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존폐를 둘러싼 여야의 사활을 건 싸움이 지역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권영복 경기도의회의원이 보수성향의 지역내 단체들을 동원해 오는 24일 국보법을 지키기 위한 궐기대회를 열겠다고 한다.

여기에 시의회 의장단을 비롯한 다수 의원들까지 가세해 고문과 집행위원장이라는 '감투'까지 쓰고 정쟁통에 발을 담그겠다니 신도시 찬반에 이은 또한번의 주민 논란이 재현될 판이다.

국보법 존폐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가부를 논하기 전에 정파적 이해가 앞서고 있는 이 사안을 지역까지 끌어내려 쟁점화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요체인 기초의회가 여기에 휩쓸린다면 심각하게 짚어봐야 한다.

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중립을 지키라는 성토가 이어지면서 궐기대회 참여를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방자치의 의미와 기초의원의 역할을 상기하라는 준엄한 질타다.

준비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은 한결같이 "개인적인 의사일 뿐 정당 관계는 없다"며 '시각 차이'로 애써 변명하고 있지만 시의회의 정체성을 의심받게끔 행여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안정을 희구하는 국민의 뜻에 따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유정복 국회의원의 말은 국보법 폐지에 찬성하는 김포시민도 다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전인수'에 다름 아니다.

결정적으로 '김포시 궐기대회'가 적절치 못한 이유는 지역의 어려운 현상황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이벤트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마땅하다.

우리는 김포신도시라는 격랑에 휩쓸려 지난 1년여 동안 말못할 고통과 함께 치유가 어려운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시민들은 생활고와 데몬스트레이션에 지쳐있다. 이런 와중에 편가르기식 군중 모임은 부정적 결과만 낳을 뿐이다.

'또 시민들끼리 눈을 흘기고 삿대질을 해대야 하나!'

한나라당은 굳이 궐기대회를 하겠다면 자체 행사로 치르기 바란다. 국보법 존폐가 국민적 관심사라 하더라도 당원들의 자발적인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정복 국회의원은 국보법 문제를 정치 무대에서 푼다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도의원을 앞에 내세운 모습에서, 유 의원도 이번 행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지역 현안을 뒤로한 채 단체들을 동원하고 거리 행진을 계획하는 일은 지도자로서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한다.

지금 김포는 신도시 문제 봉합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난제를 푸는데 모두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소모적인 논쟁을 중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