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에 천 원인데요."
"국수 좋아하니?"
"이건 친구 줄 거에요. 책을 샀는데 친구가 있다고 해서 바꿨거든요. 천 원이니까 친구하고 같이 사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6학년이라고만 한 남자 어린이는 만원내고 살 뻔한 책을 빌려주기로 한 친구에게 한턱을 낼 수 있는 엄마들의 오늘 행사가 참 좋다.

9일 금파초등학교(교장 최종원) 어머니회를 비롯한 여섯개 학부모 단체들이 운동장에 장마당을 펼쳤다. 국수와 부침게, 야채튀김, 팝콘과 아이스크림 등 먹을거리와 책, 작은 화분, 어린이 용품 등 단체마다 품목을 정해 좌판을 연 것.

고객이 학부모와 어린이들이라 재료비와 수익금에 연연하지 않는다. 하루 동안 안전한 먹을거리 장만해서 어울려 나눠먹으며 사는 얘기들로 서로의 연대감을 확인하고 아이들의 교육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적은 기금이라도 모이면 족하다.

오전 수업만 있는 날이라 점심 시간인데 벌써 좌판을 정리하고 셈을 하는 단체도 있다.
오늘의 인기 품목은 아이스크림. 갈증도 달래고 후식으로 사먹으려 했던 아이스크림인데 한 제품 외엔 모두 품절이다. 헛걸음은 할 수 없고... "이거라도 사먹자."

학부모, 어린이들로 왁자한 오후, 초등학교 운동장 풍경이 새삼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