도로에 마곡터널에서 (차량들이) 치고 들어오면 행주대교, 올림픽대교, 전호대교까지 밀릴 거다. 남부순환로도 아침 출근시간에 고촌 아라대교까지 밀린다. 2016년엔 신곡4거리까지 밀린다. 그럼 김포공항 가는데 (신도시에서) 30분이 더 걸린다. 승용차도 못가는 거다. 그러면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사람이 다 타서) 문을 못 연다. 풍무에서만 5천 세대다. 집단소송당하지 않겠나? 걸포, 사우, 풍무, 고촌 역세권으로 아파트를 다 분양하고 있는데 출근시간에 문을 안 열어주는 역세권이 역세권인가? ‘2칸짜리 경전철이라도 이번에 안 되면 안 된다’ ‘이걸 바꾼다는 사람이 나오면 신도시가 망한다’며 신도시에서 현재 시장을 뽑아 줬다. 이건 집값 얘기지 김포의 미래에 대한 게 아니다. 이런 게 다 이용해 먹는 거다. 우리 회사 과장도 한강신도시에 사는데 ‘내가 오래 살 것도 아니고, 집값 떨어지면 난 뭐가 되나’고 한다. 그래서 신도시 카페에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가 강퇴를 당했다.(웃음)"

하지만 정 회장은 출근길 정체에 대한 자신의 대안도 제시했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한강신도시, 영사정IC에서 바로 인천공항로로 연결하면 2Km도 안 된다. 돈도 얼마 안 든다. (신도시에서 김포공항까지) 10분이면 된다. 공항고속도로가 민자지만 시의 교통에 완전히 문제가 발생할 때 예비할 수 있는 대안 중의 첫째다. 48번국도, 외곽순환로가 막힐 때, 남부순환로로 해서 김포공항 가려고 굳이 노력할 거 없다. 김포의 환승지역은 가장 접근하기 좋고 서울을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김포공항역이다. 그런데 지금 신곡4거리부터 막힌다. 48번 국도가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접속 되면 (김포공항 앞의) 남부순환로로 안 들어가고 김포공항으로 들어가도록 하면, 도시철도보다 더 많이 돌릴 수 있다. 1.5km도 안 된다. 그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본다."

정 회장은 김의균, 민찬홍, 하금성 세 사람과 김포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공장의 오폐수가 하수관거가 아닌, 농수로에 혼입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포의 현실을 각성하도록 했다는 박수와 함께 관내 농산물 판매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 하수관거 BTL(민간투자사업) 사업은 5개 읍면이 먼저 했어야 했다. 농촌이고 농산물이 나오는데 공장이 5천개가 넘고, 주물 공장이 270개가 있다. 주물공장은 육해공을 다 오염시킨다. 그런 공장들이 공단이 아닌, 자연부락에 끼어있다. 인구가 15명인 동네에 공장 15개가 있다. 실제 우리가 조사를 다녀보면 ‘이건 아니다’라는 김포 쌀에 대한 불신이 있다. 하지만 농민이 5천세대다. 그걸 앞에서 말할 수는 없는 거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개선하라고 하는 거다. 땅을 오염시키는 건 지금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이다. 그래서 정부 예산으로 하수관을 빼자는 거다. 공장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논에 물을 댄다. 공장 연결 하수구에서 이렇게 하는 걸 보면 정말 기가 막히다. 어떻게 이런 물로 농사지은 걸 금쌀이라고, 말이 안 된다. 주물공장에서 나오는 물이 논으로 들어가는 거다. 어떻게 이런 물로 못자리를 하나? 소리 질러서 못하게 한 적도 있다. 5개읍면 쪽 공장에 소하천이 연결 된 곳은 무조건 하수관거 공사를 해야 한다.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거의 10만평이다. 막 소리 지르고 싶은데 차마 말을 못한다. 사진전도 하려고 했지만 김포 쌀만 죽는다. 그래서 소규모 종말처리장을 만들라는 거다. 김포시가 소극적으로 할 일이 아니고 경기도와 환경부 쫓아다녀서 돈을 받아다 하수관 묻어주면 공장도 쉽게, 편하게 (오폐수를) 뺄 게 아닌가. 그래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장과 아파트연합회 활동을 하면서 겪은 유정복, 김동식, 강경구, 유영록 4명 시장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특히 정 회장은 유정복 시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신도시 발표 전 풍무동에서 도시개발을 설명하는 유정복 군수를 굉장히 샤프하게 봤다. 당시 ‘김포가 낙후된 시골인데. 김포에 군수 하나는 잘 뒀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제안도 하고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유정복 시장이 관선 군수부터 국회의원 3선까지, 김포시민이 한 사람을 20여 년 간 키웠다. (그런데) 지금 어디에 가 있나? 인천 가서 KTX 끌어오고 지하철 연장하고 능력 있고 정치적으로 상당한 위치에 있는데, 김포시민을 발판으로 이용한 거다. 인천 갈 때 그걸 딱 느꼈다. 못마땅해도 김포 개선을 위해서 이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쁘게 보면 유영록 시장의 지하철을 밀어주지 않은 것도, 조그만 동네 만들어서 영구 집권하려는 게 아니었겠나 하는 그런 생각도 든다. (국회) 국토위에 있으면서 충분히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못했으면 무능한 거고, 안했으면 나쁜 정치인이다. (청와대나 당에서) 인천시장 나가라고 한다고, 정치적 의리를 찾는다면서 35만 시민의 의리를 끊고 간 거는 나쁜 거다.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남았다면 의리인데 ‘인천의 돌아온 연어’라면서 인천시장을 하는 거 보면서 ‘김포가 참 복이 없는 동네다’ 이런 생각을 했다."

