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이는 각종 콩쿨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본 악단으로부터 협연 콜을 받고도 집안 형편 때문에 주저하는 엄마 아빠에게 "울지 마세요. 나중에는 기쁜 일이 될거에요" 위로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로부터 10개월 후 아인이네는 마침내 세계적인 피아노 연주가로 오를 수 있는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인이는 지난 9일 러시아 모스크바 200년 전통의 '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원' 입학자격 오디션을 통과하고 파격적인 입학 제안을 받았다.

"말괄량이 말썽쟁이고, 활달하고 적극적이고, 친구관계가 아주 좋아요. 고집도 세고, 또래에 비해 논리적이고 … 그래선지 학과를 두루 잘하고 특히 수학에는 남다른 재능을 보여요. 다 잘하는데 부모님이 피아노에서 먼저 재능을 발견하고 잘 지도하셨어요. 더 넓은 곳에 보내 맘 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축복이죠." 윤정현 담임 교사의 아인이에 대한 평가다.

아인이는 음악원 입학 자격 심사를 받기 위해 바흐를 비롯한 3곡을 준비해갔다.
레슨 교사같이 아이 곁에서 전곡 연주를 들은 학장은 "한국의 작은 아가씨가 정말 맘에 든다. 이 아이는 음악성이 뛰어나다. 보내면 큰 연주가로 자랄 것이다. 꼭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란다"는 극찬으로 심사평을 대신하고 초콜릿을 선물했다.

심사에 공정을 기하기 위해 부모를 내보내고 심사위원들이 논의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아인이는 3학년으로 월반시켜 러시아어를 비롯해 최고의 교사로 1:1 교육을 하겠다"며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꼭 부모도 함께 와 줄 것을 단서로 제시했다.

통역을 맡은 같은 음악원 한국 유학생은 "간혹 한국 학생들의 오디션 심사를 통역하는데 칭찬에 인색한 사람들이 이번처럼 반색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열살 때 이곳 음악원 오디션을 통과했던 피아니스트 임동혁군 이후 음악원에서 이런 조건을 제안하기는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주하는 아인이는 너무도 담담한데 보고 있는 저는 덜덜 떨었죠. 계속 심사위원들의 표정을 살폈으니까 좋은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막상 학장의 제안 조건을 들으면서는 눈물이 나더라구요. 지금도 그냥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인이 엄마는 "세계적으로 피아노 영재들이 하늘의 별 만큼 많을텐데"하는 생각으로 떨어지면 아이를 설득하기도 쉽고, 본인과 아인이 아빠도 단념하기 쉬울거란 생각으로 빠듯한 체류비를 마련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를 얻은 지금도 맘껏 칭찬을 못하고 좋은 내색을 할 수 없는 속사정에 애가 끓는다. 넉넉치 못한 경제사정 때문이다.

일전에 아인이 엄마는 "부모 의지와는 상관없이 음악을 할 애라는 확신이 있다"고 했었다. 아인이를 만난 음악가들은 모두가 아인이의 천재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일곱 살 때 부터 아인이를 처음보고 "예쁜 집을 지을 연장을 다 가진 애"로 평가한 후 지금까지 지도해 온 김재희 단국대 교수도 "당연한 결과"라며 반겼지만, 아인이 엄마는 가슴에 얹힌 돌덩이 때문에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중소기업 셀러리맨인 아인의 아빠의 수입이 전부인 아인이네가 전부 러시아행을 결심하려면 집세를 비롯한 생활비를 후원해 줄 스폰서와 아인이 아빠의 일자리가 우선돼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음악원은 아인이네가 이사를 결심하면 바로 "가족 초청과 관련된 모든 절차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그래서 아인이 엄마는 체면과 염치를 감추고 아이의 재능과 가능성에 투자할 스폰서를 찾아보기로 맘 먹었다. 아이의 가능성이 검증된 만큼 부모가 할 수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아인이가 이런 사정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자라면 신세를 갚을 각오다.

"좋은 부모 만난 임동혁군이나 장한나양 처럼 맑은 영혼을 간직하고 예쁘게 자라면 지금의 제 처지 같은 아이들에게 희망도 되고, 실제로 돕도록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기는 "모스크바에 두고 엄마 혼자 집에 가서 짐을 정리하고 오면 안되겠느냐"고 하더라는 아인이.

코 크고 얼굴색 하얀 외국인들 앞에서 연주할 때 떨리지 않더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인형처럼 생겨서 하나도 안떨렸다"며 "임동혁 오빠 같은 좋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인이네의 희망과 기도가 하늘에 닿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