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언제나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떠난다는 건 일말의 기대와 불안이 함께하기 마련이다. 1주일간 일을 뒤로한 채 동유럽으로 향하는 마음은 잠시 전화로부터 해방되고 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홀가분함도 있었지만 떠나면서부터 돌아오기 까지의 여정을 세밀히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했다.

5일 오전 10시 30분, 김포시 시민회관에 모인 30명의 회원들은 인천공항을 향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배웅 나온 김동식 시장과 가족들의 인사를 뒤로하고 버쓰는 1주일간의 첫 출발을 시작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박승동 회장의 인사말과 함께 각 평통 위원들끼리의 상견례가 진행되었고 이번 여행의 목적과 이에 따른 유의사항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오후 2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향해 비행기가 공항 활주로를 가볍게 날아 올랐다. 하늘로 솟은 비행기 창문으로 서해의 작은 섬들이 점처럼 시야에 들어오고 망망한 바다위를 새처럼 날기 시작했다.

11시간의 비행은 지루했다. 더구나 해지는 쪽을 향해 날다보니 가도가도 낮이 이어졌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자 현지 시간으로 오후 6시30분이었다. 한국은 새벽 1시30분이어서 한밤중이겠으나 그곳은 아직 낮이었다. 일행은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는데 2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었다.

공항 내에서 상점을 돌며 구경하다 보니 시계 하나에 2만6천 유로라고 써붙인 상품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돈으로 계산해 보니 3,640만원이었다. 어떤 사람들이 저런 시계를 찰까?궁금해 하면서 첫날 목적지인 오스트리아 빈 행 비행기에 올랐다.

1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빈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한 밤중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공항 밖에서 올려다 보는 밤하늘엔 반달이 떠 있었고 북쪽 하늘엔 북두칠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국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르고 캄보디아에서 올려다 보았던 밤하늘이 떠올랐다. 주변을 둘러보니 공항 왼쪽에 화려한 불빛을 내뿜는 아파트가 있었다. 가이드에게 물으니 주차장이란다. 10층 높이의 아파트형 주차장 3동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저런식의 주차장 설치를 한다면 깨끗하고 효율적인 주차관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세계제일의 복지국가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첫밤을 보내고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하여 혼자서 시내를 잠시 돌아보았다.

또하나 특징은 신호등이 모두 공중에 매달린 것처럼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한 철선에 고정되어 있었다. 보도를 차지하는 신호등 지주나 가로등 전주가 없다보니 거리가 한결 넓어 보이고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막연히 생각했던 선진국의 거리 모습은 상상 이상으로 잘 정돈되어 있었고 주변 경관에 어울리게 배려한 모든 시설물들은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오스트리아는 남한 크기의 국토에 인구는 800만정도에 불과하고 빈은 160만 인구로 우리의 대구시만한 도시다. 대부분 게르만 족으로 구성되어 독일어를 쓰고 있으며 2차대전 때는 독일과 합병하여 전범국에 속했으나 전쟁이 끝난 후 영세 중립국을 표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민소득이 2만7천불 정도로 우리의 3배에 이르며 사회보장제도가 선진화되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국민생활을 책임져 주는 복지국가다.

그뿐 아니라 문화예술 방면에서도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 특히 하이든, 모짤트, 슈베르트, 브람스 같은 음악가를 배출한 곳이니 얼마나 자부심이 대단하겠는가!

언덕위에 지어진 글로리에떼 궁전은 프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하는데 그곳에 오르면 그림 같은 빈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특징적인 것은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침략하여 이곳을 점령한 후 그들의 승전을 축하하기 위해 새겼다는 황금독수리 문장을 그대로 남겨 뒀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역사는 역사 그 자체로 후대에게 교훈을 주는 것이라며 그대로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대목에서 우리나라의 실정과 비교되는 것이 있었다. 우리는 일제의 잔재라하여 일본 식민통치 기간에 만들어진 많은 것들을 철거했거나 그 과정에 있다. 그렇다고 역사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