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소년들에게 장차 무엇이 되기를 희망하느냐는 질문을 간혹 해본다. 언제나 그 대답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 종교인, 교수, CEO, 공무원, 회사원 등 직업의 수만큼이나 희망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무엇이 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있어야 한다. 노력하지 않고 적당히 요령껏 변칙적인 방법으로 무엇이 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도적이요 강도나 마찬가지다. 무엇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방법도 정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나는 ‘무엇을 위하여?’라는 질문을 계속한다. 그러나 많은 청소년들은 이 두 번째 질문에 대하여 바람직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 권력이 필요한지, 왜 돈이 필요한지, 왜 성직자가 되려고 하는 것인지, 왜 교수가 되려고 하는 것인지 만족한 대답을 하는 청소년들이 많지 않다. 특히 성직을 희망하는 학생들 가운데는 성직자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이같은 학생들에게는 그 꿈을 포기하라고 말할 때가 많다. 성직은 결코 안정된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엇이 되기를 원할 때는 무엇을 위하여 하는 질문에 그 이유를 바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무엇이 되는 것보다 무엇이 되었을 때 무엇을 할것인가가 더욱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람직한 삶의 목표는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되었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점에 대하여 최근 대만에서 일어난 두 사건의 주인공을 대비해서 설명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화두는 한때 대만의 민주화 영웅으로 추앙을 받았으나 비리의 주범으로 추락한 천수이볜 대만 전 총통의 이야기다. 천수이볜 전 총통은 대만의 민주화와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2000년 민진당의 후보로 대만의 총통이 되었으나 그의 집권 8년 동안의 누적된 실정으로 금년 3월에 실시된 대선에서 대만 국민들의 재신임을 얻는데 실패했다. 금년 5월20일 그가 권좌에서 물러난 후 그의 비리는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11월12일 대만의 최고 법원 검찰서에 전격 구속되고 말았다. 총통을 지낸 사람이 구속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대만 사람들의 충격은 더욱 더 큰 것 같다.
 
대만 검찰이 밝힌 그의 혐의 내용을 보면 국가기요비(국가 기밀비) 횡령과 뇌물수수, 수백억원대의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조성해서 해외로 빼돌려 돈세탁을 한 혐의 등이다. 지금 천수이볜 전 총통은 감옥에서 억울하다며 5일간이나 단식농성을 하고 있고 민진당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을 계속 내세우고 있지만 혐의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필자는 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사람은 무엇이 되었다고 해서 다 된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리고 정치란 화려한 구호가 그리 중요치 않다는 사실이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는가이다. 천수이볜 전 총통은 최고의 권력을 손에 쥐고도 그 권력을 악용했기 때문에 감옥에 간 것이다.
 
두 번째 화제는 대만의 거대 재벌 고 왕융칭 회장이 그의 10명의 자녀들에게 남긴 유서에 관한 이야기다. 대만 플라스틱 그룹 회장인 왕융칭은 미국 내에 있는 자기 회사 공장을 시찰하기 위해 미국에 머물다가 금년 10월15일 오전 9시 심근경색으로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왕융칭 회장은 1917년 대만 신뎬에서 출생해 집안이 어려워 15세에 겨우 초등학교를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쌀가게를 시작으로 1954년 대만 플라스틱 회사를 설립한 후 사업을 계속 확장해 대만 제2의 재벌이 되었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가 남긴 개인 재산은 68억 달러나 되었다. 그러나 그가 사후에 세인의 이목을 끌게 된 것은 그의 재산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가 마지막으로 그의 자녀들에게 남긴 유서 내용이 공개되면서였다. 중화권 언론이 보도한 내용에 의하면 그는 자녀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나의 재산은 내가 노력해서 성취한 것이지만 내 자산을 사회에 기부해 사회의 진보와 복지에 기여코자 하니 너희들도 이해해주고 동의할 것으로 희망한다”고 하면서 그의 자녀들이 “사회에 공헌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되 개인의 사리를 도모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필자는 왕융칭 회장의 유서 내용을 접하면서, 그는 단순히 재벌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왜 재벌이 되려고 했던가가 그의 유서에 분명히, 그리고 단호하게 드러나 있다. 그것은 “사회의 진보와 복지”에 기여하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그의 신념과 철학이 그를 성공한 한사람의 기업인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한 것이다.
 
위의 두사람에게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정치인이나 경제인이나 꼭같이 중요시해야 할 것은 권력이나 돈을 선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올바른 목적에 따라 바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내게 왜 권력이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치인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 권력 장악이 정치의 일차적 목적이라고 해도 권력을 치부의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악용할 때 결과는 정치인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적 재앙을 몰고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내게 왜 돈이 필요한 것인지를 먼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는 가족이 생활하고 자녀를 교육하는데 필요한 약간의 돈만 있어도 만족한다. 그러나 부자를 꿈꾸거나 재벌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왜 그 많은 돈이 필요한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를 과시하고 호사스러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면 그의 돈이 자타에 불행을 가져다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재벌이라고 한다면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야 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정신을 발휘할 때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선망의 대상으로 인식될 것이다. 대만 국민들이 왕융칭 회장을 우러러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