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여러분 밤이 깊었습니다... 이제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갑시다." 지금으로 치면 공익광고 정도 됐을까요, 70년대 판 컴백홈? TV에서 여자 아나운서의 멘트 뒤로 깔렸던 음악은 타이스의 명상곡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궁상맞게까지 들렸던 TV에 비하면 라디오쪽이 훨씬 더 정취가 있었는데 바로 니니 루소의 밤하늘의 트럼펫이었죠. 밤드리 노니다가 거리 음악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이 트럼펫 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닌게 아니라 웬지 집으로 들어가야만 했지 싶었던 생각이 납니다.

트럼펫의 어원은 그리스어 스트롬보스(strombos ; 조가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큼직한 조가비 한쪽에 구멍을 뚫어 그곳에 입술을 대고 소리를 내는 바로 그 조가비가 트럼펫의 시조하고 하는데 오늘날 우리가 보는 트럼펫의 원조는 13세기 이후 이슬람권으로부터 유럽으로 전해진 나필(nafil)이랍니다. 우리 악기 '나발', 중국의 금관악기를 총칭하는 '나팔'과 발음이 흡사해 흥미롭습니다.

트럼펫은 직진적인 음색으로 인해 클래식에서 환희와 기쁨 등 감정의 고양을 나타낼 때 흔히 사용됩니다. 쥬페의 경기병서곡, 베르디 아이다 중 개선행진곡이 이러한 트럼펫의 음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울과 애상을 표현하는데도 더 없이 어울리는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재즈에서의 블루지한 필은 트럼펫 이상 소화해 낼 수 있는 악기가 없지요. 하루의 기상과 취침을 동시에 알리는 이 야누스적인 악기의 가을 느낌 세곡을 꼽아 봤습니다.

비발디 '2대의 트럼펫 협주곡'
○귀에 쏙들어오는 상큼한 멜로디는 새벽 산행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는 듯한 청량감을 전해 준다.
비발디 실내악 레파토리에서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할 때 빠지지 않는 곡으로 바로크 음악의 묘미를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 노동에 의한 다작곡가로 알려진 비발디가 쉴 수 있고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었다면 꼭 이랬으리라.   

○하이든 '트펌펫 협주곡 Eb장조'
트럼펫 협주곡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곡. 오케스트라의 편성의 기본적인 현악기 외에도 두 개의 플루트, 오보에, 파곳, 호른, 트 럼펫과 팀파니 등으로 이뤄져 웅장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오랫동안 장학퀴즈 시그널로 사용돼서 인지 공부하는 의욕을 돋구는 음악으로 추천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