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기억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은 남긴다.

어둠을 헤치고 조심조심 들어오는 낯익은 그리움, 덜 익은 사과나무 바람이 창으로 넘어와 추억을 불러들인다.

함께 공유하던 시간 속에 홀로 남겨지고 익숙하지 않은 하나가 둘일 때를 기억한다. 기력을 잃어 가는데, 언제까지 나의 곁에서 슬픈 미련을 연주할까!

어느날 작은 가슴으로 흘러든 상처 하나 헤어지고 나서야 사랑한 깊이를 헤아렸다. 혼자는 힘들어 누구라도 만나야 했다.

흐르는 음악은 이별한 여자를 위해 필요했고, 무엇이든 집착해 있어야 한 사람을 내 안에서 보낼 수 있었다.

시간은 해결 못 할 일이 없는 걸까! 바람이 불고 외로움이 스며드는 밤, 마음을 달래줄 전화번호를 뒤지고 있지만 나의 회로는 하나의 번호만 생각하게 한다.

걸어보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차가운 목소리로 불편하게 대답할 것을 알기에 저장 버튼을 지우고 또 지운다.

하루를 넘기지 못하는 해가 지고, 작아지지 않을 것 같은 달도 작아지는데 사랑은 자꾸 영원을 의지한다. 헤어지고 나서야 착각하는 나를 우습게 바라본다.

가끔씩 너의 잊혀질 것 같지 않는 모습으로 괴로워지는데 얼마나 이 긴 미련이 남아 있을 것인가!

어지러운 생각을 뿌리치면 어느새 노크를 한다. 안개처럼 밀려와 기억하라고 애원한다.

사랑은 늘 아픔으로 다가와 나를 흔들어 놓는다. 아스피린 한 알이면 아프던 머리도 맑아지는데, 사랑으로 아픈 가슴은 치료제를 알아도 찾을 수 없다. 이밤 불덩이처럼 아파도 만날 수 없다.

'너는 어느 별에서 왔던 거니? 우리의 삶이 먼 우주의 어느 별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그 별에서도 사랑했을까, 이루지 못함이 이어져 어느 날 내 앞에 영롱한 별 하나로 다가온 것이니…'

웃음도 지운 얼굴에서 우리가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오랫동안 생각했다며 당당히 말했다. 눈물을 보이고 시선을 맞추려해도 어이없이 낯설게 바라보다 돌아서 오던 날이, 설마 했지만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오늘도 너의 창가에는 어제와 다름없는 어둠이 진행하고 너는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바라보고 있겠지만, 가끔은 마음 한 켠이 시려오거든 그렇게 떠난 것을 후회 해주길 바래.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이 끝나고 돌아서서 다짐했다. 스쳐 가는 바람에 독감을 앓았다. 감기약을 먹고 안개를 벗어나 돌아서서 삶의 용기를 냈다.

지나간 사랑은 아픔과 그리움을 가지고 한번씩 불덩이가 되지만 그래도 그 불덩이가 다음 사랑을 위한 불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