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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취미생활도 그렇고 놀이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놀이를 통해서 심신을 단련하고 사회성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이 놀이는 인간 사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들의 세계에도 놀이가
있다. 동물들은 놀이를 통해서 서열을 정하고 종족의 우의와 단결을 도모한다. 그런데 동물들은 놀이를 하지만 상대를 죽이는 놀이는 하지 않는다.
놀이와 싸움을 어려서부터 구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살인을 놀이처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희대의 살인마 강호순(39)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바라보면서 생각해본 문제다.
강호순은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2년 동안에 경기 서남부 지역에 살고있는 젊은 여성 7명을 유인하여 무참히 살해해서
암매장했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한국인의 몸속에 이처럼 잔인한 피가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내 자신을 혐오할 수밖에 없다. 강호순은 이처럼 드러난
사건 외에도 더많은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지금 검찰이 사건을 송치받아 계속 조사하고 있다.
특히 2005년 전 부인과 그의 장모가 원인불명의 화재사건으로 사망했는데 이 화재 사건 역시 강호순이 보험금을 노리고 방화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강호순은 이 화재사건의 수혜자로 4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재 사건 당시 옆방에 자고있던 강호순과
그의 아들은 방호문을 뚫고 여유있게 탈출하였지만 그의 아내와 장모를 구출하는 일에는 너무나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는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강호순의 살인 동기가 궁금하다. 돈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변태적 성욕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피해
망상증 때문이었을까? 그의 살인 동기가 불명확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죽이고 싶은 강한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사이코패스(Psychopath)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는 감정장애나 의식장애가 없었다는 점에서 정신분열증 환자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완전범죄를 노리며 치밀한 계획을 세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그의 감정도 흔들림이 없다는 점에서 단순한 성격 장애자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는 선악에 대한
의식이 불분명하고 악행을 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격적인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는 일시적인 유혹이나 부득이한 사정 때문에 절도나 강도행위를 할 수도 있고 격정이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살인을 할 수도 있지만 범죄를 즐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범죄 연후에는 죄책감을 느기고 참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격에 문제가 있는 사이코패스는 살인망상에 사로잡혀 살인을 유희처럼 생각하고 쾌감을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죄책감보다는 살인행위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같은 범법자들은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만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인격적인 병을 앓고있는 사람들을 정신이 건강한 사람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이같은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교양인 같고 의지력이 강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의 정신상태는 어느 한쪽에 경도되어 있고 망상에 사로잡혀 자기만의 희열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람은 스스로 거기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정신 장애자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살인범
강호순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이 각각이라서 필자는 또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강호순을 사랑하는 팬카페’가 인터넷상에 등장하는가 하면 이에
앞서 ‘I love hosun'이라는 팬카페도 올라와 있다. 그리고 어떤 네티즌은 ‘위대한 살인자’(Great Killer)라는 아이디를 사용해
글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혹자는 “
강호순은 영웅중의 영웅이다” “나는 강호순을 존경한다”는 말도 거침없이 올려놓고 있다.
물론 다수의 네티즌들은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글을 올리고 있기는 하지만 살인행위를 두둔하거나 살인범을 영웅시 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가 양심을 떠나 도덕을 논할 수 없고 선과악을 동일시 하거나 무시하고서는 사회의 정의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인범의 인권보다 억울하게 희생양이 된 피해자들과 그의 가족들의 인권을 우선시해야 하고 그들의 상한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하다고해서 범법자의 인권을 무시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아무리 죄가 미워도 사람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성서의 말처럼 우리는 덮어놓고 범법자에게 돌을 던지는 일은 삼가야 한다. 왜냐하면 그도 구원받아야 할 인간가족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네티즌들의 글들을 읽어보면서 사람들은 취미도 다양하고 관심도 다양하다는 생각을 했다. 왜 하필이면 사람 죽이는 일이 그렇게도
재미있고 사람 죽이는 사람이 영웅처럼 보이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유명해지는 방법도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유명해졌다고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떤 일로 이름을 남겼는가가 중요하다. 세상에 악명을 남기는 것은 입신양명(立身揚名)이 아니다. 그것은
부끄러움을 남기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유희로 생각하거나 영웅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독자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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