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7개 시·군 절반 이상 부적합"
市 "벙커 아닌 대피시설...문제 없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김포 등 경기도 접경지역에 설치된 주민대피시설의 절반 이상이 기준에 어긋나게 지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는 김포·고양·파주·양주·포천·동두천·연천 경기북부 7개 시·군의 전체 주민대피시설 56곳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벌여 부적합시설 29곳(52%)을 적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 주민대피시설은 연평도 포격사건 발생 이후 평균 3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60∼200㎡ 규모로 지어졌다.
      
특히, 경기도는 김포 12곳, 양주 2곳의 대피시설은 벽체 두께를 50㎝ 이상 확보해야 하는 지침을 어기고 10∼20㎝ 얇게 시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포(12곳)·파주(12곳)·연천(2곳)·포천(1곳) 4개 시·군 대피시설 27곳은 대피시설 주출입구와 비상탈출구에 철근콘크리트형 방폭문 대신 일반철제문이나 방화문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천의 한 대피시설은 방독면 300여개와 구급함을 곰팡이에 오염된 채 방치하고 사용기한이 9개월∼1년 11개월 지난 의약품을 점검일지에 '이상 없음'으로 작성·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수질검사 미실시, 방독면 지정폐기물 처리 부적정, 라디오 수신시설 미설치 등 부적합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김포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사건 다음해인 2011년, 정부와 경기도에서 주민대피시설을 많이 지으라 접경지역 지자체에 독려했지만 예산은 조금 밖에 안 줬다"며 "애초부터 벙커 개념보다는 평상시에도 활용 가능한 주민편의시설을 짓겠다고 했고 소방방재청(현재 국민안전처)도 잘 했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도에서 지적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스위스 벙커처럼 지으면 좋겠지만 국내에 1등급 벙커는 청와대 정도만 있다. 올해도 2개를 더 지어야 하는데 평당 670만원으로도 설계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연평도나 백령도처럼 장시간 머무는 벙커가 아니고 몇일 간 대피하다 이동하는 대피소로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