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다른 몸짓의 언어를 가지려는 이 몸부림 속에서 시는, 끝끝내 하나일 수 없습니다. 본줄기가 따로 없는 떨기나무의 상상력 속에서 시는 끝끝내 수많은 잎새와 가지를 흔들어대며 갈 수 없는 곳을 가고자 합니다. -유종인 (지도교수 시인의 축사 중 발췌)

詩동인 ‘詩냇물’이 8일 시 내외에서 문학교류단체 소속 문인들과 후원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제4집 <도둑놈들아!>출간기념회를 가졌다.

기념회에는 최재복 원로 시인을 비롯해 김포문학회, 통진문학회, 강화문학회, 굴포문학회, 새얼문학회, 파주 헤이리 예술인들이 참석해 ‘시냇물’ 시인들의 대표 시를 낭독하며 격려와 축하를 더했다.

‘시냇물’ 동인들은 매년 저명한 시인을 강사로 초빙해 꾸준히 시작을 익히며 매년 동인지를 출간하며 유수 일간지 신춘문예 등단 시인을 배출하는 등 아마츄어 수준을 넘어서는 기량을 인정받는 시내 거주 시인 동아리다. 

2005년 1집 <해가 얼음 속을 가고 있다>를 시작으로 2006년 <부드러운 발톱으로 허공에 밑그림을> 2007년 <하늘에 닿는 사다리를 밤마다 늘여>표제의 동인지에 이어 이번 4집 <도둑놈들아!>출간에 이르도록 쉼 없이 흘러왔다.     

4집 표제 “도둑놈들아!”는 고광만 회원의 대표 시 ‘은행털이’에서 발제했다.

은행털이 / 고광만
은행을 털어야 해
꽤 큰 건물, 목으로 봐서
오늘 물건은 상당히 두툼한 대상이야
노란 유니폼 입은 창구직원을 밀쳐내고
아주 민첩하게 털어버려야 해
머뭇거리다 놀란 경비원들 구린
가스총을 쏘아 댈지도 몰라

턴다는 것은 훔친다는 것
훔친다는 것은 달디 단 죄와 입맞춤,
그러나 늘
빠져나갈 구멍은 있어서
훤히 보이는 햇볕으로 덮어씌우면 돼
긴 장대의 능청스런 판소리쯤으로 둘러 부치면 돼

지금 저 큰 나무가 떨고 있어
창구직원이 망연자실 울고 있어
다 털렸거든,
봄날 구수한 햇볕과
긴 여름의 황홀한 설레임
그리고 지난겨울 살 에이던 칼바람의 고통까지

도둑맞았거든
이자까지
몽땅 훔쳐가라고 새끼 친 게 아닌데, 은행나무
날개를 파닥거리며 욕을 해 대고 있어
도둑놈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