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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정치권은 ‘쌀소득 보전 직불금’문제로 일대 혼란에 빠져있다. 이 제도는 쌀 시장 개방에 따른 농가의 피해를 보전하고
2005년부터 실시된 정부의 추곡수매제 폐지에 따른 농가의 소득 감소분을 일정 수준까지 보상해 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실시된
2005년부터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진작 보조금을 받아야 할 소작 농민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농지를 소유했지만 사실상 농사를 짓지
않는 지주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정부 보조금을 가로챈 것이다.
정부 보조금을 가로챈 악덕 지주들은 자기가 농사를 경영하거나
몸소 농사를 짓지 않고 있으면서도 정부 보조금을 타먹을 요량으로 농경지 소재 지역 이장으로부터 농지 이용 및 경작현황 확인서를 부정으로 발급받아
직불금을 신청해서 정부 보조금을 받아 먹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농민을 위한 쌀 직불금 제도가 농민이 아닌 지주들 배만 불리는 결과가 된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청와대는 지난해 3월초 감사원에 실태 감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감사원은 작년 4~5월에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2006년 직불금을 수령한 사람은 99만8000명이고 이 가운데 농사를 직접 짓지 않는 사람은
28만명 이라고 했다. 결국 28만명이 부당하게 쌀 직불금을 타먹은 것이다. 그리고 이 28만명 가운데는 17만3479명이 농업 외의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며 여기에는 공무원 3만9971명(공무원 본인 1만700명, 가족2만9271명)과 금융계 종사자 8400명, 공기업 종사자
6200명이 포함되어 있다.
공무원 가운데는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을 포함하여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비경작자들이
받아간 쌀 직불금이 자그마치 1683억원이나 된다고 추정했다. 이 액수는 2006년에 지급한 쌀 소득보전 직불금 1조1555억원의 14%
정도다.
이처럼 많은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지난해 6월경 감사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도 이렇다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감사원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부당하게 지급된 쌀 직불금 환수를 관계
부처에 요청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부당하게 수령한 17만3479명의 명단을 작년 7월 감사위원회 회의 직후 폐기 조치했다고 했다. 농업 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농민이 받아야 할 직불금을 가로챈 사람들의 명단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전에 무엇이 그리 급해서 폐기처분한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그리고 정치권의 대응도 문제다. 이번 사건은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청와대 인사 발표 전날 자신의
명의로 허위 자경확인서를 만들어 쌀 직불금을 신청한 사실이 복지부 국정 감사에서 드러남으로 문제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봉화 전
차관은 야당의원들로부터 집중 질타를 받게 되었고 여당의원들은 사안의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제식구 감싸기만 급급하다 오물을 뒤집어쓰는 결과가 된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여야 정치권은 이 사건의 본질적 문제는 덮어둔 채 어떻게 하면 이 사건을 자기 당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앞세워 평행선을 달리며 끝없는 싸움만 계속하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국회의원들의 책임도 있다. 법 운영상 예상되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졸속으로 입법해놓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공방이나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직불금 문제의 핵심은 8년간의 자경을 증거로 현행 조세특례법상의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혜택을
받고자 하는데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 특례조항을 제거하거나 아니면 차등해서 적용하게 했다면 지금처럼 치사스러운 짓들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국가 공무원들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모럴해저드가 무엇보다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구석구석이 썩어가고 있다. 쌀 직불금 문제가 전부가 아니다. 국가 예산은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고 재정적자는 사상 최대로 증가해가고 있는데
재정은 줄줄이 새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5년 간의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한 8000여건 가운데 그중 심각한 사건
200여건만 해도 그 액수가 10조6000억원에 이른다. 언제까지나 이같은 낭비를 방치해둘 수 없다. 그래서 부당하게 지불된 쌀 직불금은
철저하게 환수해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의 문제는 국가 보조금의 건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국가가 무슨 돈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만족한 보상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건만이 아니다. 지금 국가 보조금을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꼭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도와주어야 하겠지만 국가의 지원없이도 얼마든지 살수있는
사람들은 자립할 수 있게 해야한다. 인간은 자립해서 살아갈 때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되어있다. 따라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물질적 지원보다 일자리를 만들어 지원하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
필자는 며칠 전 신문기사에서 경기도가 “위기 가정에
생계비 무기한 지원”이라는 기사를 읽고 경기도의 획기적인 복지정책에 감명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광역지자체 가운데 부채가 가장 많은
지자체가 어떻게 이를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았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지금 재정적자가 300조를 넘고
있다. 그리고 국제 경상수지까지 몇 달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보다 몇배나 잘사는 미국도 재정적자에다 무역적자로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국가재정이 어떻게 새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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