"김동식 시장은 너무 양반이고 신사 스타일이다. 너무 정치적 냄새가 안 난다. 지하철도 들어와야 비전도 생기고, 역세권개발도 가능할 거 아닌가? (그런데) 경전철, BRT만. 참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강경구 시장은 (김동식 시장의) 경전철 (추진이) 거의 다 끝나가는데 지하철을 공약했다. 유정복 시장이 2년 쉬고 국회의원 됐고 ‘(강 시장과 함께) 둘이 하면 되겠다’고 생각 했는데, 1년 만에 경전철로 바꿨다. 또 2008년 수기마을 준공 시 방음벽을 안 챙겼다. 준공과 입주를 앞두고 2월에 준공용 소음측정에서 (수치가) 오버됐는데도 그냥 준공 해줬다. 저층 민원 때문에 시에서 맘대로 못한다고 했는데 500세대 중 10세대가 소음 피해를 보더라도 방지 시설을 하게 돼 있다. 주민선택권이 없는 법상 의무다. 시공사와 도로공사를 상대로 소송 예정이다."

"유영록 시장은 강경구 시장이 사업 승인까지 받아 놓은 경전철을 지하철 9호선으로 확 뒤집어 버렸다. 전철을 지상으로 4, 5칸 만드는 게 차선이었고 신도시 완공 시점인 2014년에 운행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1, 2년 늦더라도 지하철이 낫다고 유 시장을 뽑은 건데 일 년 반 만에 이걸 못하겠다고, 2012년에 뒤집었다. (차라리) 이걸 안 했으면 그냥 무능한 시장으로 끝나고 말았다. 당시 김문수, 오세훈이 다 한나라당인데 안 도와 준 거다. 이걸 본인이 안 되니 2칸짜리 지하 경전철로... 2010년도의 선택은 잘 한 거다. 하지만 이걸 바꾼 시장이 나쁜 거다. 고가경전철, 이게 이슈화가 됐는데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거였다고 본다."

"김포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그냥 놔두지 이런 활동을 안 한다"는 정 회장에게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공약 채무론"과 "거짓말 불관용"이란 답이 돌아왔다. 

"시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김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 줬으면 한다. 대안도 내놓고 지적도 하고. 공약은 정치인이 시민들에게 빚지는 거다. 시민은 4년 동안 받아야 한다. 표를 줬으니 당연 받을 권리가 있다. 그 관계를 4년 간 계속 유지하는 게 김포발전의 가장 빠른 길이다. 둘째, 정치인은 공약을 꼭 지키려고 해야 한다. 무능해서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음에 떨어뜨리면 된다. 하지만 거짓말은 안 된다. 김포가 정치인을 잘못 뽑았고, 시민이 그 정치인을 너무 관용해 준 거다."

-영등포공업고등학교 졸업(1967년)
-시그네틱스코리아 창설사원 입사(1967년)
  *국내 1호 100% 외자기업
-군복무(1971~1974년)
-오리엔트시계 입사(1974년)
  *일본 오리엔트 합자기업
-태평양콘트롤즈 창설사원 입사(1977년)
  *일본 히타치 합자기업
-태평양콘트롤즈 공장장 퇴사(19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