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목적은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 입니다.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는 것은 영어를 듣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영어책을 읽을 줄 알고 영어로 글을 쓸 줄 알고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단계에 도달하고자 우리는 오랜 시간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익혀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앞에서는 말문이 자주 막히고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이 땅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모국어로서 한국말을 배운 다음에서야 영어를 접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할지라도 이미 그 아이의 머리 속에는 우리말 언어 구조가 틀을 잡고 있어서 한국말로는 못하는 말이 없을 정도로 잘 말합니다.

이렇게 우리말 언어 구조가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새로운 언어를 배울때는 많은 혼란을 겪습니다. 일종의 언어적 충돌 현상이라고나 할까요. 영어는 우리말과 다른 별도의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우리말 구조의 틀 속에서 이해하려고 하니 혼란스럽고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말을 배울때 듣고 따라하기 만으로도 말하기가 가능하였습니다. 아기가 말을 배울때 자기가 들은 말을 따라하면서 배우지 않습니까. 한글은 더 커서 유치원 가서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즉 우리말은 글을 모르고도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영어는 어떨까요? 알파벳도 모르고 파닉스도 모르면서 오로지 듣고 따라하면 영어의 말하기가 가능할까요? 유감스럽게도 영어를 듣고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말하는 능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모국어의 경우는 우리의 뇌에 언어 능력이 생성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듣고 따라하기 만으로도 언어 이해능력과 언어 구사능력이 생길 수 있었습니다. 외국어의 경우는 이미 뇌에 모국어라는 언어 영역이 생성되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생소한 언어를 배울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의 뇌 속에 새로운 언어 영역을 만들어 주는 또다른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만드는 과정은 처음에 듣고 따라하는 과정을 거친 연후에 읽고 쓰는 훈련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서 말하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핵심적인 외국어 습득 과정입니다.

요약해 보겠습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우선 많이 듣고 자연스럽게 아기가 엄마의 말을 흉내내듯 영어를 따라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읽기와 쓰기를 하면서 문법의 기초를 닦아나가는 것입니다.

이 과정 후에 자연스럽게 영어의 핵심 응용 원리인 어순 감각이 뇌 속에 또다른 영역으로 자리잡으면서 말하기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학원에 다니면서 영어를 배울때 이제 겨우 듣기와 따라하기의 단계에 도달한 아이에게 부모님이 말하기 단계를 요구한다는 것은 분명히 무리가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아이가 영어를 한다는 것은 응용 단계를 거치지 않은 흉내 내기에 불과한 것입니다.

우리가 앵무새에게 말을 가르쳤을때 앵무새는 단지 흉내만 낼뿐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것은 앵무새와 같이 흉내만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에 있습니다.

아이가 앵무새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영어를 이해하고 또 다른 언어로서 자기의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려면 읽기와 쓰기 단계에서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제대로된 언어 습득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연후에서야 비로서 영어의 의사표현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 과정을 잘못 이해하고 중간에 무리하게 말하기를 요구하신 부모님이 있으셨다면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