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폭력집회로 변질되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현장에 소위 유모차 부대라고 일컬어진 부녀자들이 영유아를 유모차에 태우고 집회 현장에 나타나 함께 시위를 함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찔함을 느끼게 했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법률에 따라 시위를 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 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폭력이 난무하는 시위 현장에 아무런 저항력도 없고 자기 보호능력도 없는 영유아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이 유모차를 끌고 폭력집회 현장에 나온 엄마들에게 공무집행방해 및 아동학대 죄를 검토하겠다고 했고, 유모차 부대 카페 운영자 정모씨(여,33세) 등 3명을 집시법 위반으로 입건하고 조사한다고 했다.
 
이들의 행위가 어떤 법 위반에 해당되는 지는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을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위험한 집회현장에 영유아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와 시위를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자기 주변에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때 어린 자녀들부터 대피시킨다. 예를들어 화재가 발생했거나 홍수로 집이 떠내려 갈 위험에 처했을 때 부모는 자녀들부터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다. 집에 강도가 침입했을 때도 부모는 자녀의 안전부터 먼저 생각한다. 재산을 모두 빼앗기는 한이 있어도 자녀의 안전 만큼은 양보하지 않는다. 설혹 나라가 망하는 일이 있어도 자녀가 남아있어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아동복지법이 있고 모자보호법과 영유아보육법이 있고 교육기본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 이러하고 아동을 위험에서 보호하고 안전하게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부모들이 자아의식이 없는 영유아들을 끌고 전쟁을 방불케 하는 시위 현장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기 목적을 위해서는 자녀들의 안전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인지, 목적이 선하면 어떠한 방법이나 수단도 가능하다는 의미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욱더 실망스러운 것은 이같은 부모들의 무모한 행동을 두둔하고 있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유모차 부대 카페 회원들은 “자의에 의해 유모차를 끌고 나와 새벽까지 남아 살수차를 막은 것이 왜 탄압(처벌)의 대상이 되느냐” 했고 23일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유모차 엄마들을 조사하겠다고 해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고 하면서 “이러다간 유모차에 있던 아기들까지 조사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고 했다. 아기들의 안전을 문제삼겠다는 것이 무엇이 웃음거리며 걱정이 된다는 말인지 국회의원의 양식이 의심스럽다. 이는 분명히 유모차 엄마들의 행동의 본질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유모차 엄마들은 단순히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온 것이 아니다. 영유아들을 집회에 이용한 것이다. 그들은 아이들을 이용해서 그들의 목적을 효과있게 수행하기 위해 유모차를 끌고 나온 것이다. 여기서 수행한다는 말은 단순히 행동한다는 말이 아니다. 어떤 것의 본질을 충실하게 전개시킨다는 뜻이고 본질을 충실하게 이끌어 간다는 말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유모차 부대 엄마들은 단순히 영유아의 안전을 무시했거나 방임한 정도가 아니라 그들은 적극적으로 영유아를 집회에 이용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목적을 달성코자 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행위가 아동복지법에 저촉되는지를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의 행위를 파우스트(Faust)의 마녀심문처럼 추상적으로 판단해서는 안될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는 파우스트에 나오는 전설의 두 주인공처럼 상반된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서구 사회에서 오랜 전통을 유지해 온 희곡 파우스트를 연상해 본 것이다.
 
파우스트는 독일의 고전문학에 나오는 전설적 인물이다. 그는 영원의 복지를 돈으로 살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세상의 부귀와 영화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것을 지배하는 힘을 가진 악마와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지불한 후 그 힘을 소유한다. 이렇게해서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장악하게 되지만 이에 반하여 마녀(Hexen)라고 불리어지는 가련한 여인들은 겨우 한다는 짓이 마술로 암소의 젖을 나오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죄없는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등 작은 복수심으로 만족하면서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녀를 증오하고 있었으며 마녀를 처벌함에 있어서 우유의 부패 정도나 아이들이 앓고 있는 병폐의 정도 등은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추상적으로 마녀속에 잠재해 있는 악한 영만 규탄하였던 것이다. 피고의 죄를 증명하기 보다 추상적 심증만 가지고 사탄의 행위로 규정해서 정죄하는 중세시대의 종교재판을 풍자한 것이 마녀심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같은 재판이 없어진 것만은 사실이다. 어디까지나 증거 제일주의 원칙이 중요시되고 있다. 그리고 또하나 중요한 것은 범죄의 동기이다. 판사들은 범죄의 동기와 정황을 참작하여 양형을 정한다. 마녀심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덥고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여름 내내 진행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말이다. 무엇이 그처럼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었으며 유모차까지 끌고 거리로 나오게 했으며 그들이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를 다시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련한 마녀들 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 전부였다고 한다면 현대 사회에서 모든 부귀와 영화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파우스트들은 마녀들의 작은 심술을 저주하기보다 조금은 관대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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