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공포영화, 혹은 반전영화(이런 장르가 있다면)의 고전이 되어버렸지만 그 당시는 너무도 충격적인 영화였습니다. 그 이후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언브레이커블>, <사인> 등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식스센스>이후의 영화에 대해서는 평이 많이 엇갈리는 편입니다. 독특한 영화라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는 <식스센스>에서 모든 것을 보여줬고 그 이후의 영화는 계속 내리막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인>이후 2년 만에 만든 <빌리지>역시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이 엇갈립니다.

영화는 코빙톤 우즈라는 청교도적인 마을의 이야기입니다. 전형적인 19세기 청교도마을인 코빙톤 우즈는 평화를 찾아 이주해 온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한없이 평화롭고 조용해 보이지만 마을사람들은 저마다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을 둘러싼 숲에서 살고 있는 ‘입에 올려서는 안 될 괴물’ 때문에 사람들은 공포에 짓눌려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절대로 마을을 벗어나 숲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들이 숲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숲의 괴물도 마을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 때문입니다.

마을의 누군가가 다치거나 병에 걸리면 간단한 약품을 구하지 못해 죽어가는 현실을 보면서 마을의 청년 루시우스는 자신이 숲을 지나 이웃마을에 가서 약을 구해오겠다고 자원을 합니다.

밤의 어둠이 무엇 때문에 두려운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요? 어둠 저편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밤이 무서운 건 아니던가요? 만약 어둠 속을 환히 볼 수만 있다면 밤의 어둠 따위는 별로 무섭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밤의 어둠만이 아니라 우리가 무서워하는 것들은 결국 알지 못하는 것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알 수 없는 미래, 알 수 없는 현실, 알 수 없는 것들 …

코빙톤 우즈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숲에 살고 있는 괴물의 정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숲을 두려워하고 그 숲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숲의 괴물이 단 한 번도 마을사람들을 해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숲에 괴물이 살고 있고, 그 괴물이 자신들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 때문에 코빙톤 우즈 사람들은 마을 밖으로 벗어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외부의 위험은 내부를 더욱 결속시킨다고 하던가요. 코빙톤 우즈 사람들은 마치 거대한 가족처럼 지냅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마을사람 누군가에게 일이 생기면 모두 모여서 축하해 주거나 같이 슬퍼합니다. 완벽한 공동체 생활인 셈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뭉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입에 올려서는 안 될 숲 속의 괴물 때문입니다. 누구도 그 정체를 알지 못하는 그 괴물 말입니다.

영화를 홍보할 때도 마치 뭔가 대단한 반전과 공포가 있을 거라고 은근히 암시를 하니까요. 그렇지만 ‘엄청난 반전’에서 조금만 자유로울 수 있다면 <빌리지>는 또 다른 충격과 매력을 전해주는 영화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과연 무엇인지, 누구도 넘지 못하던 숲의 경계를 넘을 수 있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쉽지만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우쳐 주는 영화가 바로 <빌리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