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식탁 앞에 앉을 때마다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마당에 닭고기, 오리고기도 믿을 수 없다. 지난 8일날에는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이명박 대통령께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삼계탕을 들고 계시는 장면을 TV화면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주셨지만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대통령이 드시는 것 보니 먹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보다 대통령이 쇼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앞섰을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을 휩쓸고 있고 매일같이 가금류의 살처분이 대량으로 실시되고 있는 마당에 국민들이 닭고기, 오리고기를 먹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광우병으로 죽은 사람보다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되어 죽은 사람이 더 많은데도 말이다.
 
쇠고기, 돼지고기도 믿기가 어렵다. 어느 것이 한우고기인지 젖소고기인지 수입고기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시중 어디에서도 젖소고기를 따로 파는 곳이 없는 것을 보면 소비자가 속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믿을 수 없는 것은 축산물 뿐만 아니다. 각종 채소와 과일류도 마찬가지다. 맹독성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진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친환경 농법으로 만들어진 농산물이 있기는 하지만 값이 비싼데다 분별하기가 어렵다. 최근에는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자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까지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하지만 믿을 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은 믿을 수 있을까? 한마디로 믿을 수 없다. 바다가 오염되어 있고 양식장에서 나오는 해산물의 경우 항생제 남용으로 안심하고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식탁을 대하기가 두렵다. 비교적 식성이 까다로운 나의 성미 때문에 평소 신경을 많이 써온 나의 내자는 요즘들어 식성이 더욱 까탈스러워진 나의 비위를 맞추느라 식사 때가 되면 전전긍긍하고 있다.
 
나의 까다로운 식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식성이 까탈스럽기로 유명했다. 남의 집에서 가져온 음식은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입에도 대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집 밖에서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갈 때마다 어머니가 정성껏 도시락을 마련해 주셨지만 한 번도 도시락을 먹어 본 일이 없었다. 도시락을 열어보지도 않고 다시 집으로 가져와 어머니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은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같은 나의 잘못된 식습관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시절 부산에서 자취생활을 하면서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도 나의 밥상에는 금기하는 것이 많다.

최근들어 광우병 소 문제가 확산되면서 쇠고기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평소 육식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육고기를 쳐다보기가 싫어진 것이다. 수입고기, 한우고기 할 것 없이 모두가 불량식품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의 심리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광우병 문제가 기분을 망쳐놓은 것이다.
 
1986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광우병이 발병했지만 공식 거론 된 것은 1994년이다. 그때 나의 큰 아들 가족들은 영국 노팅험에서 살고 있었다. 그당시 영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내국인이나 외국인 할 것 없이 모두가 공포감에 휩싸여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있는 소들은 무조건 살처분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과학자들은 광우병의 원인이 초식동물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것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소에게 동물성 단백질 사료를 먹임으로 일반 단백질이 프레온 단백질로 변형되면서 병적인 징후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공급하지 못하게 금지했고 프레온 단백질의 99.87%가 소의 뇌와 척추, 소장의 끝부분 중에 들어있다는 사실도 알게 됨에 따라 건강한 소의 경우도 이 부위를 제거하고 먹도록 했던 것이다.
 
이같은 조치가 취해진 이후 영국에서는 더 이상 광우병이 확산되지 않았고 1996년 3월 인간 광우병으로 일컬어지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에 감염된 환자가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후 지금까지 166명이 이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영국을 포함 207명이 이 병에 감염되어 죽었고 이 가운데 미국인은 3명 정도였다.
 
그리고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는 모두 3마리인데 이 가운데 1마리는 캐나다에서 수입된 소이고 2마리는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공급하지 못하게 금지한 1997년 8월 이전에 태어난 소라고 했다. 그 후 10년 동안 광우병 소도, 인간 광우병 환자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광우병의 잠복기간이 2~8년 이라고 볼 때 광우병이 완전 퇴치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3년 미만의 소와 광우병 위험부위를 제거하고 수입하는 것이다.
 
이쯤되면 어느정도는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병이란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 우리는 100%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미 나타난 질병은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퇴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광우병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협정문의 내용이 얼마나 성실하게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조건이 지켜져야 하고 광우병 위험부위가 포함되어서는 안된다는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30개월 미만의 소라고 해도 광우병으로 의심받을 만한 요소가 있다면 비록 소가 아닌 다른 동물이라고 해도 광우병의 위험이 있는 소를 사료로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같은 점에서 내용을 정확히 파악도 하지 않고 협정문에 서명부터 한 것은 고의든 과실이든 미국이 아닌 우리 정부의 책임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재협상이 아니라도 검역과 감시체계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걱정하는 분들이 있지만 그것은 법 이전에 양심에 관한 문제다. 병든 소를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팔아먹는 나라가 있다면 그러한 나라와는 국교를 단절하고 모든 협정을 파기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병든 소를 사다먹으라고 강요하리 만큼 양심이 없는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쇠고기를 수입하던 안하던, FTA를 하던 안하던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다. 길거리에 나앉아 미국만 성토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주권국가의 국민답게 처신해야 한다. 광우병이 아니라도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해 노력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식량의 자급률을 높이고 수입농산물을 줄이는 것이다. 농업이 생명산업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인식하게 될 때 지금과 같은 먹거리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