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인 습지보호지역지정 용인할 수 없다

최근 환경부에서는 한강하류 생태계의 보전과 생물의 다양성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김포·고양·파주·강화에 접해있는 한강 하구역 43.5㎞를 올해 9월까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계획에 본격 돌입하고 있습니다. 한강하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으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등 26종의 양생 동식물이 살고 있다는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03년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하구연대> 등의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1999년 제정된 『습지보전법』에 의해 보호지구 지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입니다.

습지보호를 위한 <람사협약(1971)>이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리우선언(1992)>에서 보듯이 인간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과 환경정책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번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추진은 일방적으로 주민피해만을 강요하는 정책으로서 다음과 같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어 섣불리 추진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첫째, 정부정책의 신뢰성 상실로 인한 주민들의 불신감을 들 수 있습니다.
김포신도시의 계획과 변경 과정에서 보여준 관계부처간 협의조차 안된 상태에서 추진되다가 혼란을 초래한 정부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피해감과, 천성산 터널 공사에서 보인 정부의 원칙없는 환경보전과 개발정책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인한 것입니다. 환경부가 철책 외부에 대해서는 관리지역으로 지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통상 보호구역의 1/2 정도가 관리지역으로 설정되는 것으로 보아 환경부의 주장에 대해 신뢰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습지보전법』제8조에서는 주변지역을 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둘째,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이 습지보호지역을 주장하는 근거로 삼고 있는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03년 연구보고서의 결론과 상치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보고서에는 체계적인 연구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보호지역 지정을 기정사실화 하여 먼저 추진하고 나중에 짜맞추기식 조사연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셋째, 김포를 포함한 경기도 서부권과 서울시 서남부의 홍수피해에 대한 우려가 심각합니다. 1990년 한강하구의 홍수 때 고양시 쪽의 둑이 무너져 엄청난 피해를 본 적이 있습니다만, 지금은 제방을 높이고 튼튼하게 한 위에 자유로가 만들어지면서 고양시와 파주시쪽은 위험성이 사라졌습니다만, 오히려 김포쪽은 제방이 아직까지 취약하여 더욱 위험성이 높아졌습니다. 한강 하류의 퇴적물을 그대로 방치한 채 그때와 같은 집중호우가 이어진다면 김포뿐만 아니라 부천, 인천, 서울의 일부지역까지 물에 잠기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사전환경성검토서(2005.1)에서는 한강하류의 퇴적물로 인한 홍수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준설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KEI 연구보고서에서도 기후변화 및 이에 따른 해수면 변동에 따른 하구의 안전 및 재해예방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넷째, 하류 퇴적물 준설과 연관된 것으로 만약 골재채취를 위한 준설을 하지 못한다면 김포시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입니다. 김포시는 1997년부터 2004년까지 5차에 걸쳐 282만 톤의 골재채취 및 준설로 120억원의 수익을 얻었으며, 계획된 6차 준설로 225억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금액은 김포시 연간 세외수입액의 14%를 차지할 만큼 김포시 재정에 있어서 중대한 문제입니다. 또한 김포시의 골재는 수도권 미장용 수요량의 93%를 제공하고 있어 준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도권 건설 사업에도 막대한 타격을 줄 것입니다. 건설교통부에서는 작년 바다모래 파동으로 김포시의 물량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섯째, 주민재산권의 침해가 우려됩니다. 김포시는 50년 동안 76%가 넘는 땅이 군사시설보호지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를 침해받아왔습니다. 거기에다 최근 신도시 추진으로 인하여 투기지역지정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많은 제약까지 겹쳐서 여기에 습지보호지역으로 또 다른 규제까지 이어진다면 말 그대로 김포는 ‘규제천국’이 되고 말 것입니다. 더구나 한강 하상에는 226필지에 총 386,642㎡의 사유지가 있고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경작과 어로행위가 있어 왔는데 이 마저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습니다. 환경부에서는 사유지를 원하면 매입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권익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여섯째, 김포발전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정책입니다. 우선 현재 홍수예방과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제방도로 확장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입니다. 이미 예산까지 확보된 제방도로 사업이 환경부의 반대로 지체되고 있으며 철책제거를 통한 시민공원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는 김포로서는 이러한 희망 자체가 무력화될 것입니다. 이 계획은 개발계획 또는 도시계획을 통한 접근을 포함한 대책이 아니라는 점에 문제가 있습니다. KEI 연구보고서에도 분명하게 개발계획이나 도시계획과의 연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곱째,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같은 한강 하류에 위치한 서울의 한강변은 다양한 시민공원으로 조성되어 자연과 시민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설정이 되어 있으며, 고양시의 경우 자유로가 뚫리고 제방이 안전하며 인근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유독 김포만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피해를 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덟째, 논의 시기의 부적절입니다. 앞서 인용한 KEI 연구보고서에서는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급격한 환경 훼손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어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시급성을 요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홉째, 무엇보다도 지역의 정서와 수용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역 주민들과 그리고 한강 하구와 관련된 지자체들이 대부분 반대하거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많은 이유들로 인해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지정의 부당성을 정부에 전달할 것이며, 국회 차원에서 대응해나갈 것이고, <김포시선출직공직자협의회>에서 중심과제로 삼아 대응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아울러 시민 여러분과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여 적극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2005. 3. 11 국회의원 유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