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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CD샵에
들렀더니 이색적인 음반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름하야 <재즈로 듣는 두뇌 이유식>.
제목에서 기획사의 얄팍한 상혼이 느껴져 떨떠름한 중에도 '태교음악으로 재즈가 어때서'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모차르트 음악도 안 맞으면 소음'이라고 최근 미국의 어느 소아 정신과 전문의가 논문으로도 발표했다던데… 재즈를 주로 해서 태교
레파토리를 뽑는 것도 근사할 것 같았습니다.
재즈의 본령인 자유. 그 자유 정신을 생래적으로 체득케 한다면 아이에게 더 없는 선물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려운 선택의 순간마다
재즈적인 어프로치로 삶의 매듭을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다면 … 얼마나 근사할까!
<두뇌이유식>은 '필수영양소'를 제법 쏙쏙 뽑아놓았더군요. 랙타임에서부터 스탠다드, 퓨젼, 누에이지까지, 부담가지 않는
선곡이었습니다.
억지로 클래식을 들으려 오히려 산모가 스트레스를 받는다죠. 이건 올바른 태교방법이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이 쪽이 훨씬 더 나을지도
…
나름대로 태교에 어울릴듯한 음반(재즈적인)을 몇개 뽑아 보았습니다.
Joe Cool's
Blues(1994)-Wynton&Ellis Marsalis
윈튼과 아버지 엘리스 마살리스가 아이들을 위해 만든 작품. 챨리 브라운과 스누피의 캐릭터가 재킷 전면에 그려져 있다.
챨리 브라운에 등장하는 라이너스, 루씨, 샐리의 천진난만함과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유쾌하고 즐거운 앨범이다. '죠 쿨'은
만능해결사 스누피가 변장을 해서 동네 애들과 놀 때 불려지는 이름.
윈튼의 트럼펫은 "어릴적 재즈를 접할 수 있었던 유일한 챨리 브라운 방영 시간"을 회고하는 그리움이 묻어나고 엘리스의 피아노는
이러한 아들에게 처음 재즈를 가르칠 때처럼 사려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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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나온 반달(2002)-김원정
뮤지컬 명성황후의 히로인 김원정이 재즈 기획자 론 브론튼과 함께 발표한 크로스오버 앨범.
타이틀 <낮에 나온 반달>을 비롯해 <따오기>, <오빠생각>, <섬집아이> 등
한국인들에게 애창되는 동요 13곡을 선곡하여 재즈로 편곡한 이 음반은 젊은 세대들에게 어린 시절의 꿈과 추억을 일깨워 주기 위해
기획됐다고 한다.
김원정은 리릭 소프라노의 상큼함에 동요의 서정을 분방하게 풀어낸다. 신영옥의 'my songs'이 향수를 자극하는 중년의
정서라면 김원정의 '반달'은 아이들을 이끌고 야외수업을 나간 시골 선생님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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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Story(1992)-Pat Metheny
기량보다는 심상에서 늘 감탄과 질투(!)를 사게 하는, 소리가 언어보다 솔직하다는 점을 깨닫게하는 연주자.
<시크릿 스토리>는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앨범이다. 어떻게하면 소리를 이렇게 정제시킬 수 있고 다양한 느낌을 전할
수 있을까.
오랜 친구인 라일 메이즈, 스티브 로드비, 찰리 헤이든, 나나 바스콘셀로스 등 최고 수준의 음의 조각가들이 세션으로 참여하고
런던심포니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캄보디안 성가, 인도의 방그라, 브라질의 포루, 일본의 하이쿠 등 토속적인 요소들이 성찬을
데코레이션한다.
너무도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수채화처럼 담백하다. 어렸을 적에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느꼈던 경외와 설레임, 자꾸 잊고
살지만 가끔 기억날 때마다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은 '비밀들'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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