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김포시의회 본회의에서 정왕룡 시의원이 발의한 '김포시 난민 지원 조례'가 통과됐다. 해당 조례는 사실상 국내에 있는 모든 난민이 지원 대상이다. 이들은 김포시에 거주하거나 거주를 희망해도 김포시민과 동일하게 시의 재산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김포시의 각종 행정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난민법'은 난민 지위가 인정된 사람에 한해 지원하지만 해당 조례에 의하면 난민을 주장하는 외국인이면 누구나 지원 대상이 된다. 지구촌시민주의에 입각해 생각하면 바람직한 조례일 수 있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이 공청회 등 조례의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처리돼 논란이다. 사진은 시의회 본회의장 모습.

사실상 국내 거주 모든 난민이 지원 대상
생활·교육·취업·자립 시민 세금으로 지원
시민의견 수렴 없이 하루 전 찬성 토론회 

난민이라고 주장하며 제주도에 거주하는 태국 국적자 A씨가 김포시에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김포시에 전화를 걸어 김포시민과 동일하게 시의 재산과 공공시설물을 이용하겠다며 각종 행정적 혜택도 요구했다. 전화를 받은 담당 공무원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빠르면 이달부터 김포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김포시 난민 지원조례'가 전국 최초로 만들어 졌다. 김포시의회는 10일 오전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9명 중 찬성 5, 반대 4명으로 해당 조례를 의결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정왕룡<사진> 시의원은 일약 전국 난민들의 선도적 구세주가 됐다. 34만 시민들은 내용도 모른 채 인류애(人類愛)가 충만한 지구촌 주민이 됐고 김포시는 난민의 지원 범위와 절차를 고민할 처지가 됐다.

해당 조례는 정부의 '난민법'을 근거로 지난달 26일 발의됐다. 하지만 정부의 난민법이 난민 인정자를 그 지원 대상으로 하는 반면, 해당 조례는 인도적 체류자, 난민신청자, 재정착희망난민, 김포시 거주 난민은 물론, '거주를 희망하는 난민'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사실상 국내에 거주하며 난민이라고 주장하는 모든 외국인이 지원 대상이다.

당장 김포시는 조례의 해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조례에서 난민이 시민과 동일한 각종 행정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적시하면서 난민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국민에 준하는 지원을 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해당 조례는 김포시 난민 지원 센터를 설치해 난민에게 생활안정지원, 교육지원, 취업지원, 자립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놨다. 모두 국민에 준하는 지원 사항들이고 예산이 필요하다.

해당 조례는 지난 2일 열린 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에서도 논란이었다. 정하영 위원장까지 김포시에서 보내온 부서의견 조회서를 보고 "집행부에서 이렇게 많은 자료를 보내 반대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위원들은 상임위에서 별다른 이견을 밝히지 않았다. 새누리당 염선 시의원만이 "지원 대상이 너무 포괄적"이라며 반대의견을 피력했을 뿐이었다. 해당 조례안은 여야 1대 3으로 구성된 행정복지위를 원안 통과했다.  

본회의 처리 하루 전 열린 김포시의회 주최 '김포시 난민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시민 전체에 부담을 지우는 조례안이지만 상임위 전 공청회가 아닌 본회의 하루 전 열린 토론회이고 이마저도 좌장을 포함해 토론자 6명 모두가 조례안을 긍정하는 인사로 구성돼 토론회가 아닌 말 그대로 찬성회였다.

토론회에서 황필규 변호사는 수정조례안까지 제시하며 오히려 지원대상의 확대를 주문했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난민의 급격한 유입 우려에 대해 사례를 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또 "난민법 제정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조례를 제정한 타 지자체 사례가 없는 이유"를 물은 기자의 질문에 "다른 지자체가 왜 안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난민법이 제정된 기간이) 짧기 때문(일 것)"이라며 "분명한 건 관심을 갖는 지자체 늘고 있다(는 것이고) 기존 조례나 제도를 통합시켜 하려는 노력 그런 게 쌓이면, 지금 이제 막 시작했고, 가는 과정에 있고, 김포시 사례가 생기면 첫물꼬를 트는 사례여서 다른 지자체도 따를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은이 안산이주아동청소년센터장은 오히려 "조례안이 만들어 지면 안산에서 먼저 될 줄 알았는데 김포시(의회)에서 발의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난민이 많이 거주하는 안산시에서 먼저 조례가 발의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학습된 무기력'이란 표현이 있지 않나. '있는 (난민)법도 안 되는데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어서 더 (도움이) 되겠어'(라는 생각으로 그럴 것이다) 만약에 정말 지방정부로서의 분권 주체성, 진정성을 가지고 조금 더 혁신적으로 할 수 있다면 아마 동시에 우리 (안산시)도 고민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토론자들은 난민지원센터 위탁 시 돈을 보고 오는 단체들을 잘 걸러내야 한다거나 난민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이 아닌 "지역 주민들과 공감하며 살기를 원한다"고도 짚었다. 

정왕룡 시의원은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방식도 있고 대중의 의견, 공감대 형성 전이라도 지역에 이슈를 던지는 게 지역 정치인의 역할"이라며 "평화시, 고려인 (지원) 조례도 발의했고 결과적으로 상식과 원칙, 인권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넓히는 과정이고 여론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예산에 대해 "재정 문제는 중앙이나 지방이나 똑같다"며 "무리한 토목사업만 안 하면, 봉성리 연꽃단지 70억, 대명항 함상공원 120억 중 몇 프로면 된다"고 밝혔다.

