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홍역을 치른 정부가 이번에는 종교 편향성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게 되었다. 한국의 불교계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성을 매우 심각한 상태로 보고 있으며 이를 반헌법적 처사로 규정하고 8월27일 오후2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전국 불자들이 모여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규탄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불교계를 화나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조계종 인터넷 홈페이지에 나타나 있는 사례들을 보면 정부의 전자지도에서 사찰정보가 빠진 것, 조계종 총무원장이 탑승한 승용차량이 경찰관의 검문수색을 당했고, 포항시 예산 1%를 선교사업에 사용하겠다던 전 포항시장을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으로 임명했으며, 경찰청장이 경찰 복음화에 앞장서고 있으며, 청와대 간부가 “모든 정부 부처 복음화가 나의 꿈”이라는 발언을 했으며,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많은 교회가 투표소로 이용되었다는 점 등이 문제시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들을 분석해 보면 불교계의 지적이 상당부분 옳다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반면에 불교계가 오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없지 않다. 정부가 전자지도를 만들면서 사찰정보를 빠뜨린 것은 단순한 실수라기보다 의도적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므로 이에 대한 시정과 관계자의 문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일부 공직자들이 사석에서 했다는 종교 편향성 발언까지 크게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물론 고위 공직자라고 하면 사석이나 공석에서 말이나 행동을 신중히 해야 하겠지만 그들에게도 사생활이 있고 종교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사석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한 말까지 문제 삼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편협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조계종 총무원장이 탑승한 승용차를 경찰관이 검문검색을 했다고 해서 관계 경찰관의 징계를 요구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법 감정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는 인도와 같은 신분사회도 아니며 권위주의 사회도 아니고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에 기초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탄 승용차라고 해도 필요하면 검문검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금 조계사에 피신하고 있는 광우병대책국민회의 관계자들의 수배를 해제하라며 사직당국을 압박하는 처사는 정부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고 할 수 있다. 정교분리 원칙은 정부의 종교 간섭을 배제할 뿐 아니라 종교가 현실 정치에 간섭하는 일도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중요시해야 한다. 실정법을 범한 범법자들을 종교가 보호하거나 그들의 처벌을 가로막는 일은 법치와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할 정부의 책무를 부정하는 처사이다.
 

한국이 다종교 국가이면서 지금까지 종교적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첫째, 한국인들은 종교의식보다 민족의식이 더 강하기 때문이며 둘째, 정부의 종교 차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승만,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개신교 신자로서는 세 번째 대통령이 되었지만 과거 어느 때도 타종교에 대한 차별이나 핍박은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서 바미안 절벽에 조각된 세계 최대 규모의 마애석불들을 파괴하고 귀중한 불교의 문화 유적들을 초토화했지만 한국에 개신교 신자가 대통령이 되면서 그와 비슷한 일을 했다는 말은 지금까지 듣지 못했다. 정부가 특정 종교를 위하여 우호적 정책을 수립하거나 예산 지원을 했다는 사실도 아직까지 드러난 일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교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종교화될 때 정치 권력자를 신격화 내지 우상화하여 권위주의에 빠질 수 있고 반대로 종교의 정치화는 종교의 세속화를 초래하여 정치와 종교가 동시에 부패할 수 있으며 객관적 가치실현이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종교의 정치 세력화는 종교가 스스로 정치의 간섭을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종교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이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명심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필자는 1967년에 있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1967년 가을, 고려신학 대학원에 특강 강사로 양유찬 대사가 초청된 일이 있었다. 양유찬 대사는 부산 출신으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의사가 되어 하와이로 돌아와 병원을 개업하고 호놀루루 기독교 청년 연합회(YMCA)이사와 호놀루루 한인 기독교재단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기독교 선교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1951~1960년 까지 주미대사를 맡았고 1965~1972년 까지는 박정희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순회대사가 되었던 분이다. 이분이 신학대학원에 특강 강사로 초청되었지만 그가 태국을 방문했을 때 불교사원에서 불상 앞에 절을 한 사실을 알고 있는 학생들이 그의 특강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심지어 학생들이 강단에 올라가 그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러나 교수들의 설득으로 그분의 강의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때 그가 한 말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는 “내가 불상 앞에 절을 한 것은 내가 불상을 숭배해서가 아니라 그 불상을 믿는 태국 국민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지도자는 국민들이 무엇을 믿든 간에 그것을 믿는 국민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양유찬 대사의 말에 필자는 공감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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