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혼할 수 없었다.
평생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는 나쁜 궁합이 원인이었다. 그것이 무엇이기에 한순간도 떨어지기 힘든 우리 사이를 막으려고 하는지 막연하고 답답했다. 21세기를 살아야 하는 세상인데 미신일 수도 있는 그것을 불가항력,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다.

남편은 바닷가에서 만난 사람이다. 큐피트의 화살이 날아온 그런 것이 아니었기에 영화나 소설처럼 연인이 되리라곤 생각 안했었다. 얼른 호감이 가지 않았던 것은 동갑이라는 나이 때문이었다. 언제나 내가 기다리던 사랑은 기대고 싶은 넓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가 부부의 연을 가진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흘러가야 했다. 내가 기대고 싶음이 아닌 기대어 오는 남자친구가 어느 날부터 연인이 되었다. 결혼을 결심했다. 그런데 통과의례쯤으로 가볍게 생각했던 궁합 보기가 결혼할 수 없는 슬픈 운명으로 바꾸려했다.

어렵사리 결정한 결혼이라는 선택이었다. 살아가면서 겪게된다는 성격 차이쯤은 먼 강물의 물소리 같고 당장 필요한 것은 간절한 하나였다. 우리는 나쁜 궁합쯤은 대수롭게 여기고 결혼식을 올렸다. 다투며 살아도 헤어지지 않는다는 예언에 참고 살기를 부모님은 당부했다.

사랑으로 바라보니 행복을 지켜 갈 수 있었던 나날이었다. 그러나 아내라는 자리는 마법의 성에서 잠시 머무는 공주 같은 것일까! 우리는 조금씩 틈이 생겨가기 시작했다. 깨기 싫었지만 어긋난 현실은 시작되고 있었다. 그제야 잊었던 나쁜 궁합이 떠오르고 우리가 정말 맞지 않는 거라고 단정했다.

궁합(宮合)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전에 있는 해석에는 혼담이 있는 남, 녀의 사주를 오행(五行)에 맞추어 보아 배우자로서의 길흉을 헤아리는 점이라고 쓰여 있다.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보는 궁합, 띠별로 보는 궁합, 사주로 보는 궁합, 별자리 궁합 등 보는 종류가 많지만, 크게 두 가지로는 겉궁합과 속궁합으로 나누어 겉궁합이 아무리 나빠도 속궁합이 맞으면 잘살다는 속설도 있다.

우리는 닭띠끼리의 만남, 닭싸움을 연상한다. 음양오행으로 보았을 때는 남편은 화(火)이고 나는 수(水)이다. 이론에 의하면 화와 수는 서로 상생(相生)하는 것이 아닌 상극(相剋)하는 원리였다.

남편의 화신(火神)이 불이고 나의 화신이 물이라면 상식 없이 생각해도 불과 물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행의 상극에서 수는 화를 극한다고 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나는 남편에게 좋은 아내가 아니다. 그 옛날 유교사상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극하는 것은 나쁜 궁합이 아니었다. 남존여비사상 때문에 여자의 불행은 대수롭지 않았던 세상이었다.

우리는 무엇이 맞지 않았는지 대화하다 보면 금세 다툼으로 이어지고 만다. 그럴 때마다 나쁘다는 궁합이 스쳐가 인연에 대한 괴로움을 가지기도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이제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상처 주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고 나니 무관심이 생겼지만 다투지 않아 편해졌다.

그날 밤, 다급하게 방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부르셨다. 어머니는 깊이 자는 며느리를 한밤 중에 깨우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불길함이 스치며 눈을 떴다. 늦도록 기다리다 잠이 들었으니 남편의 일일지도 몰랐다.

길거리에 남자가 쓰러져 있는데 신원을 알아보니 우리집 전화라며 경찰서에서 온 연락을 말씀하셨다. '드디어 나쁜 궁합 때문에 올 것이 왔구나' 한동안 잊었던 생각이 떠올랐다. 남편은 종종 취해 들어와 몸을 가누지 못할 때도 많았지만 거리에 쓰러져 있다는 소식은 처음이었다. 본능은 화장실이 급했지만 빨리 가 보아야 했다.

어둠 속이어서일까! 울컥, 두려움이 스쳤다. 남편은 정말로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어머니와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사건의 과정을 말해 주는 경찰관의 설명 때문이었다. 남편은 너무 취해 거리가 집인 양 잠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깨워도 꼼짝하지 않았다며 일어나지 못하는 남편을 억지로 일으켰다.

집 앞까지 이르렀을 때, 나는 얼른 집까지 운반의 청을 더했다. 현관에 반듯이 눕히고 경찰 아저씨는 돌아갔다. 밝은 불빛에서 보니 옷이 흠벅 젖어 있었다. 마지막 부분까지 벗기고 물 적신 수건으로 닦아 주는데, 남편의 심벌 마크가 가을밤의 가로등만큼 외로워 보였다.

시계는 세시 종을 치고 있다. 무슨 괴로움으로 늦은 시간 거리에 누웠는지 궁금했다. 엄마와 아내 사이에서 그도 벅찼을 시간들…

누구의 편도 되어주지 못해 설 자리를 피해 다닌 것은 아니었을까, 몇 마디 외에는 대화하지 않은 우리에게서 남편도 나처럼 맞지 않는 궁합을 후회해 봤을까!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멈처지 않는 생각으로 뒤척이다 결론을 내렸다. 이제 그만 나쁜 궁합에 대한 징크스에서 벗어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