한편, 본회의에서 염선 시의원은 조례안에 재차 이의를 제기했다. 염 의원은 "시민의 뜻을 고려하지 않은 조례는 역공을 피할 수 없으며, 시민의 정당한 알권리를 고려해, 시민의 혈세를 집행하는데 있어 사전 공청회나 시민의 뜻을 묻는 과정이 있었어야 했으며, 그에 앞서 시민을 위한 조례를 발의함에 있어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례 제정 취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가슴으로는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겠지만 실질적 지원은 현실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여러 우려들을 불식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치적 쌓기 조례발의로 오인 받기에 충분한 이번 조례 제정은 시기상조이며, 합의가 아닌 표결에 의해 통과된 조례인 만큼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무기명 투표에 의한 표결을 제안했다.

이후 해당 조례안 무기명 투표안에 새정치 의원 5명 전원이 반대했다. 이어 조례안 거수(擧手) 투표에서도 새정치 의원 5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새누리당은 유영근 의장을 포함해 4명 모두가 반대했지만 전국 최초의 난민 지원 조례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다음은 김포시 난민 지원조례 전문.

<김포시 난민 지원 조례>

제1조(목적) 이 조례는 「난민법」에 따라 난민들의 권익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행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함으로써 화합과 소통을 통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조례에서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을 말한다.

제3조(난민의 지위) 난민은 법령이나 다른 조례 등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으면 시민과 동일하게 시의 재산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김포시(이하 “시”라 한다)의 각종 행정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4조(시장의 책무) 김포시장(이하 “시장”이라 한다)은 난민이 지역사회에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주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여건 형성을 위한 적절한 시책을 수립·추진하여야 한다.

제5조(지원대상) 이 조례에 따른 지원대상은 「난민법」*제2조제1호부터 제5호에 해당되어 시의 관할구역 안에 거주하거나 거주를 희망하는 난민으로 한다.

제6조(난민 지원 위원회 설치 및 구성) ① 시장은 난민에 대한 지원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김포시 난민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②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촉직 위원을 과반수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

③ 위원회의 위원은 다음 각 호의 사람으로 한다.

1. 당연직 위원 : 부시장, 시 난민 지원업무 담당국장

2. 위촉직 위원 : 난민 지원 관련 기관․단체의 관계자와 교수 등 난민 지 원에 관하여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④ 위원회는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부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⑤ 당연직 위원의 임기는 그 직위에 재직하는 기간으로 하고, 위촉직 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

⑥ 위원회의 운영을 위하여 간사와 서기를 두며, 간사는 난민 업무소관 과장으로 하고 서기는 난민 업무담당으로 한다.

제7조(기능)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한다.

1. 난민 지원계획 수립, 시행 및 평가

2. 난민의 생활안정 방안에 관한 사항

3. 난민의 지역사회 적응 프로그램 운영에 관한 사항

4. 그 밖에 시장 또는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제8조(위원장) 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고 위원회의 업무를 총괄하며, 위원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부위원장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

제9조(회의) ① 연 2회 개최하는 정기회의와 시장 또는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 소집하는 임시회의로 구분한다.

② 위원회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제10조(수당) 시 소속 공무원이 아닌 위원 및 기타 위원회에 출석한 전문가․관계인 등에 대하여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김포시 위원회 실비 변상조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수당, 여비 그 밖에 필요한 경비를 지급할 수 있다.

제11조(지원센터의 설치) ① 시장은 난민 지원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김포시 난민 지원센터(이하“지원센터”라 한다)를 설치할 수 있다. 다만,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그 기능이 수행 가능한 지원센터와 통합하여 운영할 수 있다.

② 지원센터의 기능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난민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교육지원, 취업지원, 자립지원

2. 난민인정 신청 지원 및 절차․법적 정보 제공

3. 난민 지원을 위한 지역사회 연계ㆍ협력

4. 난민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제공 및 홍보

5. 난민을 위한 문화․체육행사

6. 관련 기관 등에 대한 협조․지원

7. 난민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방지 및 사회적 인식 개선

8. 그 밖에 난민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③ 시장은 제2항의 각 호와 관련된 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여 지원할 수 있다.

제12조(지원센터의 위탁) ① 시장은 지원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지원센터의 기능과 부합되도록 운영하는 비영리법인 또는 관련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

② 그 밖에 지원센터의 위탁에 관한 세부사항은 「김포시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조례」를 준용한다.

제13조(시행규칙) 이 조례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한다.

부 칙

이 조례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난민법」제2조제1호부터 제5호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이하 "상주국"이라 한다)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을 말한다.

2.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이하 "난민인정자"라 한다)이란 이 법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을 받은 외국인을 말한다.

3.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이하 "인도적체류자"라 한다)이란 제1호에는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체류허가를 받은 외국인을 말한다.

4. "난민인정을 신청한 사람"(이하 "난민신청자"라 한다)이란 대한민국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가. 난민인정 신청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인 사람
 
나. 난민불인정결정이나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의 기각결정을 받고 이의신청의 제기기간이나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의 제기기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다.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사람

5. "재정착희망난민"이란 대한민국 밖에 있는 난민 중 대한민국에서 정착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말한다.

▲ 10일 김포시의회 본회의에서 '김포시 난민 지원 조례' 처리에 앞서 염선 시의원의 이의제기를 듣고 있는 정왕룡 의원.

10일 김포시의회 본회의에서 '김포시 난민 지원 조례' 처리에 앞서 염선 시의원의 이의제기를 듣고 있는 정왕룡 의원.

김포시 난민 지원 조례가 10일 김포시의회에서 가결됐다. 사진은 본회의 통과 하루 전 열린 '김포시 난민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모습. 참석자 대부분이 조례 제정을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토론회가 아닌 찬성회로 변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