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영어를 쭉 배워온 두 아이가 있습니다. 한 아이의 이름은 ‘민호’이고 또 다른 아이의 이름은 ‘경수’입니다.

민호는 외국인이 말하는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러나 외국인이 글로 써주면 읽고 무슨 뜻인지 잘 압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똑같은 글이 외국인의 입에서 나오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는 것입니다. 이해를 못하다보니 당연히 말하기도 못하겠지요. 왜 이럴까요? 

민호는 영어를 배우면서 소리로 듣고 귀를 통해 영어를 받아들여야 하는 단계에서 오로지 눈으로 보고 익혀왔던 것입니다. 음식물은 입을 통해서 우리 몸으로 섭취됩니다. 영어는 귀를 통해서 우리 머리에 들어 옵니다.

그러나 민호는 오직 영어를 눈을 통해서 머리 속에 넣고자 노력해 왔던 것입니다. 영어를 오랜 기간  공부한 많은 아이들이 이러한 현상을 보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문자 중독증’이라고 합니다. 글로만 영어를 배운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증세로서 말은 못알아듣고 글만 아는 증세입니다.

반면에 경수는 외국인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자신의 뜻을 영어로 능숙하게 말합니다. 필요하면 외국인에게 편지도 보내고 외국인의 답장을 받고 즐거워 합니다. 경수는 민호와 똑 같은 과정을 통해서 영어를 배웠습니다.

그러나 경수는 소리를 통해서 영어를 배웠습니다. 소리를 듣고 그대로 흉내를 냈습니다. 단어를 외울때도 소리를 내면서 외웁니다. 문장을 말할때는 강약과 고저 리듬에 맞춰 소리를 냅니다.

두 아이는 똑같은 과정을 통해서 영어를 배웠으나, 민호는 눈으로 영어를 배웠고 경수는 소리를 통해서 배웠던 것입니다. 둘다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능력은 같을지언정 듣고 말하기에서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더 커질 것입니다.

영어는 언어입니다. 소리라는 개념에서 출발된 것입니다. 소리를 듣고 그 개념을 파악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문자는 이러한 소리 개념을 보관하고자 하는 필요성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소리의 의미도 모르면서 이를 문자로서 이해한다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우리는 영어를 배울때 일정한 교재를 통해서 배웁니다. 처음에는 그곳에 씌여진 알파벳을 익히고, 그 다음에 단어를 익히고, 마지막으로 단어를 배열하여 문장을 배웁니다. 문법은 단지 이러한 배열 방식의 규칙을 모아둔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입니다. 모든 과정은 소리를 듣고 말하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영어를 배우는 단계에서 입을 꼭 다물고 소리내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더 이상 영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영어를 잘 하고 싶은 아이는 우선 입부터 크게 열고 큰소리를 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단어를 정확하게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단어를 듣고 무슨 단어인지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우리 학원은 교실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크게 나오게끔 유도합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만 울려나오는 수업은 주입식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에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부모님 중에서는 우리 아이가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는지 안하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집에서 영어 공부할 때 아이의 입이 굳게 닫쳐 있으면 영어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가 쉴새없이 중얼거리면 영어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가 영어 공부를 눈으로만 하는지 입과 귀로서 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아이가 죽은 영어를 하는지 산 영어를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아이의 공부방에서 영어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