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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년 3월 1일 정오 외치자 밀물같은 대한독립만세…"
초등학교 시절에 목이 아프게 불렀던 3·1절 노래다. 그후 해가 갈수록
삼일절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올해처럼 분통이 터지기는 처음이다.
아침 일찍 국기를 달면서 두 나라 사이에 역사적 숙적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은 언제까지 우리를 얕보고 괴롭힐 것인가.
우리는 1910년 한일합방 후 36년 동안 나라 없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임진왜란에 까지 두 나라 사이에는 미움과 증오의
역사가 점철되어 있다.
사가들은 1919년 3·1 운동이 일어났던 역사적 배경과 동기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일본은 합방 후 침략에 항거하는 의병전쟁과
애국계몽운동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강력한 무단정치를 펴는 한편, 민족 고유의 문화를 말살하고 경제적 침탈의 강화로 전 민족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
농민은 토지를 빼앗기고 빈농, 소작농으로 전락해 극히 일부의 지주층을 제외하고는 끼니 잇기가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되었으며 도시로 흘러들어
자유노동자가 된 이들은 일본인 노동자에 비해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과 장시간 노동, 비인간적 대우로 극악한 환경 속에서 살지 않으면
안되었다. 스스로를 일등국민으로 자처한 일본인은 조선인은 이등국민으로, 중국인은 삼등국민으로 비하시켰다.
미혼 처녀는 일본군 정신대로 끌려갔고, 놋그릇 쇠붙이는 전쟁물품을 만들기 위해 모조리 쓸어갔다. 식민통치 10년 동안 이땅 백성들의
정칟사회 의식은 급격히 높아져 갔다.
미국 대통령 윌슨이 전후처리를 위한 민족자결주의(모든 민족은 그들이 속해있는 영토에 주권을 선택할 권리)를 제창하자 지식인·종교인들이
주축이 된 항일민족운동은 삽시간에 거족적인 운동으로 번져 나가게 되었다.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서울에서 독립을 선언한 것을 그 시발로
하여 세계 만방에 민족탄압의 사실을 알리고 구체적인 독립운동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렵게 독립을 쟁취했을 때 민족의 기쁨은 얼마나 컸겠는가. 그러나 두려워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니 그때 세간에 회자되는 유행어가 있었다.
“소련에 속지말고 미국을 믿지 말고 일본은 일어나니 조선은 조심하라.”
강대국 사이에 끼어 끊임없이 그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고 그것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었으며 편중된 외교로 말미암아 수많은 외침(外侵)을
겪었기에 이런 풍자적인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일본은 이제 언제 패전국이었는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대국으로 일어섰고 우리나라도 더이상 전쟁으로 낙후된 경제를 방치할 수 없기에
36년 동안의 원한을 안으로 삭이고 한일협정에 응했다. 충분한 보상을 받아내지는 못했지만 양국 간에 국교정상화를 꾀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
우리나라는 일본 최고의 수입국이 되었고 끝내 무역역조를 시정하지 못한채 지금까지 그들의 경제력에 지배당해 왔던 것이다.
일본의 지배 야욕은 끝나지 않았다. 내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최고 지도자가 신사참배를 함으로써 전범을 정당화시키고 더 나아가 왜곡된
교과서를 만들어 후세들에게 과거의 침략행위를 합리화시키고 있다.
정신대 보상을 외면하는가 하면, 근래에 와서는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으니 어찌 이런 나라와 상호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정말 울분을 참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3·1절 축사는 최근 침략적 독도 영유권 주장과 신사참배, 교과서 왜곡, 정신대 문제, 한국인 원폭피해 등 일본의
무치하고 무성의한 태도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면서 일본이 적극적인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고 있다.
참으로 적절한 대처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대통령의 진정한 의중이 무엇인가를 진단하기에 바쁠 것이다. 우리는 이후에도 결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공격이 최고의 방어이듯이 공격적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더 이상 약소국가가 아니다. 세계11번째 무역대국이며 외환보유고가 5천만 불이 넘어서는 아시아 3대 경제 대국이다. 우리는
민족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지켜내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유린당했던 개인의 인권, 권력의 유지를 위해서 자행되었던 역사적 오류가 3·1정신을
받들어 다시는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침략근성과 우월주의를 버려야 한다. 민족적 앙금에 불을 지피지 말고 주권국가의 상호존중으로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함께
노력하는 동반자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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