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과 '대북전단 살포 및 애기봉등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김포시 월곶면 애기봉 출입관리소에서 '애기봉 성탄트리 설치' 협상을 벌이기로 했으나 설치를 찬성하는 몇몇 이장의 참석으로 협상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공대위 측과 마을이장 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애기봉 성탄트리 설치 협상이 무산됐다. 협상을 중재한 경기도재향군인회 애기봉 출입관리소장이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성탄트리 설치를 찬성하는 이장들을 협상장에 오도록 해 변변한 대화도 없이 협상이 결렬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과 '대북전단 살포 및 애기봉등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2일 오후 2시 김포시 월곶면 애기봉 출입관리소에서 만나 성탄트리 설치에 대한 입장을 교환하고 협상할 예정이었다. 애기봉 등탑이 철거된 뒤 한기총은 성탄트리 설치를, 공대위는 이를 반대해 왔다.

하지만 협상장에 한기총 외에 성탄트리 설치를 찬성하는 이장들도 참석하자 이적 공대위 공동대표는 "한기총과 공대위의 협상자리에 관리소장이 하성면 이장 몇명을 끌어들였다"면서 "협상에 반대하는 소장이 밀실 공작에 들어간 거다. 이런 자리에서는 협상 못한다. 의도를 보인 거다. (성탄트리를) 설치하면 우리는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하성면이장단협의회는 지난 10일 해병2사단 관계자를 만나 "9미터 이상이면 무조건 반대"라고 말해 9m 이하 성탄트리 설치는 긍정했다. 이날도 "9m 이하면 막지 않겠다. 정부에서 하는 일을 백성이 막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공대위 측에서 이들이 협상장에 나타나자 "원래 협상 취지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

이 과정에서 하성면 이장들은 "우리가 주민이다. 소속을 밝히라"며 고함을 치고, 공대위 관계자들도 "10개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이 엄청 포함돼 있다. 이 자리는 (공대위와) 한기총(과의) 협상자리"라고 맞고함을 쳤다. 이후 공대위 측은 관리소를 나와 '우리의 입장' 성명서를 발표했다.

관리소 안에서는 한기총과 하성면 이장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날 한기총 임원단은 "성탄트리를 세우는 건 대북 심리전과는 먼 얘기"라면서 "1971년에 세운 역사성을 지키고 싶은 거고, 장병을 위문하는 차원이다. 다른 뜻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뒤이어 관리소에 도착한 유영록 김포시장은 성탄트리 설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 시장은 "이미 철거된 등탑이다. 시는 공식적으로 반대다. 한기총의 뜻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북이 노동신문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면서 "(등탑과 성탄트리 문제는) 해당 지역주민이 아닌, 김포시 전체의 문제고 문제가 발생하면 시 전체가 들썩인다"고 밝혔다.

이어 "평화메시지로 한다지만 모든 시민들은 걱정과 불안, 경제적 피해가 있다. 장병을 위한다지만 성탄트리를 세운다고 한 뒤 부대마다 씨피엑스(비상)가 걸려 오히려 군인들의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월곶면과 하성면 전체 이장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성탄트리 설치를) 시장으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설치 시 시에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군 시설이지만 건축물이기에 시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성면에서 국방부와 한기총에 탄원서를 제출한 걸로 안다. 시의회에서도 의견이 나왔다. 시의 공식 입장을 국방부와 한기총에 보내겠다"면서 "주민이 찬성해도 설치를 안한다"고 잘라 말했다.

소란이 이어진 뒤 유 시장의 입장을 들은 한기총 임원단은 "오늘 이야기와 의견들을 돌아가 전달하겠다"고 말한 뒤 애기봉 출입관리소를 떠났다.

한편, 하성면 발전협의회장ㆍ노인회장ㆍ이장단협의회장ㆍ주민자치위원장ㆍ부녀회장ㆍ상공인협의회장 6명은 국방부장관, 김포시장, 한기총 대표회장에게 탄원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한기총과 국방부는 국민 안보를 위협하는 애기봉 성탄트리 설치계획 및 승인을 철회하라"면서 "애기봉에 주민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구조물이라도 면민의 힘을 모아 강력 저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