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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8일에 개최되는 베이징 올림픽을 불과 100여일 앞두고 한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중국 학생들의 집단 난동사건이 발생했다.
4월27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된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장에 모인 5,500여명의
중국 학생들은 성화 봉송 저지시위를 하고 있던 180여명의 시민연대 회원들에게 돌멩이, 금속절단기 등을 던지며 시위대를 집단구타했고, 오후
4~6시 사이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며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규탄하는 시위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깃봉으로 경찰을 때려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이날 중국 학생들은 오성홍기를 휘두르고 중국국가를 부르면서 서울의 거리를 온통 붉은 깃발로
물들게 함으로 시민들은 마치 북경의 거리를 구경하고 있는 듯 착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
1637년 1월 병자호란 당시 삼전도(지금의 서울 송파)에서 청태종(淸太宗)에게 인조왕이 당한 수모와 1882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의 오장경이
서울 장안을 짓밟고 대원군을 인질로 끌고 간 일이며 1950년 10월 남북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마당에 중공군의 참전으로 통일의 꿈이
무산되었던 일들이 전광석화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과거의 불행했던 역사를 뒤로 한 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로 한국과 중국은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될 선린국가로 변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인식의 차이와 시각의 괴리가 크게 남아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중국 학생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첫째, 중국 학생들은 중화주의 정신을 빨리 극복해야 한다.
필자는 이번 중국 학생들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중국 학생들은 한국을 중국의 위성국가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의 위성국가가
아니다. 한국은 고대로부터 독립된 하나의 국가다. 그것은 한국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고 1976년 지금 북한지역인 평안남도 대안시 덕흥리에서
발굴된 고구려 벽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당시 고구려는 지금 중국의 동북 삼성을 포함한 광대한 영토를 가진 동북아의 맹주국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한국이 중국의 문화권에 속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국의 문화는 본질적으로 중국과 다른 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을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인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 학생들은 한국의 주권과 문화를 존중하고 한국인의 인권과 자존심을 존중하는
정신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한국은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며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다. 전체주의
국가는 경제뿐만 아니라 인권문제까지 정부가 좌우하고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인권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 재산권과 함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다. 이 기본권 가운데 하나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와 결사의 자유다. 모든 국민은 국가정책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사상이나 주장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다. 그리고 얼마든지 반대시위도 할 수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이같은 국민의 권리를 시위자가 폭력이나
공공의 질서를 저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성화봉송을 저지하는 시위도 할 수 있고, 동시에
탈북인과 티베트인들의 인권을 존중하라는 요구도 할 수 있다. 이같은 한국민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한국에 거류하고 있는 외국인의 신분으로, 그것도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방해한다는 것은 한국의 주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 학생들은 집단행동을 하기 전에 먼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중국학생들은 올림픽정신을 바로 이해해야 한다.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방해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공적인 개최를
염원할 따름이다. 한국의 일부 시민단체가 성화봉송을 저지했다고 해서 한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방해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의 성화봉송 저지
움직임은 다른 나라에 비교해 볼 때 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성화가 16개국을 거쳐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숱한 수난을 당했다.
런던에서는 시위대가 성화를 빼앗아 소화기로 끄려고까지 했고, 프랑스에서는 성화의 안전을 위해 주최측이 세 차례나 성화를 끄기까지 했다. 그리고
한국에 건너오기 직전 일본 나가노현 나가노 시에서는 성화 릴레이를 반대하는 자들 때문에 성화 출발지를 옮겨야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한국은 성화봉송 저지 시위대가 소수였을 뿐만 아니라 경찰병력이 이들 시위대의 방해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성화봉송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나라에서 중국 학생들이 끼어들어 성화봉송을 순조롭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 다수가 성화봉송을 방해하는 듯한 나쁜
이미지를 심어 놓았다.
우리 한국인은 베이징 올림픽을 환영하고 있지만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라고 하면 인권을 존중하고
세계의 평화증진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상호 이해와 화합을 위해 만들어졌고 근대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은 교육학을 전공하면서 스포츠가 나약한 젊은이들의 심신을 단련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증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실한 신념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같은 확신에 따라 쿠베르탱은 1894년 6월,
국제스포츠회의에서 근대 올림픽의 부활을 제의했고 이 제의가 받아들여짐에 따라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가 조직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올림픽의 정신은 다름 아닌 세계인의 우의(友誼)와 평화이다.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이같은 정신을 망각하고 자국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인접국가에서까지 폭력행위를 도모한다는 것은 올림픽에 대한 모욕이라고 할 수 있다.
결코 올림픽이 상혼에 이용되거나 국력과시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인권이 존중되고 자유가
확산되어 동북아에 새로운 질서와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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